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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Mekong Delta - Lurking Fear

[AFM, 2007]

적어도 메틀에서, '프로그레시브' 란 라벨이 붙는 뮤지션들 만큼이나, '천재' 소리 듣는 이를 찾아보기 쉬운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비르투오시티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이니만큼, 보통은 이 장르의 이들은 숙련된 뮤지션들인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그러면서 적당한 송라이팅을 확보한다면 더욱 인상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Ralph Hubert도 그러할진대, 물론 Mekong Delta를 오늘날의 프로그레시브 메틀과 같이 분류하기에는 많이 어렵지만, 그래도 이 인물이 보여주는 '프로그레시브' 가 인상적이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니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Mekong Delta를 스래쉬메틀 밴드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Dances of Death" 나 "The Principle of Doubt" 같은 앨범을 그냥 스래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 오랜만에 나온 이 앨범도 그런 면에서는 동일하다. 앨범 커버로 보아서는 "Dances of Death" 를 따라가려는 인상을 주지만 - 'Purification' 은 분명히 이 앨범을 따라가는 모양새이다 - , 정작 앨범은 어느 앨범을 따라간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듯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분명히 "The Music of Erich Zann" 일 것이다. 아마도 그건 "Dances of Death" 를 스피드 업한 앨범의 드라이브감 때문일 법한데, 보컬이 Doug Lee가 아니라는 게 "Dances of Death" 와는 다르게 들리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Doug Lee가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것이 내 기억에는 "Vision Fugitives" 이니, 이 정도면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라고 해도 아주 이상할 것은 없겠다. 중요한 것은, "Dances of Death" 를 생각나게 하면서도 "The Music of Erich Zann" 이 생각나게도 한다는 것이다. Mekong Delta의 앨범들은 어느 정도 일관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 두 장의 앨범은 상당히 판이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범은 분명한 Mekong Delta의 앨범이면서도 끊기는 호흡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하다. Leo의 보컬은 Doug Lee만큼이나 하이 피치는 아니지만 - 물론, "Vision Fugitives" 에서의 Doug의 보컬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 분위기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히 같은 부분이 있고, Uli Kusch는 역시 이 앨범에서도 훌륭한 드러머이지만, 앨범의 초반 곡들은 "Dances of Death" 앨범에 비해서는 성급하게 완결짓는다는 느낌이 있다. 굳이 얘기한다면 좀 더 긴 곡들로 만들어야 할 것을 짧게 줄이다 보니 생겨나는 콘트라스트가 별로 청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는 느낌. 그래서인지 밴드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히 Ralf Hubert이지만,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Peter Lake의 기타이다. 물론 그는 Theory In Practice의 멤버였으니 Mekong Delta의 멤버로서는 가장 신인이었던 셈인데, 원래가 Meong Delta스러운 밴드였고 아무래도, 이런 저런 기타 리프의 아이템들은 그에게서 나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역시 Mekong Delta는 단일 멤버가 돋보이는 밴드는 아니다. 적어도 "Vision Fugitives" 때부터는 어느 정도 노골화됐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나름의 '클래시컬 무드' 의 추구는 개인이 돋보일 만한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이들이 스래쉬 메틀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해도, 나름의 지향점은 꽤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를 테면 이들이 노리는 것은 '카오틱' 한 소노리티의 구현이랄까, 싶어 보인다. 굳이 커버하는 작곡가들도 무소르그스키나 쇼스타코비치라는 것도 그렇다. 무소르그스키는 당대의 누구보다도 사실주의적인 작곡가였고, 대담한 면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 소위 '예쁜' 사운드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치면 부클렛에 적힌 Ralf Hubert의, 우리는 심포니가 우리의 곡을 연주할 수도 있도록 만든다는 언급은 좀 다른 의미의 '클래시컬' 인 셈이다. 헤비메틀 스타일과 '클래식' 사이의 줄타기를 어떻게 할 지는 앞으로의 문제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는? 줄타기 자체는 그래서 꼭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밴드의 독자적인 방식은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이 좀 더 메틀릭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