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Non-Metal

Lux Occulta - Kołysanki

[Trzecie Ucho, 2014]


"The Mother and the Enemy" 는 안 좋은 앨범이라고 한다면 조금 지나칠지 몰라도... 적어도 그 때까지 Lux Occulta를 좋아하던 이들에게는 전혀 기대 밖의 음악을 담은 앨범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Fleurety의 "Department of Apocalyptic Affairs" 를 좀 더 헤비하게 만든 앨범에 가깝다고 하겠는데, 그렇더라도 사실 앨범 초반부를 제외하면 앨범에서 블랙메틀/데스메틀의 매력을 느낄 만한 부분은 사실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재즈 바이브 강하면서 일렉트로닉스를 일정 정도 받아들인 메탈 앨범, 정도라고 하는 게 더 완곡한 표현일 것이다. 덕분에, 앨범에 대한 반응은 밴드가 생각한 것보다는 확실히 기대 이하였을 것이다. 덕분에 밴드는 해체했다가 재결성 뒤 싱글 "Dkmy"를 내기까지 12년을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작년에 "Kołysanki"가 나왔다.


앨범은 그동안 지난 시간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지만, 음악은 "The Mother and the Enemy" 보다도 더 황당한 수준이다. 이제 더 이상 블랙메틀이나 데스메틀이란 말은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 사용될 수 없다. 디스토션 걸린 메틀 리프가 남아 있긴 하지만, 댄서블 비트나 일렉트로닉스의 이용은 어떤 면에서는 댄스 플로어 뮤직에 가깝기도 하다. 'Samuel Wraca Do Domu' 같은 곡에서는 색소폰, 오르간은 물론이고, 20세기 초반의 재즈 소품이 등장하기도 하고, 'Karawanem Fiat' 등 앨범 곳곳에서 플라멩고 기타 연주 등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일견 퇴폐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는 Kirlian Camera 같은 이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밴드' 음악이 곡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 


덕분에 많은 밴드들이 보통 자신들이 기존에 해 왔던 스타일들을 결산하는 앨범을 발표하는 반면, 이 앨범은 Lux Occulta가 기존에 해 왔던 어떤 스타일도 들려주고 있지 않다. 굳이 연결점을 찾는다면, 예전 같으면 Lux Occulta가 메틀 연주 전에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삽입하는 인트로를 (기타 리프 좀 섞고 곡답게 만들어서)길게 늘이면 이렇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 정도? 물론 이렇게만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곡은 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곡을 구성하는 개개의 요소들도 조금씩은 왜곡되어 있다. 일렉트로닉 비트는 괴이하게 디스토션이 걸려 있고, 멜로디라인도 독특하며, 리프도 기존에 Lux Occulta가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신경질적이다'. 타이트한 맛은 전혀 없고, 오히려 앰비언트에 가까울 정도의 공간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고 보니 이 앨범에서의 Lux Occulta의 정확한 의도는 잘 모르겠다. 밴드는 앨범 발매 직후의 인터뷰에서, 영원한 잠을 자는 방식으로 꿈을 꾼다면 그건 죽음에 가까울 것이고, 아이들에게 그런 어두운 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불러주는 자장가라는 식으로 앨범을 표현한 적이 있는데(대충 봐서 정확하지는 않을지도), 과연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앨범의 커버가 잔혹동화에 가까운 모습임을 생각하면 이 앨범을 그런 자장가처럼 생각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앞서 말했던 댄스 플로어 뮤직의 느낌, 앨범 중간에 등장하는 프랑스어 여성 보컬 등은 이 앨범을 이국적이면서도 퇴폐적인 느낌이 들게 만드는 감이 있다. 그렇다면 밴드의 의도야 그렇다치고, 실제로 듣기에는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메틀 앨범은 아니지만,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처음엔 황당했었는데 듣다 보니 꽤 좋게 들을 수 있었던 앨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