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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Megadeth - Endgame

[Roadrunner, 2009]

내가 Megadeth를 처음 알았을 때일 것이니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물론 내가 나이가 많다는 뜻은 절대로 아님), Megadeth가 "Countdown to Extinction" 을 낸 것이 아마도 1992년이었을 것이다. 아마 밴드가 좀 더 유연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 것은 그 때부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여기서 '유연한' 은, 'flexible' 외에 'lighter' 의 의미이기도 하다) "Risk" 까지는 최소한 이러한 경향성은 유지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러한 흐름을 밴드가 반전시킨 것은 (다들 알다시피)"The System Has Failed" 일 것이다.(난 사실 "The World Needs a Hero" 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물론 단순히 흐름을 반전시켰다는 것은 이들이 80년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가?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Endgame" 을 빛나게 하는 것은 'The Hardest Part of Letting go...Sealed with a Kiss' 같은 곡의 감성적인 면모보다는 밴드 특유의 드라이브감이 빛나는 부분일 것이다. Mustaine의 리프 메이킹은 인상적이라 할 만한 면모를 보여주고, 또한 중요한 것은, Nevermore를 거친(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Jag Panzer를 거친) 새 기타리스트 Chris Broderick이다. (난 앨범 해설지에서 나온, Chris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Dialectic Chaos' 등의 트윈 기타 연주는(밴드의 다른 앨범도 그렇지만) 거의 프로그레시브 메틀에 나올 법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함이라는 면모에서 말이다. 동시에 '44 Minutes' 나 'Bodies' 같은 트랙은 그보다는 좀 더 전형적인 미드템포 스래쉬메틀에 가깝다. 돋보이지는 않지만 Shawn의 드럼과 James의 베이스도 매우 탄탄한 리듬 섹션을 구축한다. 물론, 트윈 기타의 리프가 쉬어가는 부분에서는 직접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특히 '1,320' 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이 곡에서 - 'Hangar 18' 보다는 - 'Mechanix' 를 솔직히 떠올렸다. 물론 그와는 많이 틀리기는 하지만.

하지만 밴드는 90년대에도 활동한 이들이다. 전형적인 스래쉬메틀 트랙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44 Minutes' 같은 곡이 보여주는 분명한 그루브는 밴드의 90년대에 사실 더 알맞을 것이다. 'Bodies' 도 아마 "Youthanasia" 앨범에 수록되었으면 잘 어울렸을 곡일 것이다. 'The Right to Go Insane' 은 좀 더 모던하다. 'Endgame' 같은 곡에서 생각나는 것은 Iron Maiden 식의 에픽 스타일이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90년대식으로 재해석된 스타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을 "Rust in Peace" 와 비교하는 것은 분명 조금은 문제가 있다. 비슷한 것은 Marty Friedman이 했던 만큼이나, Chris 또한 'shredding' 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Chris보다는 Marty의 솔로 메이킹이 그래도 더 개연적인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Dave가 솔로잉에 그리 많은 힘을 쏟지 않고 있음을 생각하면, 아마 Chris의 솔로 메이킹이 주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Dave는 너무 스스로의 예전 모습을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은 남는다. 나는 그의 보컬이나, Chris에 비교하자면 조금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 솔로잉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혈기왕성한 음악 스타일 외에, '혈기왕성한 메세지' 까지 의식적으로 넣으려는 느낌이 든다. 과도하지 않지만 날카롭게 지적하는 면모를 보였던 밴드의 영광된 시절을 생각할 때 그러한 것이겠지만, 앨범이 보여주는 서사는 밴드의 자기복제에 그친다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when it's dog eat dog you are what you eat' 같은 구절은 사운드에 함몰되고 만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Dave는 최근에 음악 작업 하느라 신문을 자세히는 읽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앨범 커버는 아마도 분명 관타나모 수용소의 모티브일 것이지만, 가사는 이를 'critical' 하다 부르기는 빈약하다) 그래서, 나는 앨범에 전적인 지지는 일단 유보한다. 하지만 분명, 앨범은 밴드의 커리어 전체를 돌아보아도 가장 강력한 앨범으로 꼽힐 만한 앨범이고, 사실, Megadeth의 이전 모습이 이지적이었을 뿐, 지금의 그들이 멍청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밴드는 매우 약간의 비틀거림을 제외한다면, 공룡 밴드로서 스스로의 지난날을 회고하는 모습으로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밴드는 스스로의 마일스톤을 하나 더 만들어낸 것이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집에서 혼자 기타 연습하면서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정말 치기 싫어지더라. '기타 키드(라고 쓰고 아저씨라 읽는다)를 좌절시킬 수 있는 헤비메틀 앨범', 근래 보기 쉽지는 않다.

11월 3일에 나온다는 Slayer의 새 앨범이 과연 이만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솔직히 그럴 것 같지 않다. 나는 항상 Megadeth보다 Slayer를 훨씬 더 좋아했지만. 진심으로, 내가 틀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