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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Samael - Lux Mundi

[Nuclear Blast, 2011]

"Above" 를 꽤 좋게 들었었다. 물론 "Ceremony of Opposites" 시절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음악이었지만, "Above" 는 한동안 블랙메틀에서 꽤나 멀어져 있던 Samael이 간만에 내놓은 블랙메틀다운 앨범이었다. Vorph야 항상 카랑카랑한 보컬을 들려주긴 했었지만 "Passage" 와 "Above" 사이에 나왔던 앨범들은 내 생각에는 훌륭한 '프로그레시브 사운드' 를 들려주긴 했지만, 훌륭한 '블랙메틀' 은 아니었다. 사실 "Passage" 도 블랙메틀이라 하기 모호하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중론은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Above" 는 (데스메틀적이기는 했지만)간만에 헤비한 트레몰로 리프를 들을 수 있는 Samael의 앨범이었고, "Passage" 보다는 확실히 그 전의 앨범들에 가까운 앨범이었다. 

"Lux Mundi" 또한 "Above" 이전의 앨범들보다 메틀릭하다는 점에서는 방향은 비슷하지만, 이 앨범의 차이라면 그 메틀릭함은 "Passage" 또는 "Eternal" 앨범에 더 가까운 것이라는 점이다. "Above" 에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기타 리프에 비해 뒤로 물러서 있던 키보드는 이 앨범에서 다시 특유의 심포닉함을 보여준다. Samael의 리프(특히 "Passage" 앨범)가 블랙메틀의 컨벤션과는 좀 벗어나 있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이런 스타일은 Hollenthon 같은 밴드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밴드가 밴드인지라 단순한 심포닉보다는 인더스트리얼적인 요소가 훨씬 강한 경우이다. 덕분에 리프의 힘에 훨씬 의존하던 "Passage" 보다 리프는 확실히 단순하고, 원래 리프 사이에 브레이크를 강하게 가져가는 밴드인지라 - 사실 Samael만큼이나 곡을 '그루브' 하게 만들 수 있던 블랙메틀 밴드는 없지 싶다 - 단순해진 리프는 가끔은 내가 코어 밴드를 듣고 있는 건지 하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 물론 그보다는 훨씬 복잡한 편이다. 

덕분에 앨범은 밴드의 최근의 어떤 앨범보다도 훨씬 'epic' 한 편이다. 밴드의 어떤 '블랙메틀' 앨범에 비해서도 키보드가 공격적으로 등장하는 앨범인데('The Shadow of the Sword' 같은 곡은 키보드만 떼어서 들으면 신스 팝 같은 부분도 등장한다) 덕분에 근래의 앨범들에 비해서 멜로디를 강하게 가져가는 앨범이기도 하다. 사운드가 사운드인지라 The Kovenant 등이 들려준 '인더스트리얼적인' 블랙메틀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곡의 구조에 있어서는 Samael이 더 복잡한 서사를 가져가기 때문에 그리 단순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모던한 사운드이기는 하지만 'In Gold We Trust' 같은 곡에서 등장하는 리프는 80년대 스타일에 더 가까운 편인데(그렇다고 블랙메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꽤 흥미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게 앨범 전체의 일반적인 경향은 아니지만, 이 앨범이 "Passage" 와는 어느 정도는 다른 스타일을 가져간다는 것은 맞는 편이다.

그리고 앨범 전체적으로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The Truth is Marching On' 같은 곡은 "Above" 와 비교해서도 확실히 공격적인 곡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 심포닉한 키보드가 사운드를 보다 두텁게 가져간다는 점인데, 이런 점은 일찌기 "Passage" 나 "Eternal" 을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스케일 커진 - 리프는 좀 더 단순해진 - 'Jupiterian Vibe' 같은 곡을 듣게 된다는 느낌이었는데, "Passage" 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아주 반길 만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Reign of Light", "Solar Soul" 같은 앨범은 익스트림메틀 웹진보다는 프로그레시브 웹진에서 극찬을 받은 반면 "Lux Mundi" 의 프로그레시브 진에서의 평은 그리 좋지 않은데, "Passage" 가 아무래도 프로그레시브 팬들이 좋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앨범이라는 걸 생각하면 나름 타당한 평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좋게 듣고 있다. 

post script :
1. 나름 Samael 팬이라고 자칭하는 편인데 이 앨범이 2011년에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다. 음악 챙겨 듣고 살기 힘들다. 
2. Lux Mundi는 '세상의 빛' 정도의 뜻이다. Ergo sum lux mundi. 



Samael - The Truth is Marching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