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Darkthrone - The Underground Resistance

[Peaceville, 2013]

Darkthrone의 16번째 앨범이 나왔지만... 아무래도 근래의 Motorhead풍 블랙메틀 덕분인지 내 주변에서는 그리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하긴 Darkthrone이 관심을 딱히 많이 받았던 적도 없었다). 그런데 밴드의 근본이 근본인지라, 암만 Motorhead 말을 하더라도 Darkthrone의 사운드가 순전히 펑크적이었던 앨범은 사실 없었다. 밴드를 이끌어 나가는 건 Fenriz와 Nocturno Culto인데, 상대적으로 좀 더 펑크적이었던 Nocturno Culto에 비해서 Fenriz는 확실히 자신이 만든 곡에서 좀 더 정통 메틀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준 바 있었다. 2004년쯤이었나, Peaceville에서 "Fenriz Presents... The Best of Old School Black Metal" 을 내면서 Terrorizer지에서도 "Fenriz Presents The Best of Classic 80's Metal and Punk!" 라는 (작곡 전혀 안 하면서 이름 팔아먹는 프로젝트) 컴필레이션을 내 놓은 적이 있었는데, 거기 끼어 있던 밴드들이 Onslaught, Cirith Ungol 등이었음을 생각하면 Fenriz의 취향은 대충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이 앨범은 "The Cult is Alive" 이후의 밴드의 모습 중에서는 가장 정통적인 면모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밴드의 최근의 흐름이 있는지라, Nocturno Culto의 곡과 Fenriz의 곡은 확실히 작풍의 차이를 보여준다. 'Dead Early', 'Lesser Men' 같은 Nocturno Culto의 곡은 좀 더 펑크적이고, 'Valkyrie', 'The Ones You Left Behind' 같은 Fenriz의 곡은 좀 더 전형적인 파워 메틀의 구성을 취한다. "The Cult is Alive" 이후의 앨범들과의 차이는 펑크적인 곡들이라도 리프의 힘이 강해서인지 펑크 - 또는 Motorhead풍 - 보다는 초기 Anthrax나 Overkill 같은 밴드들이 생각날 정도로 메틀릭하다는 것이다. 'Leave No Cross Unturned' 는 밴드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13분동안 초창기 스피드메틀을 떠올리게 하는 곡의 구성도 그렇지만, 이 곡에서 Nocturno Culto의 보컬은 간혹 King Diamond를 생각나게도 한다(리프가 Mercyful Fate의 그림자가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Darkthrone이 오랜만에 예전 스타일에 가까운 앨범을 내놓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앨범 제목이 "The Underground Resistance" 다. 앞서 얘기한 Fenriz가 냈던 컴필레이션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멤버들의 취향을 전의 앨범들에 비해서 좀 더 다양하게 담아낸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가 거의 1984년의 헤비메틀 밴드들에 대한 오마쥬에 가까운 'The Ones You Left Behind' 같은 곡도 대표적이거니와, 앨범이 - 전체적으로 Darkthrone 특유의 바이브가 있지만 - 은근히 'Darkthrone치고는' 다양한 구석이 있다. Darkthrone의 곡 치고는 상당히 둠적인 색채가 강한 'Come Warfare, the Entire Doom' 의 모습이나 'Valkyrie' 의 어쿠스틱 모티브, (익숙한 미니멀과 더불어)앨범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건강한' 느낌의 파워 메틀풍 코러스가 Darkthrone의 앨범 하나에서 나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덕분에 앨범을 관통하는 분위기나 일관된 서사라는 점에서는 초창기 앨범들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바이브는 곡마다 공유하고 있고, 지금은 "A Blaze in the Northern Sky" 를 다시 기대할 만한 시대도 아닌 것 같다.

즉, 앨범은 Darkthrone의 근래 모습을 별로 기꺼워하지 않았던 팬들은 아주 좋게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사실 최근의 모습을 기꺼워한 이들이라도 어쨌든, 앨범 곳곳에서 확실한 펑크와 스피드메틀을 들려주고 있으나 대개는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 생각한다. 여담으로 이 앨범은 Darkthrone의 최근작들 중에서도 가장 음질이 좋은 편인데, 원래 좋은 음질이 어울리는 밴드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나름 다양한 구성을 가져가다 보니 나타난 선택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그렇다고 해도 음질이 결코 좋은 편은 아님). Darkthrone의 앨범들 중에서는 밴드의 팬이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사실 곡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좋게 들었던 앨범이다. 요새 넷상의 여러 이들이 다시금 'unholy trilogy' 를 기대하는 건(뭐 기대치는 높지 않지만) 그냥 하는 얘기는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