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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Skramasax - Dark Powers

[S&M, 1991]


이름을 뭐라고 읽어야 하는지도 애매한 이 체코 밴드는 1991년에 본작만을 내고 해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가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걸 봐서는 해체까지는 아니고 앨범만 못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아니면 친목상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을지도). 그래도 이제는 체코 메틀 밴드라도 Shah나 Torr 정도의 밴드들은 꽤 이런저런 얘기들이 알려져 있지만, 이런 밴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딱히 없다. 음반들을 정리하다 문득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괴이쩍은 커버 아트만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커버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작자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뭔가 쓸데없을 정도로 내 눈을 응시하는 듯한 붕 떠 있는 아이의 얼굴이 그리 유쾌해 보이지도 않고, 딱히 내용물에 대한 이미지를 표상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음악은 사실 뻔하다. 사견이지만, Kreator나 Sodom 등 독일의 스래쉬 밴드들이 상대적으로 헤비함이나 음악의 공격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체코의 이 시절 스래쉬 밴드들은 좀 더 스피드에 치중한, 말하자면 스피드메틀과 스래쉬메틀의 중간 정도의 사운드를 구사하는 편인데, 이들도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특이한 점이라면 어쨌든 유럽 밴드임에도 미국 스타일의 스래쉬메틀을 의식한 연주를 하고 있다는 점인데, 가장 많이 생각나는 레퍼런스는 Metallica의 "Ride the Lightning" 이다. 물론 "Ride the Lightning" 을 스피드메틀이라 하기는 좀 어렵겠으나, 좀 더 리프를 심플하게 하면서 스피디한 리듬을 가져간다면 연상하지 못할 바는 아닐 것이다. 


사실 Metallica와 비교했다고 해서 그와 비슷한 수준은 물론 아니다. Metallica가 이미 "Ride the Lightning" 에서 상당한 수준의 구성력을 보여줬다면, 이들은 나름 빛나는 리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리프를 변주하고 좀 더 복잡한 구조(물론 프로그레시브 등의 얘기가 아님)를 구축하는 데는 솜씨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심플한 구조의 곡을 나름 준수하게 소화하는 능력은 충분해 보인다. 특히 David Macek의 기타가 인상적인 편인데, 'Smrtící znamení' 같이 꽤 길지만 뜯어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곡에서 드라마틱을 확보하는 건 전적으로 기타의 기량이다. 인상적인 멜로디 사이에 파워 코드를 이용한 공격적인 연주를 배치함으로써 곡의 단순함을 감춰낸다. 트윈 기타가 아닌 스래쉬 밴드들에게서는 드문 모습이기도 하다. Josef Puškáš의 약간은 안 어울리는 하이 피치 보컬만 아니었다면 'hidden gem' 정도로 쳐 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CD가 나온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LP로는 여전히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굴러다니는 모양이니 마음만 먹는다면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고 보니 레이블이 S&M이다(물론 이수만 씨의 거기 아님). 앨범 어디를 둘러봐도 레이블 주소는커녕 다른 정보들을 찾을 수가 없는데, 예전에 호주의 뭔가 맥빠지는 글램/하드 록 밴드 Bengal Tigers의 데뷔작이 여기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설마 이 레이블이 다른 앨범을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이래저래 이 체코 밴드도 음악인생 정말 안 풀렸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