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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Personnel

Mayhem and Sodomy

우연하게 알아챈 것인데, Sodom의 "Obssesed by Cruelty" 를 듣다가 'Deathlike Silence' 를 듣고, 그 Deathlike Silence Production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잘 알려진 사실이었겠지만, 항상 몇 발자국은 늦게 알아채는 나로서는 새로 알게 된
사실인 셈이다. 하긴 Sodom은 스래쉬 밴드이기는 하지만, 블랙메틀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밴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장 Euronymous의 생전 인터뷰에서도, Sodom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앨범의 오프닝 송의 이름을 레이블명으로 했다고 생각하니 그 점은 아무래도 분명해 보인다. Fullmoon Prod. 와의 인터뷰에서 Euronymous가 이 앨범을 'Masterpiece of Black Stinking Metal' 이라고 칭한 바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이 이름을 꽤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레이블명들이 많지만, 'Deathlike Silence' 는 개인적으로는 그 이름들 중 가장 시적인 것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silence' 라는 단어를 음악 레이블 명칭으로 쓰는 것도 사실 역설적이고, - 블랙메틀을 굳이 '철학' 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 블랙메틀을 음악뿐이 아니라 거의 사회적 현상, 또는 그 이상으로 생각했 '다는' Euronymous의 입장에서는 - 이는 단순히 그 의미를 가진 용어뿐이 아니라, 일종의 내적 체험과 같은 메타포를 가진다고 생각한다(바타이유를 조악하게 참고). "모든 단어 중에, 그것은 가장 성도착적인, 아니면 가장 시적인 용어이다 ; 그것은 그 스스로의 죽음을 나타낸다."[각주:1]

Sodom이라는 용어 자체도 의미 있다. 물론 이 단어는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 에서 나온 것이다. 신은 소돔의 사람들에게 유황과 불을 내리어 심판하였고, 그 죄목 중에는 동성애까지 있었다고 한다. - 창세기 19장 24절-25절 참고. 그리고 Sodomy라는 용어는 특히, 레즈비언보다는 게이들의 경우를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억지스럽지만, Euronymous는 - 블랙메틀러들이 게이를 싫어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 이 'sodomy' 를 사악한 행위로서 지지하였다고 한다. 뭐, Euronymous가 게이였다기보다는, 일종의 사드적인 관점에서 이걸 바라봤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려는지도 모르겠다. 사드에게 'sodomy' 는 종래의 규범을 초월하는 행위의 극에 가까운 행위였다. 그러고 보면 'War and Sodomy' 는, 비록 부틀랙이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잘 지어진 이름인 셈이다.

다만, 사드와는 달리, Euronymous가 'sodomy' 를 일종의 무신론에 대한 증거로서 본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그를 사타니스트였다고 한다면 굳이 '무신론의 증거' 를 그가 들이밀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가 무신론자였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나는 뿔 난 악마를, 인간화된 사탄을 믿는다. 내 생각에 다른 모든 형태의 사타니즘은 쓰레기다. 나는 몇몇 사람들이 세상에 영겁의 평화를 가져다 줄 나름의 이상적인 길을 제시하고, 그것을 사타니즘이라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사타니즘은 종교에서 비롯한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종교적인 사람이니, 그의 이름을 오용하는 자들과 싸울 것이다. 사람들은 그 스스로를 믿도록, 개인주의자가 되도록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종교의 노예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Euronymous, 즉 Mayhem이 그렇게 기독교와 기존의 규범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sodomy' 를 그 무기로 휘두를 때조차, 그는 분명하게 기독교, 와 그에서 비롯한 기독교적 규범을 승인하고 있었던 셈이다.




  1. Georges Bataille, "Inner Experience" , State Univ. of New York Press. 중.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