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Tzun Zhu / Altars - Split

[Advoco Terra Sonitus Prod., 2009]

이 밴드 당 한 곡씩밖에 들어 있지 않은 스플릿 앨범에서 눈에 들어왔던 것은 'Tzun Tzu' 라는 이름이었다. 처음에는 커버 아트워크도 그렇고 해서, 밴드 네임이 '춘추' 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물론 출신은 아시아권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인도네시아 등지에 얼마나 많은 메틀 밴드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출신을 보니 호주 밴드라서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건 밴드가 동양권 - 구체적으로는 일본 - 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전에 밴드가 냈던 MCD와 EP의 이름은 "Kunoichi" 와 "Without Zen" 이었다. 아마도 밴드의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멤버는 Adrian Bickle일 것인데, Mournful Congregation과 Chalice의 드러머였지만, 둘 다 둠적인 사운드를 들려준 밴드인만큼, 이 밴드에 대한 인상도 그러했다. 동양에 관심이 많겠거니 하고 어쩌면 Kitaro 풍의 사운드스케이프를 따라하려나,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건 완전히 헛짚은 것이었는데, Tzun Tzu의 스타일은 테크닉은 적당히 자제하면서 선 굵은 리프를 주무기로 하는 데스메틀이었다. 사실 위에서 밴드가 일본에 관심이 많다고 했었는데, 그렇다곤 해도 이들의 곡에서 동양적인 색채를 찾는 것은 무리일 법하다(곡명이 'Komuso' 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Nile 같은 밴드가 - 그 동네 밴드답지 않다는 점에서 - 생각났는데, 그런 면에서는 데스메틀의 컨벤션을 '곧이곧대로' 따라가는 밴드는 아닌 셈이다. 강력한 사운드로 승부하지만 밴드가 강점을 갖는 곳은 의외로 드라마틱한 작곡에 있다. 4분을 넘어가면서 조금 템포가 다운되면서 브레이크가 심해지는데, 6분을 넘어가는 곡이다 보니 데스메틀이라도 이런 정도의 굴곡은 필연적인 듯하다. 무엇보다 밴드의 솔로 메이킹이 템포가 느려지면서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그런 시도는 성공적이다.

Altars의 'Nepente/Sepulchure' 는 더욱 특이하다. 밴드는 데스메틀에 기본을 두곤 있지만, 그에 드론 사운드와 둠 메틀의 요소를 섞는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것은 둠-데스의 작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게 느려지는 부분들을 제외하면 Morbid Angel을 연상할 법한 사운드라고 생각된다. 보통 실험적인 음악을 연주한다는 식으로 알려진 밴드인데, 의외로 곡은 복잡하게 다가오는 편은 아니다. 다만 드론 사운드를 엮어내는 것은 꽤 독특한 분위기를 가져오고, 덕분에 밴드는 데스메틀의 일반적 경우보다는 많이 느린 연주를 한다. 다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나오는 리프가 역시 곡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그런 굴곡을 껄끄럽지 않도록 한다. 말하자면 Altars가 더욱 이례적인 아이템들을 곡에 끌고 오는 편이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Altars나, Tzun Zhu가 취하는 방식은 큰 줄기에서는 비슷한 셈이다.

사실 Tzun Tzu와 Altars의 곡은 곡의 구조 자체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Tzun Tzu가 강력한 사운드로 시작해서 템포 다운되면서 끝나는 형태라면, Altars는 좀 더 느린 사운드에서 점차 빠르게 고조되는 방식을 취하는데, 두 밴드 모두 리프의 힘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리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게 보면, 거의 신예에 가까운 밴드들의 곡들이지만, 두 밴드가 모두 기본기에 정말 충실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어느 정도 잔재주를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리프가 곡을 중심에서 받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요새 보기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다. 데스메틀치고는 두 밴드 다 긴 곡을 수록하고 있지만(2곡에 13분 가량) 가치는 충분하다. 게이트폴드 디지팩이니 나름 예쁜 편이기도 하다.

post script :
보너스로 Altars의 사진들과 Tzun Zhu의 라이브 클립이 들어 있지만... 별 거 없다. (둘 다 가난하니까 그렇겠지만 참 없어 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