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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ic Scope

[DVD] Operation Julmond vs Wappenbund(Steinklang Industries Festival)

[Steinklang Industries, 2006]

Wappenbund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음악을 들으면서 알게 된 형님들 덕분이었는데, 아무래도 Penitent 같은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 '네오클래시컬' 함보다는 묵직한 퍼커션 소리의 잔향이 머리에 많이 남는 편이다. (특히나 'Zeintenwende' 같은 앨범이 더욱 그렇다) 전형적인 'martial' 과는 약간 차이도 느껴진다는 것도 아마도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들 특유의 고급스러운 앨범 패키지는 분명 바람직한 부분이지만 그 덕분에, 나는 이들의 앨범을 그리 자주 꺼내 듣게 되지 않는다. 앨범이 있으면서도 mp3를 리핑해서 듣는 것도 내 성격에는 안 맞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라이브 DVD는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Wappenbund는 그렇다 치고, Operation Julmond는 이전에 Steinklang에서 나왔던 7인치 앨범 "Twice Minded" 를 mp3로 들어본 기억밖에 없으니, 밴드를 새로이 접해 보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2004년 비엔나에서의 Steinklang Festival의 실황을 담고 있는 이 DVD는 그런데 생각보다는 실망스럽다. Operation Julmond의 6곡과 Wappenbund의 8곡을 담고 있는데, Operation Julmond의 경우는 내 취향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노이지하다. 문제는 이러면서 댄서블 비트를 주로 이용한다는 것인데, Allerseelen과 비슷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물론, 댄서블 비트에 그리 정이 없는 나로서도 'Mistral' 같은 곡은 아주 괜찮았다. 그 외의 곡은 나로서는 조금은 적응이 안 되는 댄서블한 파워 일렉트로닉스였다. 물론 그 쓰임새는 좋다. 특히 'Burn the World' 같은 곡은 인상적이었다. 왜곡된 보컬과 퍼커션 소리가 상당히 재미있게 들렸다.

문제는 바로 Wappenbund의 부분인데, 당연히 이 타이틀은 Wappenbund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구한 것이었지만, 최소한 이 타이틀에서는 Operation Julmond 이상의 평가를 내려 주기 힘들다. 일단, 이 DVD 자체가 그리 좋은 음질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Operation Julmond의 부분이 더 나은 편이다. 앨범에서 들을 수 있던 분위기가 그리 살아나지 않는다. 집에서 혹시 스피커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의 왜곡된 목소리나, 네오클래시컬 무드는 그리 훌륭하지 못한 음질과 어우러져 귀를 사로잡지 못한다. 특유의 퍼커션 소리도 묵직하기 못한 편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Flammen' 이나 'Frieda', 'Die Fahne Hoch' 같은 곡은 나름 좋게 들었지만, 앨범과 비교가 되는 정도는 아니다. 'Flammen' 시작 부분에서 들을 수 있던 특유의 드론 사운드는 아마 그 예가 될 것이다. 비트가 시작되기 전의 분위기를 조성하던 부분은 단지 인더스트리얼 쇼의 준비 과정에 있어서의 소음과 그리 차이가 없어졌다. 때때로 볼륨이 낮아지기까지 하는데, 최소한 그 동안은 martial industrial이 아닌, 다크 앰비언트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카메라 워크는 나름 신경을 쓴 것 같다. Steinklang에서 릴리즈된 점에서 알아챌 수 있듯 DVD-R의 포맷이면서, 내용물의 퀄리티가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는 점과는 비교될 정도이다. 뮤지션들의 연주 부분도 잘 잡아 주고 있고, 위의 커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화면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96분의 길이면 너무 지겹지도 않고 좋다고 생각되지만, 아쉽게도, Operation Julmond의 팬이라고 (아직은)말하기 어려운 나로서는 이 타이틀을 그리 재밌게 즐길 수 없다. 150장 한정 발매라고 알고 있는데, 굳이 수집하겠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하지 않아도 될 만한 아이템이다. 2006년에 발매됐음에도 아직 충분히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것 보면, 그리 큰 반향을 얻은 타이틀은 아닌 것 같은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DVD는 Steinklang에서 당시의 실황을 담는 시리즈의 첫 번째로서 발매된 것인데, 이미 Tormentvm과 Thorofon의 실황이 나왔고, A Challenge of Honour, Stahlwerk 9도 예정되어 있지만, 이 정도라면 앞으로 구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