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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Personnel

방담 20140130

1. 2014년이 되었다. 된 정도가 아니라 구정 연휴가 되었는데 이제야 금년의 첫 포스팅이라니 뭔가 시간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요새 인생이 바쁘게 굴러가는 정도가 조금 지나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자초한 부분도 없잖으니 별로 할 말은 없다. 구정에 고향 가는 데 지하철로 한 시간 남짓이면 되니 몇 시간이나 운전해서 가야 하는 사람들보다는 적어도 연휴 동안에는 더 나을지도 모르는 삶이다. 늦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2. 뭐, 그렇다고 새해에 대한 노래는 별로 생각도 안 나고, 2월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그런 노래를 찾아내는 것도 좀 우습다고 생각한다. 겨울에 움츠러든 몸을 깨기 위한 노래 정도가 될 것 같다. 곡명부터가 그런 식이지만... 물론 이렇게 얘기하고는 있지만 곡 자체는 차가운 편이다. 
 

Black Lotus - Awaken the Seasons of Old(from "Harvest of Seasons")


3. 끼라는 게 종류는 좀 달리하더라도 피를 통해 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고, Nicolas Cage의 아들이 블랙메틀을 한다는 건 꽤 알려진 가십거리다. 예전에야 달랐지만 요새는 본인 영화는 나오는 대로 다 망하고, 재정 상태도 안 좋고, 아들이 머리 기르고 블랙메틀을 한다니 아비 된 입장에서 속내가 그리 좋았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Nicolas 본인도 Darkthrone과 Satyricon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덕분인지, Nicolas에게 영감을 받아 결성된 Cage라는 그라인드코어 밴드도 활동하고 있더라(2012년 EP의 이름은 "Saint Nicolas"...). 

그런데 의외일 정도로 아들이 하는 밴드 음악이 꽤 괜찮다. Eyes of Noctum은 Nicolas의 아들인 Weston이 결성한 밴드인데, Morbid Rose라는 듣도보도 못한 레이블에서 "Inceptum" 한 장의 앨범만을 낸 것 같다. 그런데 꽤 응집력 있는 리프를 갖춘 심포닉 블랙메틀을 연주하고 있고, 음질도 좋은 편이어서 솔직히 놀랐다. 셀러브리티의 아들이 하는 밴드인지라 선입견도 있었겠지만(서세원 아들이 심어줬던 인상 때문일지도...) 수준이 생각 이상이다. 
 

Eyes of Noctum - Phantasma Nocturna


4.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를 읽고 있다. 아무래도 요새 너무 무거운 책은 저어되기도 하고... 적어도 재기발랄한 건 확실한 책이니 틈 나는 대로 읽어도 무리는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세계관이 좀 괴이하긴 하지만 흡사 일리어드와 스타워즈를 짬뽕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드는 표제작은 물론, 스스로에 대하여 말하는 '꿈, 루키아노스의 생애' 등, 실려 있는 모든 작품들에서 확실히 터무니없고 스케일 큰 이야기를 묘하게 신빙성 있게 얘기하는 모습(그리고 신화와 현실이 뒤틀려 공존하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주도 친절하게 달려 있으니 희랍 신화에 문외한이더라도 대략 인물들 파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말하고 보니 엠페도 클레스 등 신화와는 상관없는 인물들도 많이 나오는 책이기는 하다. 

그런데 적고 보니... 앞에서 아주 바쁜 것처럼 적어 놨는데 그래도 책도 보고 살고 있으니 아직은 내가 살만은 한 모양이다. 

5. 친구 중에 故 Steve Jobs를 정말 닮은 친구가 있다(문제는 Jobs보다 20년 가량 어린데 외모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 친구는 검정색 상의를 거의 입지 않는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는 배제하고 생각한다면 정말 97~8%는 닮아 있지 않나 싶은데, 고인은 생전에 선도적 아이디어로 이름을 날리며 돈을 긁어모았다지만 이 친구는 신림동 쪽방에서 햇반에 참치캔을 반찬삼아 먹으며 명절을 보내고 있으니… 이런 걸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 명절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름대로 보내고들 계시겠지만, 다시 한 번, 다들 새해 무탈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