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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ic Scope

[Cinema] Perversion Story(aka Una sull'altra)

그래도 가장 유명한 지알로 감독을 뽑으라면 아마 Dario Argento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Lucio Fulci가 더 지알로에 어울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유는 사실 별 게 없는데, Argento의 '멋진 색채' 의 영상보다는, 말 그대로 고어에 가까운 Fulci의 영상이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Fulci의 '첫 번째 지알로 작품' 식으로 보통 설명되는지라, 주목하 가치는 충분히 있는 편이다. 사실 내가 음악이든 영화든, 본의 아니게 자주 겪는 편이지만, '고어스러운' Fulci를 좋아하는 내게는 이 영화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 영화는 지알로의 전형적인 형태, 가 아니라 호러물이라고 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City of the Living Dead" 같은 작품을 생각해 보면, 이 영화가 Fulci의 작품이라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울지도.


그래서 영화는 당대의 이탈리아 영화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다. (배경부터가 일단 샌프란시스코이다)개인적으로는 Hitchcock의 "Vertigo"(뭐, 익숙하게 "현기증" 이라고 하자) 같은 작품이 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오프닝은 "Psycho" 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배경도 샌프란시스코고, 어쨌건 '죽은 여성' 의 이미지가 중심이 되지 않던가. 이 영화가 지알로로 통상 분류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는 일정한 틀을 잡은 뒤, 이를 영화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에서만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일반 지알로물 식의 연쇄살인마 등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이 영화에 살인이 등장한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 좀 어려울 것이다). 보통의 경우보다 이 영화는 좀 더 '차가운' 분위기로 느껴지는 것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고어 장면이 나오지 않을 뿐,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사실 그리 단조로운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가 매우 피상적인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거다. 영화에서 섹스는 게임에 가깝다.

덕분에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인물은 Monica(Marisa Mell)이라고 생각된다 - 영화에서 Marisa는 Susan과 Monica를 모두 연기하지만, 당연히 후자가 훨씬 인상적이다 -. 영화 중간에 주인공 George의 네크로필리아 성향과도 연관되어, Monica는 영화 내외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 된다. George의 Monica에 대한 매혹이 강박적인 만큼이나, Jane이 Monica를 쫓는 것 또한 영화에서 강박적인데, George나 Jane이나 사실 그 자신의 이유로 그러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 중간에는 Monica가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감독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꽤 즐길 만하다고 생각한다. 바디카운트의 부족함이 못내 아쉬운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영화 자체로는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