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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Symphony of Grief - Our Blessed Conqueror

[Wild Rags, 1995]


Symphony of Grief보다는 Wild Rags라는 레이블명이 더 유명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Behemoth나 Blasphemy, Ritual, Sigh 같은 거물들의 앨범을 낼 수 있었으니 꽤 고르는 귀가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이 레이블이 유명한 건 그 앨범들의 훌륭함 때문이 아니라 레이블 주인장의 바닥을 기는 경제관념 때문일 것이다. 뭐를 내더라도 돈 안 될 것만 골라서 냈으니 돈이 없을 건 이해가 간다만, 그렇더라도 Wild Rags만큼이나 돈 잘 떼먹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이블은 없었던 것 같다. Blasphemy의 "Fallen Angel of Doom" 정도를 제외하면 이들이 발매한 앨범들 중에서 후일 재발매된 것도 거의 없는 건 그래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Symphony of Grief는 그렇게 치면 꽤 불쌍한 경우에 속한다. 하긴 Nuclear Death 같은 밴드들도 눈에 보이는데 Symphony of Grief가 눈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 필라델피아 밴드는 그렇게 넘기기에는 꽤 눈에 띄는 음악을 하던 밴드였다. 90년대 초-중반의 둠메틀과 데스메틀의 경계에 느슨하게 걸쳐 있는 음악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프나 보컬의 스타일(Goreaphobia에서는 돋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음악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게 아니었나 생각된다)은 사실 초기 Incantation의 '음습한' 데스메틀을 떠올리게 하는 바가 있지만, Incantation보다는 좀 더 스트레이트함에 의존하는 면모가 있다. 그러면서도 드러머가 아니라 드럼머신을 이용한 사운드가 일반적인 데스메틀보다는 사실 Godflesh 같은 밴드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스트레이트하면서도 밴드의 음악에서 '음습함' 이 느껴지는 데는 그런 원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빠른 부분에서도 밴드의 연주는 템포가 빠르다는 점 외에는 일반적인 데스메틀의 컨벤션과는 좀 벗어나 있다.

덕분에 밴드의 사운드에서 일반적인 데스메틀 밴드 특유의 '빡빡함' 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데, 유감스럽게도 이 밴드가 Incantation 수준의 리프를 만들어낼 정도의 능력은 없는지라 리프만으로 빈 공간을 메꾸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밴드는 그런 '데스메틀로서의' 약점을 둠 메틀로 우회하여 해결하여 모습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빠른 템포의 'Toth Amon/Your Fallen Domain' 이후에 이어지는 'Wars of Vengeance' 부터는 사실 어느 정도 슬럿지에 가까운 둠 메틀을 강하게 연상케 한다(Godflesh스러운 드럼머신 사운드도 이에 기여한다). 조금은 'spooky' 하게 느껴지는 신서사이저 소품인 'Spectral Voice' 도 뜬금없게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Immortal Fluids' 의 인트로처럼 이어지는지라 앨범의 완결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둠적인 측면이 대단히 강한 '데스메틀' 앨범이지만, 생각보다는 좀 더 다채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앨범일 것이다.

이런 류의 음악이 꼭 그렇게 낯선 건 아니다. 똑같지야 않지만 Autopsy나 Asphyx, Incantation같은 밴드들에게서도 그런 면모들을 조금씩 만나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물론 완결성은 이런 밴드들이 훨씬 낫다). 때문에 이제는 꽤나 비싸져 버린 이 앨범을 굳이 찾아서 들어봐야 한다고까지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실, 2014년이니만큼 이런 '90년대' 의 센스가 넘치는 음습한 데스메틀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특정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 선호할 것이라고 말하기야 어렵겠지만, 무거운 사운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리프 자체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그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