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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Gravdal - Sadist

[Unexploded, 2008]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전형! 식이라는 광고문구에 혹했던 경우인데, 사실 커버는 보이는 바 같이 그리 노르웨이답지 않은 편이다. 물론 곡명들이 노르웨이 출신임을 말해 주고 있긴 한데, 어쨌건 저 커버가 살짝 불안감을 주기는 하지만 - 일단 나는 컬러 커버 자체를 원하지를 않았다 -  Aeternus 출신 '이라는'(이렇게 쓰는 이유는, Aeternus에 이런 기타리스트가 있었나 싶어서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앨범에는 없다/metal-archives에 따르면, 현 드러머 Terris가 이 밴드에서도 연주하고 있다는 외에 기타리스트의 언급은 없다) Phobos가 이 밴드를 주도하고 있으니, 노르웨이 스타일임은 의심치 말자.(문제가 있다면 나는 2집 이후로는 Aeternus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지만, 참 읽기 힘든 저 밴드 로고도 이들의 출신을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저 광고 문구는 이런 미심쩍음을 생각한다면 - 아니, 생각지 않더라도 -  아주 정확한 편이다. 28분 가량의 앨범을 들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Carpathian Forest와, "Twilight of the Gods" 시절의 Gorgoroth 정도인데, "Shadows of Old" 이후부터의 Aeternus와는 놀랍게도 많은 차이가 있다. "Shadows of Old" 부터의 강력함 위주의 음악과는 달리, 사실 Aeternus의 초기작들은 포크적인 패시지들을 중간중간 갖고 있으면서 'pagan' 한 맛을 물씬 풍기는 음악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 물론 많이 틀리기는 하지만 - 이 앨범은 그 시절의 음악들을 좀 더 생각나게 하는 면이 있다. 특히나, 이 앨범을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전형을 따라가는 앨범이라고 할 때 가장 잘 들어맞는 곡인 'Tomhet' 은 더욱 그렇다. 곡명이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중간중간 Burzum을 생각나게까지 하는 선 굵지만 간결한 리프가 주가 되는 곡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앨범의 프로듀서가 Herbrand Larsen(맞다, 근래의 Enslaved에서 멜로트론을 담당하는 그 멤버다)라는 것에 잠깐 주목하자. 그의 입김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앨범은 후반부로 갈수록 좀 더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일단 밴드의 리프부터가 꽤나 비전형적인 식으로 구성된다(가장 대표적인 예는 'Den Kalde Marsjen Hjen' 의 메인 리프일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기본적으로는 위에서 말한 'Carpathian Forest'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이런 류의 리프에는 역시 괴팍한 리듬이 어울릴 것이다. 이만큼 트레몰로를 긁어 대는 앨범에서 이 만큼 템포 체인지가 잦은 앨범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주의할 것은 그렇다고 이 앨범이 '프로그레시브'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밴드는 개별 곡의 서사보다는 사운드가 주는 위계 자체에 주목한다고 생각한다. 앨범의 음질이 생각 이상으로 훌륭한 터라 모든 파트가 명확하게 들리지만, 튀는 파트는 딱히 없다는 것도 그렇다. 그나마 가장 튄다 싶은 파트는 Galge의 보컬인데, 엇나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꽤나 훌륭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Lidelse' 의 코러스는 '사람 같이 노래하는 이 거의 없는' 블랙메틀 씬이라지만, 어떻게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 쯤 되면 이 앨범을 '올드하다' 고 말하려다가도 그렇게만 표현하는 건 조금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을 듣고 좋아할 사람들은 그래도 물론 처음에 적은 광고 문구에 열광할 만한 사람들이고(그런 면에서 저 광고 문구는 어느 정도 정직한 편이다), 앨범에서 그다지 새롭게 느껴질 만한 것은 물론 '없지만', 그래도 앨범은 그 익숙한 요소들을 나름대로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엮어내고 있는 셈이다. 사실, 볼륨을 키워 놓고 들으면, 트레몰로 리프 뒤에 살짝 가려진 이런 저런 요소들을 좀 더 발견할 수 있는데, 과연 블랙 메틀을 이런 식으로 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꽤 재미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거기부터는 듣고 생각해 보시라 정도로 해 두는 게 나을 법하다. 앨범은 29분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니까, 그 정도 정신집중은 건강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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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 myspace에 가 보니 의외일 정도로 여성들이 많이 친구로 등록되어 있다. 나름대로 '물 관리'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