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O-Rama 레코드의 이미지는 (적어도 국내에서는)좀 애매모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뭐 국내에서 독일 펑크를 찾아 듣던 이가 얼마나 되었던가 싶기는 하다만) "Punk-O-Rama" 라는 펑크 컴필레이션 앨범이 있었다. 물론 이 앨범은 Epitaph 레코드에서 나온, 그래도 Rancid 같은 잘 팔리던 아이템을 싣고 있던 문제될 것 없는 앨범이었지만, 펑크를 즐겨 듣던 친구가 하필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냐고 짜증을 내던 일도 있었던 적도 있었으니까, 'O-Rama' 자체가 그리 이미지 안 좋은 이름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아마도 Skrewdriver의 앨범이 나왔던 것이 Rock-O-Rama 레코드이니, 이미지가 좋지야 않을 것이다. 덕분에 M.A.F.도 많은 스레드에서 나치 밴드로 다루어지고 있는 건, 이 디지털 세상, 알기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Skrewdriver에 대한 의심이야 합당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M.A.F.에 대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레이블을 유명하게 한 것은 물론 Ian Stewart와 Skrewdriver이지만, 사실 Rock-O-Rama는 처음부터 좌 또는 우, 한 방향으로 편향된 곳은 아니었다. 레이블이 시작한 것은 80년이었고, 초창기의 Vomit Visions나 Razors 같은 밴드들은 Dead Kennedys의 분위기를 분명히 받은 바 있는, 우보다는 좌로 편향되었다고 할 만한 밴드들이었다. 레이블이 나치 밴드와 비나치 밴드를 구별하여 카탈로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한 증거가 될 것이다. 1984년 후반부터 카탈로그에 실린 밴드들은 이전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M.A.F.는 1983년에 데뷔했다.
다만 밴드는 일반적인 펑크 밴드는 아니었다. (Skrewdriver도 처음에는 Rolling Stones의 커버 밴드로 시작했다고는 하나)유럽의 밴드들은 영, 미보다는 확실히 전통적인 로큰롤 밴드의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만 - 사이코빌리 같은 게 괜히 나오는 건 아니다 - , 이 시기의 펑크 밴드들이 저런 옷차림에 맥주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던가(상단 커버 참고/아무래도 이건 헤비메틀 밴드들에 어울린다) 하는 부분도 있고, UFO의 'Doctor Doctor' 를 내놓고 도용하고 있는 'Kein Beton' 같은 곡을 펑크 밴드에게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Sham 69의 대표곡인 'If the Kids are United' 의 커버가 펑크 밴드임을 알려 주지만, 이 밴드도 Sex Pistols 같은 전형적인 펑크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실 Sham 69는 펑크의 매력도 있지만, Bruce Springsteen같은 레드넥의 치열함, 블루컬러의 땀냄새를 가지고 있던 밴드였다. 다만 Springsteen이 적당히 박자를 뒤트는 맛이 (많이는 아니지만)있었다면 M.F.A.는 더 직선적이기는 하다. 열심히 긁어대잖나.
그래서 유감이지만 밴드는 펑크 밴드로서의 매력은 덜하다. 그나마 매력적인 곡이 밴드의 타이틀인 'M.A.F(Mut Aus Flaschen)' 인데, 이 곡이 로큰롤 밴드의 면모를 상당히 버리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오히려 이 곡에서 밴드는 민족주의적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 거의 Skrewdriver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있어 의외이기도 하다. 하필이면 밴드 송이 이렇다니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파시즘이 -이즘(ism)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반드시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일단은 노동계급의 현실에 대한 분노의 - 좀 곤란한 방식으로의 - 표출이라고 해 두자. National Front로 시작했다 아나키로 빠진 밴드도 많으니, 흔한 일이었나 보다. 스트레이트한 펑크가 유럽에서 80년대 초반 어떻게 로큰롤을 섞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 정도라고 해 두자. 하긴 펑크와 헤비메틀의 크로스오버도 난립하던 시절이었다. 1983년 나온 앨범 "Hau Ab..." 에 보너스트랙을 더하여 1998년 Krachschwindel 레코드에서 재발매된 앨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