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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al of the Left/Writings

We call it Country Music now

80년대 대중 음악의 노스탤지어는 아무래도 이제는 그리 찾아보기 쉬운 모습은 아니다. (일단 80년대에 좀 음악을 들었어야 노스탤지어고 나발이고 있을 것이 아닌가. 유감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연령대상, 그런 분은 찾기 쉽지 않다)아마도 80년대를 살아갔고, 그 시절의 팝 음악을 동시대인으로서 즐겼던 경우도 있겠지만, 특정 장르 팬으로서 뒤늦게 80년대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있는 경우가 그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나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노스탤지어의 구체적 대상이 되는 음악이라면 아무래도 록/메틀 팬에게는 꽤나 미국적이기도 했던 팝 메틀 또는 AOR 류의 음악이 특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정말 인기 있었던 몇몇 밴드들을 제외하고는 스래쉬메틀 등은 항상 마이너한 장르였다. 아무래도 차트를 휘어잡고, 지금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위 'rock ages' 의 추억을 줄 수 있는 밴드들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나는 Slayer의 팬이지만, Slayer보다는 Def Leppard나 Bon Jovi 등의 음악에 추억을 가지는 사람들은 Slayer에 추억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많을 것이다. 미키 루크가 출연했던 '더 레슬러' 를 보고 나서 추억을 토로하는 사람은 꽤 많았다.

그런데 사실 많은 경우 이들은 대단히 미국적인 사운드를 구사했다. (유럽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밴드들은 아무래도 맥락이 좀 틀릴 것이다) 그리고 컨트리가 록 음악과 결합되어 꽤나 인상적인 면모를 보였던 경우도 기억해 볼 수 있다. 거의 미국의 국민가요마냥 알려져 있는 'Hotel California' 의 Eagles라든가, Lynard Skynyrd, Allman Brothers Band 같은 훌륭한 록과 컨트리의 '블렌드' 를 기억할 수 있고, 사실 90년대 이후의 차트에서도 그런 밴드들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Hootie & The Blowfish나 Counting Crows 같은 밴드가 될 것이다. 물론 보통 알려진 밴드들은 80년대풍이라기보다는, 컨트리와 록의 '블렌드' 라는 면에서만 공통점을 보일 것이지만(이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어쨌건 최근에 팝에 대해 글을 쓰는 분들은 보통은 바로 '이 시대' 의 80년대풍 음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얼터너티브가 최소한 록 음악의 전면에 걸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요새에 특히 두드러진다고 생각하지만, '클래식 록' 의 컨벤션이 여전히 컨트리 앤 웨스턴과의 블렌드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Taylor Swift의 "Fearless" 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래미에서 최우수 컨트리 노래상을 타기도 한다지만, 사실 Taylor의 노래를 예전 존 덴버 등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과연 이 컨트리가 우리가 알고 있던 클래식 록 또는 AOR의 컨벤션과 얼마나 벗어나 있는 것인가? (일단 안경 쓴 아저씨였던 존 덴버와 비교해도 이제 갓 약관을 지난 아가씨의 외모는 확실히 구별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이 컨트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인가? 사실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컨트리의 음악적 완고함이 팝의 패턴화된 구조와 그리 멀지 않고, 흔히들 얘기되는 컨트리의 '보수성' 이 과연 팝이 흔히 빠지기 쉬운 미덕이자 함정인 휴머니즘과 얼마나 다를 것인가? 록 음악과의 블렌드를 제외하고, 전형적인 팝 음악으로서의 형태 외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컨트리를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록 음악이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기타는 들고 사진을 찍으신다. 적어도 컨벤션만큼은 낯익은 부분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래서 이 컨트리에 가까운 '락큰롤' 은 정말 이전의 락큰롤의 모습에 요새의 록 음악보다도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록 음악은 적어도 Led Zeppelin이 등장한 후 어느 시점부터는 록 음악 '이상의 것' 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록 스피릿의 담론 등은 그에서 파생되는 산물일 것이다. 락큰롤은 하지만 처음에 댄스에서 시작되었고, 80년대의 록의 컨벤션을 따랐다고 여겨지는 음악들도 팝 음악 이상의 것으로서의 '무거움' 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적어도 여기서 말하는 80년대의 음악은 그러하다). Lady Antebellum 같은 근래의 밴드들은 사실 분명히 '록적인' 리프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록/메틀의 거물들이 그런지의 시대를 거치면서 버렸던 번뜩이는 솔로잉 등도 과감하게 선보이는 면모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Robert 'Mutt' Lange은 참 의미심장한 인물이 된다. Def Leppard의 프로듀서이면서 Shania Twain의 남편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류의 '컨트리' 밴드들이 록 밴드라고 말하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더라도, 80년대 소위 '아레나 록' 의 적자들 중 하나는 오늘날의 컨트리 밴드라고 하는 것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Lady Antebellum. 솔직히 요새의 메인스트림 록 씬에서, 이만큼 'rocking' 한 밴드가 얼마나 될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post script :
내 취향을 스스로 생각건대 Taylor Swift의 음악이 꽤 맘에 들었다는 건 사실 좀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나온 포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