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명칭이야 만들기 나름인지라, 나름대로 음악을 따라 듣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단어를 접하는 건 흔한 일이다. 이들도 그러한 셈인데, 'funeral folk' 라는 장르명도 낯선 것은 물론이고(밴드 스스로는 'pagan belgopsych' 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블랙메틀 팬들은 많이(아닌가..) 그러할진대, "Wolf's Lair Abyss" 의 첫 곡명 때문에 이들에 눈길이 가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잘 보면 밴드 이름은 Sylvester Anfang '2' 이다. 물론 Sylvester Anfang 이후에 바꾼 밴드 명이라는데, 그렇다면 사실 Amon Duul 2를 떠올리는 게 무리도 아닐 것이다. 그럼 밴드는 무슨 스타일인가?
음악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Amon Duul 2에 가깝다. 이들을 일반적으로 'funeral folk' 라고 한다면, 사실 포크적이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임프로바이징이 많이 들어가고, 상당히 사이키델릭한 음악이다. 주의할 것은, 여기서 '사이키델릭' 이라 함은 우드스탁 시절의 그것과는 아무래도 느낌이 틀리다는 것이다. 굳이 얘기한다면 헤비함을 어느 정도 덜어 낸 Iron Butterfly가, 사타닉한 에토스로 어쿠스틱한 연주를 한다는 느낌인데(물론 이런 식의 표현 자체가 이해하긴 어렵긴 하다만), 워낙에 임프로바이징이 강한 탓에 엇나가는 부분은 많다. 어쨌건, 스스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들만큼 그 당시의 사운드를 열심히 재현하는 경우도 보기 드물다. 이들이 컬트를 만들어간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지난 시대의 방법론으로 컬트를 꾸려 나가는 보기 드문 경우인 셈이다.
물론 이들은 이 시대의 밴드이다. 고풍스러운 톤을 끌고 나가는 것은 식상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그 시절의 '그것' 보다 훨씬 자유도 있게 사운드를 끌고 나가는 점은 이를 의도한 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밴드의 사운드는 사실 전술한 '그것' 보다는 물론 더 두터운 편이다. 에코 잔뜩 걸린 보컬도 그렇고, 퍼즈와 피드백을 (중간중간 과도할 정도라고도 생각되는)워낙에 많이 사용하는 덕에 - 사실 그래서 Jimi Hendrix를 얘기하는 이도 봤다만, 그렇게 에너제틱하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얘기하기에는 워낙에 미니멀한 부분이 많다 - 임프로바이징과 맞물려 형언하기 어려운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B급 공포영화풍 일렉트릭 올갠 연주나, 조금씩 어긋나는 템포의 챈트 등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조금 과장하면(후술하는 바 같이, 리듬 파트를 제외한다면), 밴드가 전체적인 사운드를 끌고 나가는 방식은 그 자체로는 넌센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에서 길을 잡아가는 것은 매우 헤비한 드론 베이스 연주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크라우트 록의 사운드와도 또한 흡사하게 느껴진다 - 사실 Amon Duul 2가 생각나는 것이 단순히 밴드명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 어찌 생각하면 단순하지만 명확한 리듬 파트 위에 매우 모호한 사운드가 얹혀진 자체가 아주 'ritual' 한 느낌을 주는데 - 'Ossesaaddans' 같은 곡의 동양적 느낌의 톤도 그러하다 - , 밴드의 컨셉 자체가 이와 무관하지는 않음을 생각하면, 이런 방법론은 밴드 자체에게도, 거의 40년 전의 스타일을 재현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꽤나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에서 밴드는 'The Wicker Man' 같은 영화도 언급한 바 있었으니 이런 생각이 그리 뜬금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밴드가 사실 꽤 재미있는 이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Boom Van De Erste Menstruatie' 같은 곡은, 무미건조한 친구가 만들 수 있는 곡이 아니다. 앞으로 이들은 계속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