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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Sting - Songs from the Labyrinth

[Deutsche Grammophon, 2006]

Sting은 오랜 시간을 활동해 온 인물이지만 사실 내가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내게는 The Police에서의 모습이 더 기억이 진한 편인데, 사실 Sting이 본격적으로 솔로 생활을 시작한 것이 1985년("Brimstone & Treacle" OST까지 포함한다면 더 올라가겠지만)임을 생각하면 The Police로만 기억한다는 것도 Sting으로서는 억울한 일이기는 할 것이다. 그리고 물론 솔로작들에서 The Police에서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 바 있었으나(많이 들어본 것은 아님), 기본적으로 Sting은 '록' 뮤지션이었다고 생각한다(물론 록 이전에 팝스타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앨범은 도이체그라모폰의 마크가 붙어 있고, 다시 살펴보면 John Dowland의 곡을 다시 부른 앨범이다. Dowland는 정규 교과 과정 음악 교과서에야 안 나올 인물이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가로서 이만큼 잘 알려져 있는 이는 사실 그리 많지도 않다. 내 생각에는 Palestrina 정도의 인물이 아니면 더 유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든 이 앨범은 Sting의 앨범이니, Sting 얘기를 하자(뭐 이 양반은 클래식 앨범도, 재즈 앨범도 내 본 적이 있기는 하다만).

이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음악은 통상 Emma Kirkby, Ian Patridge 등 맑은 목소리를 빌어 노래되어 왔는데, 이 곡을 커버하는 것이 Sting이라는 것이 아마 가장 이색적인 점일 것이다. Sting의 적당히 허스키한 목소리는 덕분에 '클래식' 코너에서만 들을 수 있던 Dowland의 노래를 상당히 다르게 들리게 한다. 달리 얘기하면 클래식의 느낌보다는 포크(유럽적이고 남성적이라는 면에서는 '가끔' 네오포크 생각이 나기도) 송의 느낌이 강한 편이다. 아무래도 Dowland의 곡 중 가장 잘 알려져 있을 'Flow my Tears(Lachrimae)' 나 'In Darkness let me dwell'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는 가장 어두운 편인데, 나름의 줄거리에 따라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고, 라이센스반 수록 해설지에 가사까지 번역되어 있으니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지 않을 듯하다. 이런 분위기들을 아주 단촐한 편성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에 띄는 편이다. 아마도 이 앨범은 Sting의 여러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편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Sting과 Edin Karamazov의 류트/아치류트 연주 및 Sting의 목소리가 앨범의 전부이다.

흥미롭게도 Dowland가 살던 당시 궁정의 류트 주자였다는 Robert Johnson(블루스하시던 기타리스트 그 분이 아님)의 한 곡 'Have you seen the bright lily grow?' 가 중간에 실려 있는데, Dowland의 곡 사이에 이 곡을 하나 끼워넣은 이유는 모르지만 덕분에 곡은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 어째서 Dowland가 그렇게 원했었다는 Johnson의 후임 자리를 얻을 수가 없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아마도 Dowland가 류트를 치면서 허름한 집에서 만들었을(Dowland의 편지글만 봐도 이 양반이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을 것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을 듯하다) 곡들은 확실히 좀 더 염세적이다. 연주 사이에 많은 공간을 유보해서인지 - 하긴 르네상스는 폴리포니의 시대도 아니었다 - Sting의 보컬이 더욱 힘을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가사에서 느껴질 삶의 피로함을 재현하는데는 Sting의 적당히 쉰 보컬이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앨범은 모던 팝 뮤직이 '클래식' 또는 먹물 냄새 없지 않은 음악의 역사에 어떻게 포함되기 시작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시라 생각한다. 이 앨범이 아니고서야 중세 르네상스 뮤직이 현대의 차트에 올라올 일도 없었을 것이고, 이 앨범이 아니고서야 중세 르네상스 시절의 '클래식' 뮤직이 거의 포크에 가깝게 변모되어 나타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그러고 보니 Sting은 이런 식의, 앞으로의 '현대음악 교과서에도 나올 법한 시도' 를 꽤 하는 것 같다). Edin Karamazov의 류트 연주도 매우 훌륭하고, Dowland의 곡이 가진 멜로디 자체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찾기도 어렵지 않을 앨범이겠지만, 그런 부분을 생각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꽤나 재미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