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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albums 20120718

간만에 조금 바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가한 시절이다. 그리 길지는 않다는 게 아쉽기는 한데, 이 변화 빠른 세상에서 마음 편히 오래 쉰다는 건 어느 정도 연륜을 갖지 않고서야 쉽지 않을거다. 레비스트로스 마냥, 나는 그리 휴가 때 놀러 나가는 걸 즐기는 사람은 아닌지라 아마도 실내에서 나름의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도 다들 즐거운 여름 휴가 되시길. 뭐 이렇게 시작한다고 해서 다음에 나올 것들이 휴가를 위한 음악 같은 건 아니지만.



Tarrga - Lost and Archives I & II
Tarrga는 1985년에 결성된, 1986-88년경 활동했던 미국 밴드란다. 사실 metal-archives에도 별 정보는 없고(이 사이트에 아예 없는 밴드임) 라이너노트에 나와 있던 바이오에 의하면 보컬리스트인 Mike Black은 이후 Sick Lucy의 멤버로 활동했고, 기타리스트인 Johnny Roxx는 Guitar Player지에도 얼굴을 비추던 테크니션이라고 한다. 뭐, 레이블측의 광고에는 당시 LA지역의 가장 잘 나가던 언더그라운드 밴드 중 하나였다 하나 나로서는 확인해 볼 길은 없긴 하다. 다행히 음악을 들어 보니 그런 광고문구가 공치사는 아니었겠거니 싶다. 흔한 스타일이지만 멜로디메이킹은 괜찮고, Johnny의 테크닉도 발군이다.


Vetter - Vetterkult
무슨 음악이라고 얘기하기가 좀 어렵다. metal-archives는 이들을 포크 블랙이라는 식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들어본다면 알겠지만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포크적인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 다양한 모습을 가진 블랙메틀 밴드에게는 포크만이 아니라 훨씬 많은 모습이 존재한다. Deathspell Omega를 좀 더 느릿하게 만든 듯한 부분도 있고, Black Sabbath 풍의 둠적인 면모도, 의외스러울 정도의 슬럿지도, 거의 바이킹메틀 수준의 포크적인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러면서도 앨범이 상당한 수준의 응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아마도 최고의 미덕일 거라고 생각된다.


Of the Wand & the Moon - The Lone Descent
Saturnus는 "Veronika Decides to Die" 이후 새 앨범을 내고 있지 않고 있는 거에 비교하면 Kim Larsen은 Saturnus를 떠난 이후 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역시 Kim Larsen의 원맨 밴드이지만 아무래도 Kim이 네오포크 씬에서 쌓아 둔 인지도 덕분인지 게스트가 많고 화려한 편이다. 대표적인 건 DIJ와 협연한 John Murphy와 Sonne Hagal과 연주한 John van der Lieth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생각에는 전작보다 포크적인 면모는 좀 덜하지만 사운드는 훨씬 두터워진 듯하다. 특히 동명 타이틀 곡의 심포닉을 예전에 밴드에게서 들어봤던 것 같지는 않다.


Kreuzweg Ost - Gott mis Uns
Kreuzweg Ost의 기존의 음악이 martial의 전형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좀 더 전형에 충실한 편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밴드가 이전에 장르의 전형에서 약간의 실험적인 모습을 가져가면서 섞어내던 어두운 '유머' 를 걷어냈다는 느낌이 강하다. 뭐 그렇다고 해도 원래 이 장르가 밝았던 음악은 아니니 새 앨범이 기존의 이들의 스타일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건 또 아니다. 아무래도 이 정도 되는 양반들은 적어도 자신이 확립한 나름의 컨벤션에는 항상 충실하다. 사운드는 언제나 두텁다.


Arckanum - Helvitismyrkr
이 친구들이 Season of Mist를 가서 바뀐 건지, 아니면 레이블의 압박인 건지, 드디어 앨범 커버에서 트롤이 사라졌다. 트롤이 그 동네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인지는 이 동방의 나라에 사는 나로서는 모를 일인데, 적어도 이들의 경우에 '트롤' 이 그간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쨌든 이들의 빈티나는 모습이 확실히 덕분에 줄어들긴 했다. 음질도 Season of Mist에서 나온 앨범이어서 그런지 이들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그렇지만 스타일 자체는 전작들과 대동소이하니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Inspell - Arcadian Tales : The Egregore
Inspell은 불가리아 블랙메틀 밴드이다. 사실 이들에 대해서 아는 건 많지 않다. 2인조라는 거에다 이게 두 번째 앨범이고, 첫 번째 앨범인 "Fairy Tales: Chapter One" 이 보기 드물게도 안데르센의 동화를 컨셉트로 하고 있다는 정도인데, 앨범 제목을 보니 이 앨범은 안데르센과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레이블측의 광고 문구는 '아방가르드' 심포닉 블랙메틀이라는데 사실 그렇게 실험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Emperor의 2집을 지나치게 따라하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그래도 장르팬에게 호소할 만한 여지는 많이 가지고 있어 나로서는 꽤 잘 듣고 있는 편이다.


Kaevum - Natur
커버를 봐도 조금은 짐작가겠지만, 노르웨이 출신 pagan-black 밴드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NSBM인 것 같다(일단 Darker than Black에서도 나왔으니 확실히 그래 보인다). 다만 일반적인 NSBM보다는 예전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컨벤션에 좀 더 충실하다고 생각한다(특히 Ulver 초기와 비슷한 편이다). 음악은 요새 들은 이런 류의 블랙메틀 가운데에는 최상급이다. LP로만 나왔다는 게 아무래도 조금은 아쉬운 점.


Master's Hammer - Vracejte Konve Na Misto
이 분들이 2월에 앨범을 내셨던 걸 모르고 있었다. 나는 2009년작인 "Mantras" 도 얼마 전에야 구했는데... 저 앨범 제목은 "Put watering cans back in place"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밴드는 언제나 그랬지만 특유의 엑조틱함과 기이한 실험을 Bolt Thrower를 생각나게도 하는 리프에 실어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들으면 후기 Solefald가 이들을 의식해서 나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Part Nostalgia' 와 'Part Dementia' 의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가 더 메틀릭하다. 사실 "Mantras" 보다 듣는 재미는 좀 떨어지는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드라마틱해서 좋은 앨범이다. 하긴 이들은 "The Jilemnice Occultist" 를 만든 밴드다. 드라마틱에는 이골이 났을 게다.


Yes - Open Your Eyes
Yes의 후기작은 항상 망설여지는 물건인데 결국은 어찌 구하게는 된다. 1997년작인 이 앨범의 라인업상의 특징이라면 Billy Sherwood가 키보드를 잡고 있다는 점? 뭐... 그런데, Yes의 후기작에 큰 기대를 갖고 듣는 사람들도(전작들에 비해서 말이다) 그리 많지는 않을 거다. 개인적으로 'Universal Garden', 'Man in the Moon' 은 끝까지 듣기가 상당히 힘든 곡이다. 'Somehow, Someday' 같이 멤버들의 전작들을 되새김질하게 하는 트랙이 그나마 기억에 남긴 하지만 그래도 좋게 들리는 건 아니다. 솔직히 "Tormato" 보다 안 좋게 들었다.


Bonded by Blood - Aftermath
사실 이런 밴드가 아니면 개인적으로는 Earache 발매작들을 요새는 별로 살 일이 없다. 요새 활동하는 미국 스래쉬 밴드 중에서는 이 친구들이 최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밴드 이름은 Exodus 생각이 나게 하지만 정작 Forbidden이나 Testament와 스타일은 더 비슷하다. 스래쉬메틀 팬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것이다. 뜬금없이 수록된 Rage Against the Machine의 'Killing in the Name' 커버가 좀 어이없긴 하지만 한 곡 정도야 봐 줄수 있지 않나.



Bonded by Blood - The Afterm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