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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ic Scope

[Cinema] The Wicker Man

"Wicker Man" 은, 글쎄, 솔직히 나는 호러물이라고 하고 싶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호러물의 도식 같은 것은 따르고 있지 않으니, 매우 유명한, 이제 컬트의 반열에 오른 작품 정도로 해 두는 것이 좋겠다. 영화도 좋지만,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Paul Giovanni가 담당한) 그야말로 네오포크 - 라면 동의 못 할 수도 있지만, Paul Roland도 네오포크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 / 참고로, "Looking for Europe" 컴필레이션에도 본 영화의 ost의 수록곡이 삽입 - 의 전형인지라 인상적이기도 할 것이다.

호러물의 도식은 따르고 있지 않지만, 이 영화는 서로 잘 맞물리지 않는 요소들을 괴상하게 조합하면서 그로테스크하고 이교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다. 30대 이상은 되어 보이나 금욕주의적이며 독실한 크리스천인(죽으면서도 찬송가를 부르는) 주인공과, 그들의 섬에서 독자적인 이교적 커뮤니티를 구성한 섬 주민들 간의 기묘한 대조는 주인공의 기독교적 시각을 통해서 나타나는데, 재미있는 것은 거의 금욕주의적으로까지 그려진 주인공 덕에 기독교 또한 '광신적' 이라는 점에서는 이들의 이교와 별 차이가 없게 그려지는 편이다. 특히 Summerisle 영주로 나오는 Christopher Lee와의 대화가 그런데, 소녀들이 처녀생식과 관련하여 나체로 의식을 행함을 비난하자, 동정녀 마리아도 처녀생식으로 예수를 잉태했다고 받아치는 장면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시종일관 사라진 소녀를 찾는다고 굳은 표정으로 섬을 누비고 다니는 주인공과 매일매일이 축제인 양 즐겁게 노래하며 사는 섬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한 구석이 없다. 여관 주인의 딸인 윌로우가 주인공을 유혹하는 씬은 - 주변의 혹자는 영화 초반의 최고급 서비스타임이라 좋아하던 - 그 한 예일 것이다.(유혹하는 뒷모습이 어째 익숙하다 했더니, "007 The man with Golden Arm" 에서 본드걸로 나오는 Britt Ekland였더라, 훌륭하다)

보통 컬트 뮤지컬 영화 정도로 나타나 있는데, 이 영화에 굳이 뮤지컬이라고 장르명까지 붙일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음악과 군무 씬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것은 뮤지컬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색하지 않게 잘 녹아드는지라 그렇다고 별 문제는 없다. 일단 이 섬의 분위기가 어떤 곳인지를 알기에는, 초반에 여관에서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만 들어 봐도 충분하다 - 대략 여관 딸(상술한 윌로우)이 엄청난 미녀라는 식의 매우 야한 내용 - . 오히려 군무는 'pagan' 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잘 알려진 바대로,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는 영화로 손꼽히니, 스포일러는 잘 피해 다니면서 보기를 권한다. Christopher Lee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지만 이 어디 가서 따라하지도 못할 기묘한 분위기로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post script :
1. 이 영화는 반드시 1973년의 원작을 봐야 한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하는 리메이크작을 보면 안 된다. 위에도 적었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는 '어디 가서 따라하지도 못할 기묘한 분위기' 이다.
2. 위의 윌로우의 유혹 씬이자, 이 영화 ost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상이 여성분들이 보기에는 조금 낯뜨거울지도 모른다 싶지만. (혼자 참 잘 논다)


'Willow's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