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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albums for December

며칠 지나긴 했지만 어쨌든 12월이 됐으니 반사적으로 생각나는 앨범들. 사실 December라는 단어가 밴드 네임에 들어간 이들 치고 A급을 찾아보기도 쉽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물론 없다는 건 아님) 어차피 매일 찾아 꺼내 들을 게 아니라면 12월이 된 기념으로 들어주는 것고 나쁘지 않다. 12월에도 뭐 이런 거 듣고 있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도 같은데, 항상 눈 덮인 산 꼭대기에서 간지폭풍 개다리춤을 추시는 Immortal 형님 등의 경우를 생각할 때, 역시 북구의 찬바람이 불어오는 시점이 블랙메틀의 제철일지도. 거기다 난 20대의 마지막 12월인지라... 쿨럭.


December Fog - In the Realm of Ancient Shadows...
인트로를 제외하면 단 두 곡 들어 있는 데모(나는 CDR 트레이드로 구해서 원본은 아님)인데다 벌써 1995년에 나왔으니 10년도 훨씬 더 된 앨범이지만, Raymond Wells의 여러 프로젝트들 중 하나라는 것에서 나름 이름을 날렸던 것 같다. Raymond Wells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Raventhrone과 Golden Dawn, Summoning 등에 참여했던 Pazuzu를 생각할 것. Metal-archives에 따르면 이 데모를 만들고 Raymond가 캐나다로 이민 가는 바람에 없어진 프로젝트라는데, 음악은 사실 9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가 그렇듯이 생각보다 건조한 리프에 키보드가 얹히는 스타일인데, 멤버가 멤버인지라 먹먹한 음질에도 불구하고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있다. 인트로가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Die Verbannten Kinder Evas의 데뷔작에 실린 것과 똑같음.


December - The Lament Configuration
이들도 말하자면 나름 이름 있는 인물들이 모인 밴드인데, 고등학교 때 Century Media에서 코어류도 참 많이 낸다는 걸 실감하게 해 준 Skinlab(Machine Head의 Rob Flynn이 레이블에 계약을 권유했다기도)의 기타인 Julian Peach가 참여하고 있고, 홍대 중고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 메틀 밴드 Cranium의 Jason Thomas가 참여하고 있다. 적고 보니 전혀 유명하지 않은 듯한데... 뭐 그렇다. Skinlab이야 이 밴드를 안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인생에 도움이 돼 본 적이 없는 밴드이지만 이 앨범의 경우... 사실 Devin Townsend가 프로듀스한 이상 음악은 뻔할 것이다. 소위 모던 스래쉬에 가까운 리프에 적당히 왜곡된 보컬이 실리는 음악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리프가 날카로운 맛이 있어서 나쁘지 않게 듣는 편이다. 이 정도면 앨범의 어디를 들려줘도 Skinlab의 가장 훌륭하던 시절보다 좋게 들릴 거라고 생각한다.


December Wolves - 'Til Ten Years
이들도 앨범마다 급격한 음악상 변화를 가져와서 좀 청자를 황당하게 하는 편인데, "Completely Dehumanized" 는 보통 얘기하는 'blackened-death' 스타일이었던 걸로 기억나고, "Blasterpiece Theatre" 는 본격 마릴린 맨슨 따라하는 사운드로 많은 팬들을 떨궈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국내 레이블(Hammerheart Prod.)에서 나오기도 했고, 미국 밴드인데 거의 pagan하기까지 한 포크풍의 블랙메틀 앨범이었으니 사실 주목을 좀 받았던 것 같다. 여유로운 분위기이지만 은근히 곡에 굴곡이 있는 편인데 리프메이킹이 아주 훌륭한지라 곡은 전혀 모나지 않게 흘러간다. 밴드의 가장 멜로딕한 앨범이기도 하다. 한 곡에서 조금 등장하는 여성 보컬을 맡은 Erika는 Autumn Tears의 그 분.


December Moon - Source of Origin
역시 홍대 중고점에서 쉬이 볼 수 있었던 앨범인데(영국 애들도 중고점에서 이 앨범 참 자주 보인다 하기도), 참 저렴해 보이는 앨범 커버이지만 무려 Spinefarm 발매작이다. 그러니까 이런 밴드가 Children of Bodom이나 Kalmah 같은 이들과 레이블메이트였다는 건데... 이들도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 Cradle of Filth의 Robin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밴드임을 생각하면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아닌게아니라 앨범 여기저기에 CoF식의 작풍이 보여지는데, 그래서인지 'filler' 식의 앰비언트 트랙도 등장한다. 평이한 스타일이기는 한데 무난하게는 들을 법한 멜로딕 블랙메틀 앨범이지만 그래도 간혹 빛나는 부분이 있어서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지도.


Katatonia - Dance of December Souls
언제부턴가 일반 음악 웹진에도 평론가 분들이 침 튀기며 칭찬하던 밴드가 되었지만, 좀 더 협소한 바운더리에서 다루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뭐 요새의 멜랑콜리하기만 한 세칭 '고딕' 밴드들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이 짧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게 어디 Katatonia 탓인가 싶다. 요새 음반을 멜랑콜리의 극치라고 격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밴드가 가장 음침하고 우울한 시절은 이 앨범이었던 것 같다. 키보드로 참여한 Dan Swano의 연주도 훌륭하다. 13분이 좀 넘어가는 'Tomb of Insomnia' 가 앨범의 백미. 그러고보니 이건 레이블도 No Fashion이구나,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다.


The Decemberists - The Hazards of Love
대충 밴드 네임은 '12월 인생들' 식으로 주워넘기도록 하자. 2009년에도 이런 중세풍 포크를 붙잡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일 것이고, 사실 근래에는 조금 비장미 풍기는 류를 주로 구해 보기는 했지만 이런 식의 좀 더 평화로운 '동화적인' 포크도 나쁘지 않다. 특히나 팜뮤트를 적절히 이용한 12현 기타 연주가 몇몇 곡에서는 요새는 듣기 어려울 식의 폴리포니를 구축하는데, 이게 보통이 아니다. 'Won't Wave for Love' 같은 곡은 피메일 포키라면 환장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예쁜 여성보컬도 등장한다. 사실 보통의 포크보다는 좀 더 프로그레시브함을 갖춘 앨범인데, 그래도 장르의 매력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앨범이다.

Katatonia - Tomb of Insom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