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Exence - Hystrionic

[Punishment, 2009]

Punishment Records는 원래 상당히 올드한 스타일의 스래쉬메틀에 특화된 곳인데(일단 나오는 밴드 생긴 거만 봐도 상당히 지저분하게 생겼다), 그걸 생각하면 이 커버는 사실 당혹스러운 감이 있다. 그리고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기타리스트 Federico Fuleri는 Vision Divine의 그 친구이니, 레이블에 상관없이 이들을 세칭 '올드스쿨' 스래쉬라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런 스타일이었다. 결론적으로는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지만(뭐, 난 스래쉬를 듣고 싶었으니까), 음악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스래쉬가 아니었을 뿐이다.

밴드의 음악은 프로그레시브 데스라고 해야겠지만, 좀 더 정확히 얘기한다면 'Death 스타일' 이라 해야겠다 - 말하고 보니, 스래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밴드는 Chuck Schuldiner의 유산에 매우 충실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 생각에는 특히 "Individual Thought Patterns" 이후의 Death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구별되는 것은 근래의 소위 프로그레시브 데스 밴드들이 예테보리 멜로딕 데스의 느낌을 강하게 받아들인 것에 비한다면, 이들은 전형적인 멜로딕 데스의 모습을 전혀 따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Punishment Records는 분명 이들의 스타일과 맞지는 않지만, 이 정도 '올드'(보통 사용하는 의미에서가 아닌)하다면 레이블 입장에서도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보컬인 Massimiliano를 제외한다면, 데스 메틀 밴드 출신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음악도 그렇거니와, 역시 Chuck과 비슷하게 들리는 보컬로 시작하는 'We Will Never' 부터가 Death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편이고, 특히 주가 되는 것은 역시 Federico의 기타인데, 깔끔하면서도 어찌 들으면 건조하게까지 느껴지는 톤은(내 생각이지만, 정말 Jackson다운 톤이다) 물론 Chuck의 그것과는 조금은 틀리지만, 밴드의 테크니컬한 면모를 생각한다면 이해되는 부분이다. 솔로메이킹에 있어서는 Vision Divine에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 보컬 멜로디라인이 좀 더 약한 스타일이니 이는 아마 필연적일 것이다. 'In Eternal Dynamics' 나 'Spirit Crusher' 는 좀 더 노골적으로 "Individual Thought Patterns" 의 모습을 따라간다. 인터뷰 등에서 확인해 보진 못했지만, 'Symbolic Act' 는 곡명만으로도 Death에 대한 리스펙트를 표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곡 부터가, 'Symbolic' 과 'Flesh and the Power It Holds' 의 교잡이다)

다만 Death 트리뷰트 밴드 아니냐는 식의 비아냥을 피해가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나(사실 그 정도의 카피캣은 아니다), 확실히 2009년의 앨범답게 사운드상으로는 Death의 그것보다는 좀 더 모던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앨범에 대해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Death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에 철저하게 맞춰진 곡 구조나 리프메이킹 안에서 간혹 불거지는 코어풍의 사운드는 문득 청자를 집중시키는 면은 있지만(밴드는 자신들이 영향받은 밴드로 Death 외에도 Pantera를 언급한 바가 있었다), 달리 얘기하면 흐름을 끊어놓고 있다는 의미이겠다. 복잡하게 구성된 섹션 도중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호방한 느낌의 기타 리프는, 아이템 자체로는 나쁘지 않으나 서로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처음에 이야기한 부분이지만, Massimiliano Pasciuto의 보컬은 뛰어나지만, 그 음색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다(나는 원래 Chuck의 하이 피치 보컬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근에 Cynic이나 Pestillence, Atheist의 재결성 등을 생각하면 Chuck Schuldiner의 부재가 아쉽지 않을 수 없으니, 이들의 존재는 사실 예전 Death의 팬이라면 가지게 될 '기시감' 만으로도 꽤나 반가운 일이기는 하다. 그리고 어쨌든, 이들에게 아쉬운 점은 'Death에 비해서' 그러한 것이지, 사실 이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도 매우 인상적이다. 테크닉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신예 데스메틀 밴드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밴드명은 원래 'Essence' 에서 변경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가 그대로라고 한다면 이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이름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런 앨범을 들으면 또 기타 키드(또는 아저씨)로서는 기타 치기 참 싫어진다. 휴.

Post Script :
여기에는 굳이 적지 않았지만, 가사를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이 친구들 Death 정말 좋아했나 보다. 리스펙트가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