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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Branikald - Stormheit

[Blazebirth Hall, 1994]

Branikald야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 Blazebirth Hall에 속해 있는 밴드이다. 대충 Blazebirth Hall이 시작한 것이 90년대 초반이라니 나름대로 세계의 여러 블랙메틀 '서클' 들과 비교해 보아도 꿀리지 않는 역사의 서클인데, 어째 모양새가 ABMS(Austrian Black Metal Syndicate)를 좀 따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밴드들도 ABMS의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그 수준이 부족한지라(하긴 Abigor나 Pazuzu 정도 수준을 요구하는 건 확실히 무리다) 좀 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서클이 알려질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러시아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NSBM 서클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뭐, 생각해 보면 이런 식의 명칭이 붙은 블랙메틀 '서클' 이 있는 나라도 별로 없긴 하다. 그리스의 Golden Dawn이나 노르웨이의 Inner Circle, 오스트리아의 ABMS, 넓게 봐서 이탈리아의 ATMF 정도일 것이다.

뭐, 말이 서클이지 사실 Blazebirth Hall을 움직이는 이는 이 Branikald의 Kaldrad일 것이다. 이 양반이 참여해서 나오는 밴드들이 Branikald 말고도 Forest, Nitberg, Vargleide, Temnozor 등이 있으니 과장 좀 섞어서 사실상 이 서클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인데, 사실 이 밴드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비슷한 류의 블랙메틀 밴드들에 비교한다면)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아무래도 포크적인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는 러시아 블랙메틀의 분위기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Kaldrad가 이것저것 음악적 시도를 할 때마다 밴드 이름을 바꿔가면서 앨범을 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뭐 어떤 이름으로 나와도 판매고는 그닥일 것이니 크게 피해일 것도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 결과물들 중에 가장 '비정치적' 음악에 가까우면서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전형에 유사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는 예가 Branikald이고(Forest가 밴드 이름과 달리 얼마나 강한 정치색을 보이는지 생각해 보자), 그 중에서도 밴드의 사실상 첫 작품인 이 데모가 노르웨이 블랙메틀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Darkthrone와 Burzum의 그림자가 분명한 이 음악은 아무래도 데모인지라 비슷한 류의 음악 중에서도 특히 장벽이 높은 편이다(재발매되어도 이런 음악이 언제 음질이 좋아지던가). 철저히 모노톤의 기타 리프나 의도적으로 날카롭게 녹음된 듯한 드럼이 곡을 이끌어 나가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포크적인 요소와 5곡의 수록곡들 사이의 '약간의' 차이점이 그나마 앨범을 편히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면모이다. 오히려 이런 스타일이 앨범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차가운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에는 더 알맞게 느껴진다(가사를 러시아어로 쓴다는 것이 아무래도 러시아어를 모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서사를 논할 수 없게 만든다) '메이저 코드' 가 전면에 등장하는 'A Crushing Hammer' 가 앨범 전체적으로는 이색적인 축에 드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거칠고 근래의 복잡한 구조의 곡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적응하기 어려울 만한 음악이지만, 이 앨범은 1994년의 블랙메틀 데모이다. 요새의 블랙메틀과는 확실히 트렌드를 달리하던 시절이기도 하고, 사실, Branikald의 앨범 중에서도 이 만큼 확실한 위계를 보여주던 앨범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블랙메틀다운 심플하고 직선적인 구성의 'Celestial Clear Moonlit' 도 있지만, 날카로운 리프로 칼바람을 표현하는 듯한 'Kaldevind ' 같은 곡은 Branikald가 만들었던 곡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곡이라 생각한다. 1994년작 데모이지만 이미 Autistiartili와 Stellar Winter에서도 재발매되었던 데모이니(내가 갖고 있는 건 후자), 구하기는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