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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Rosetta Stone - Foundation Stones


[Cleopatra, 1993]


The Sisters of Mercy도 인기가 없는 국내이고보니 Rosetta Stone의 앨범이 딱히 국내에서 주목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국내 유명 (중고)매장에서 지금도 먼지 쌓인(비닐은 뜯겨 있을 수도) 물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 앨범이 정규앨범이 아니라 하필 이들의 초기 작품들의 컴필레이션이라는 것도 한 원인일지도 모르겠다(게다가 레이블도 하필 그 Cleopatra다. 하긴 Cleopatra도 고딕/고쓰 앨범은 꽤 괜찮은 걸 많이 냈다) . Porl King과 Karl North가 처음으로 만나 Jam and Jerusalem을 결성했던 게 1984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도 고딕/고쓰 록이 생겨날 때부터 활동을 이어 왔던 밴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지금도 국내 검색엔진에서 Rosetta Stone을 검색하면 나오는 건 이집트의 그 유물과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뿐이다. 


그렇지만 Rosetta Stone은 앞서 말했듯이 1984년에 그 시작이 있었던 오랜 구력의 밴드이고(Rosetta Stone이란 이름이야 1987년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때이지만 Daniel Lazarus가 프로듀스를 눈독들일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던 밴드였다. Daniel Lazarus를 잠깐 설명하면 Mike Oldfield의 "Earth Moving", Joe Cocker의 "Civilized Man", Natasha Oldfield(Sally Oldfield의 가명)의 이런저런 앨범들, Tom Jones and the Cardigans의 "Burning Down the House"(말하고 보니 이건 싱글이구나) 등을 프로듀스하던 양반이었다. 뭐, 정리하자면 나름 메인스트림에서도 인정받던 양반이었던 셈인데, Rosetta Stone의 음악에서도 어떤 부분이 '먹힌다' 고 생각되었을지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솔직히 얘기해서 The Sisters of Mercy의 영향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표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The Sisters of Mercy의 'Heartland' 를 지나치게 차용했지 싶은 'Cimmerian' 같은 곡이 그렇다. 게다가 Madame Razor라는 이름의 '드럼머신'을 사용하는 밴드인지라, 사실 이들의 음악이 리듬감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드럼머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음악이 그리 꽂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음악이 적당히 '댄서블' 하고, 들어본 듯한 느낌이 꽤 강하기는 하지만 쟁글거리는 리프나 멜로디의 만듦새가 괜찮은 이들이라는 건 분명하다. 앞서 말한 'Cimmerian' 도 그렇거니와(사실 그 '차용' 의 느낌만 아니라면, 난 이 곡이 꽤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80년대 후반부터의 영국 고쓰 씬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팝송' 의 준수한 예들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사이트에서야 간혹 흘러간 밴드의 레어 앨범이라고 얘기되는 모양이지만(그렇게 얘기해도 가격이 비싸진 않더라) 국내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꽤 쉽게 구할 수 있는 앨범이니 The Sisters of Mercy나 The Mission 같은 밴드를 좋아했다면 한번쯤 들어보시는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