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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imony of the Creators

Interview with Peter Andersson of Raison d’être




Raison d’être의 Peter Andersson의 2004년 인터뷰.

[taken from Ikonen zine]


Ikonen : 먼저 자기 소개를 좀 해 주었으면 좋겠다.

Peter Andersson(이하 PA) : 나는 1970년 3월 20일생이고, 스웨덴 남동부 지방의 작은 마을인 Boxholm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Norrkoping의 대학에서 '문화, 사회, 미디어 프로덕션' 석사 과정을 다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인류학과 사회과학에 있어서의 광대한 연구의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프로덕션은 물론 영화, TV, 오디오, 라디오, 컴퓨터 기반 미디어, 박물관 전시회 등 현실적인 작업들도 포괄하는 것이다. 음악 활동과 공부 외에는 영화, 미술, 티벳 불교와 명상에 관심이 많다.

Ikonen : 스웨덴 언더그라운드 씬에 대해 얘기해 주겠는가?

PA : 지금은 잘 모른다. 많은 밴드들이 Cold Meat Industry와 관련되어 있고, 집에서 자기 컴퓨터들로 노이즈를 만들고 있는 더 어린 세대들도 있다.

Ikonen : 당신의 메인 프로젝트인 Raison d’être의 미학적 목표라면 무엇인가?

PA : 그건 표현의 자유이며, 어떠한 표현, 음악, 영화, 사진, 그림, 시 또는 다른 어떤 류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창조적인 도구를 사용할 자유이다. 오랫 동안 나는 음악을 만들어 왔지만 음악 외에도 창조적인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에 있다. 최소한 그것이 내가 Raison d’être를 시작할 때의 목표였고, 영화의 부분은 꽤 가까이 다가와 있다고 생각한다.

Ikonen : 어디서 프로젝트의 이름을 따 온 것인가?

PA : Carl Gustav Jung의 책 중 "the individuation is the raison d’être of the self" 라는 문장에서 따 온 것이다. 내가 Raison d’être을 시작할 때 나는 Jung의 저작들을 탐독하고 있었고, 그의 사유는 나의 삶과 작품 모두에 영향을 주었다. Raison d’être는 매우 존재론적인 용어이며, 매우 다양한 의미로서 사용된다. 나는 그게 아름다운 단어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그 단어에 대해 그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Ikonen : 당신은 Brian Eno 식의 앰비언트 음악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

PA : 내게 앰비언트나 사운드스케이프와 같은 용어는 자연이나 주변 환경의 소리에 대한 것이고, 그것은 이미 그 곳에 존재하고 있던 소리인 것이다. 그걸 녹음하려고 할 필요조차 없다. 해변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노라면 당신은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뱃소리, 동물들 소리, 바람 소리 등이 자연의 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Eno는 녹음된 소리와 자연적인 소리를 믹싱하는 것을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그것이 앰비언트 사운드의 녹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이미 존재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앰비언트 사운드를 녹음한다는 것은 또한 다른 이들도 굳이 특정한 환경에 있지 않아도 그것을 들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앰비언트라는 말이 생기기 전에 Eno가 "On Land" 에서, 그리고 다른 몇몇 뮤지션들이 몇 년 전에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내게 앰비언트는 존재하고 있는, 또는 어쩌면 사유 이상으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세상에 대한 대체물을 형성하는 한 방식이다. 내가 머릿속에 황무지의 풍경을 떠올린다면, 그러한 특별한 세상을 위한 앰비언트 사운드트랙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앰비언트 사운드트랙을 포함하는 전체로서의 이미지를 표상하는 일련의 사운드트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에는 비(非)앰비언트 사운드가 섞이거나 그에 우선할 수도 있다.

Ikonen : 순수한 사운드를 통해서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들을 전파하는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PA : 원칙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사운드로서의 음악 자체로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실연되는 맥락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문화적으로 매여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들과 심볼들은 거의 모든 경우에 전지구적인 것은 아니지만, Jung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되는 원형에 대해서 얘기한 바 있고, 아마 소리를 통해서 근본적이면서도 깊이 자리잡고 있는 생각들을 전파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Ikonen : 당신에게 음악적 작업의 시각적 재현(커버 등)은 얼마나 중요한 것이가?

PA : 시각적 재현은 종종 밴드를 접하는 최초의 부분이므로 중요한 것이다. 앨범의 아트워크는 그 앨범의 컨텐츠, 즉 음악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커버를 보고 음악을 들을 때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거나, 음악에 의해 색칠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라이브 퍼포먼스와 그 배경의 비디오 화면의 경우도 그러하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여져서는 안 된다. 숨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풀어내야 하는 수수께끼처럼. 최근에는 미니멀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나의 음악이나, 그 시각적인 면에서나 순수한 정신의 상태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Ikonen : 당신의 초기작에서는(예를 들면, "Prospectus I") 기독교의 코랄이나 챈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를 세상에 대한 어두우면서도 고딕적인 모습의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PA : 지금도 그것들은 사용되지만 그 빈도는 줄었다. 나는 그런 종교적인 요소를, 종교 자체의 심볼이 아닌 다른 의미로서 내 음악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 류의 요소들/심볼들은 외로움과 묵상과 같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이 내가 이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음악이 어둡고 고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음악의 결과를 보고 생각하자면, 당신처럼 생각하는 게 맞는 것이다.

Ikonen :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인 Atomine Electrine은 좀 더 테크노/트랜스 사운드에 가깝다. 테크노 씬과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

PA : 테크노/트랜스 씬과는 별로 관계가 없지만,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사운드에는 좀 더 관여하고 있다. 처음 음악을 들을 때부터 소위 'cosmic music' 의 팬이었다. Tangerine Dream과 Klaus Schulze가 어릴 때 큰 영감을 준 아티스트였다. 90년대에는 Orb, Aphex Twin, Future Sound of London같은 밴드들을 듣기 시작했고, 나는 그 밴드들이 테크노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내가 들었던 테크노에 가장 가깝고 테크노 씬과 관련된 이들이라면 그들이다.

Ikonen : 당신의 또 다른 프로젝트로 Bocksholm이 있다. Deusch Nepal의 Lina Baby Doll과의 콜라보는 어떤 컨셉으로 이루어졌는가?

PA : 이건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이다. Lina와 나는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3000명 정도의 주민이 있는)같은 마을인 Boxholm에서(그리고 이를 옛날 식으로 쓰면 Bocksholm이 된다) 자라났고 둘 다 이름이 Peter Andersson이다(Lina의 본명도 그렇다). 거기다 우리는 둘다 Cold Meat Industry에서 인더스트리얼 음악을 만들고 있다. 프로젝트는 Boxholm에서의 우리의 유년기에 대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들, 마을의 철제품들이나 주정뱅이들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사용한 사운드들의 대부분은 Boxholm에서 녹음된 것이고, 특히 철공소 주변이나 그 안에서 녹음된 것이다. 그래서 그 음악에는 여기저기에 Boxholm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Ikonen : 당신의 주된 레이블은 Cold Meat Industry이고, 그곳은 포스트-인더스트리얼 음악을 주로 내놓는 곳이다. 레이블 사장인 Roger Karmanik의 그의 산하에 있는 밴드들에 대한 영향은 얼마나 큰 것인가?

PA : 우리는 원하는 대로 음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만일 Roger가 그 음악을 안 좋아한다면 아마 그걸 CD로 내고 싶어하지 않을 거다. 보통 그건 문제가 되질 않는다. Roger는 음악은 물론이고, 그 사람도 맘에 들어야 그 밴드를 계약한다. 그는 끝내주는 음악을 하는 머저리들과 일하기보다는, 음악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괜찮은 친구들과 일하는 걸 더 좋아한다. 그가 이미 계약한 밴드들의 작품을 내길 거절한 건 몇 번밖에 되질 않는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를 말하지 않고, 뮤지션들은 그런 간섭 없이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게 된다.

Ikonen : 당신의 음악은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에서 샘플을 따 오는 것인가?

PA : 많은 것들이 내 음악에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는 모두 말이다. 그렇지만 영화나, 어떠한 다른 류의 이미지나 실제의 풍경도 나의 아이디어를 실체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황무지' 라는 단어가 내가 영감을 준다면 나는 황무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내가 현실에서나 영화, 다른 이미지에서 본 것에 의존하여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사람들은 내 음악이 영화음악으로 잘 어울린다고 매우 자주 말한다. 영화음악 요청도 몇 번 받았었지만 결국은 영화사들이 취소를 하더라. 요새는 영화에서 샘플을 따질 않지만 예전에 활동 초기에는 몇 번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운드로 작업하기를 더 좋아한다.

Ikonen : 당신의 라이브에서 당신은 황량한 장소들의 영상을 보여준다. 그에 깔린 의도는 무엇인가? 사진에 찍힌 장소는 어디며, 누가 찍은 것인가?

PA : 그건 청중들이 음악에 따라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Martin Pels가 사진을 찍었고, 그는 CMI의 슬리브에 들어가는 많은 사진들을 찍고 있으며, 우리의 라이브 배경을 위해서도 사진을 제공하였다. 사진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리아의 풍경이었다. 하나는 버려진 묘지의 사진이고, 하나는 녹슨 배들이 닻을 내리고 있는 오래 된 항구였다.

Ikonen : 가까운 미래에 DVD를 낼 계획은 있는가?

PA : 물론이다. Raison d’être의 DVD에 대해서 생각해 왔다. 계획은 있었지만 시간은 없었는데, 금년 말에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그럴 수 있길 바란다. 대학에서도 내 공부의 일환으로 시청각 자료들 작업을 하는데, 그것도 DVD로 나올 것이다. 지금은 황량한 장소들에 대한 시적이며 예술적이며, 동시에 존재론적인 짧은 영상을 작업하고 있고, 폴란드와 체코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녹음을 하고 있다. 특별한 사운드트랙을 만들 것이지만, 그건 Raison d’être가 아닌 Peter Andersson의 이름으로 나올 것이다.

Ikonen : 독일에서 공연하는 것과 스웨덴, 러시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공연하는 것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청중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PA : 러시아와 이탈리아는 꽤 비슷하다. 두 곳 다 멋지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독일인들은 좀 더 차분하지만 스웨덴 사람들만큼은 아니다. 최악은 영국인들이다. 그들은 설사 음악을 즐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얼른 공연장을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때로는 정말 나이든 사람도 있었다. 70넘은 사람도 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검은 엇을 입고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확실히 나라별은 물론이고, 같은 나라에서도 공연에 따라서 차이가 보인다.

Ikonen : Leipzig의 Wave-Gotik-Treffen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는데, 이 이벤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PA : Wave-Gotik-Treffen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구린 밴드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세계 각국, 심지어 미국에서도 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적격인 장소이다. CMI는 보통 전용 스테이지를 가지고 있다. 다행이다. 고쓰 밴드들과 섞이고 싶진 않으니까.

Ikonen : 독일의 인더스트리얼 음악 씬은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공연들이 좌익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우익적 움직임을 조장하는 것으로 비판된다. Raison d’être의 경우 그런 요소를 전혀 발견할 수 없지만, 당신도 다른 공격받은 밴드들과 같이 공연한 바는 있다. 이를테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Heilige Feuer" 페스티벌처럼 말이다.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우측 사진 : Heilige Feuer에서의 Allerseelen)

PA :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음악과 결합되는 경우에도 나는 그걸 정치로서보다는 미학적 표현으로서 바라보는 편이다. 다른 한편 나는 몇몇 뮤지션들과 청중들이 정치적 아젠다를 갖고, 그게 종종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오랫동안 별다른 문제를 가져오지 않았고, 정치적 입장이 같지 않는 많은 다른 밴드들과도 친구로 지내고 있다.

Ikonen : 인더스트리얼/네오포크 음악을 즐겨 듣는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

PA : 80년대 초부터 인더스트리얼을 들어 왔지만, 네오포크는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인더스트리얼의 경우는 Throbbing Gristle, Sozialistisches Patientenkollektiv(SPK), Lustmord 같은 옛날 밴드들을 즐겨 듣지만, 요새는 Organum, Ora, Troum 같은 이들을 가장 많이 듣는다. 그렇지만 더 이상 많은 음악을 듣거나 사지는 않는다. 그리고 인더스트리얼 외에 다른 음악도 듣는다.

Ikonen : 당신은 음악 외에도 미디어 디자인 등을 공부하고 있는데, 당신 음악의 인세로 살아갈 수 있는가?

PA : 인세로는 살 수 없지만, 내가 자주 공연을 하고 많은 앨범을 판다면, 음악만으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음악이 상업적인 스펙터클에 노출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일단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필요에 의해 음악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싶다. 돈을 벌려고 9시부터 5시까지 일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내 음악의 인세와 대학에서의 장학금으로 살고 있다.

Ikonen : 현재 및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PA : 지금은 사이드 프로젝트인 Necrophorus와 Stratvm Terror의 앨범의 제작 예정이다. 초여름에는 Atomine Elektrine의 앨범의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10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할 때가 됐다. 그런 뒤에는 Raison d’être의 새 앨범을 제작할 것이다. 영화 제작도 계속할 것이다. Raison d’être의 DVD도 내고 싶다. 이런 계획들은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은지라 많은 얘기를 할 건 없다. 내 생각에는 앞으로는 영상과 음악이 결합된 작업들을 많이 할 것 같다. 그건 내게는 꽤나 새로운 영역이고, 매우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