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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Rome - Masse Mensch Material

[Cold Meat Industry, 2008]

Rome가 밴드 이름이라니 이탈리아의 자부심 넘치는 이들인가 싶지만, 사실 이들은 룩셈부르크 출신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의 martial industrial이라면 Arditi 풍의 공격성이 떠오르지만, 이들은 사실 그에 비해서는 많이 멜랑콜리한 편이다. 이들의 음악은 그런 의미에서는 'martial industrial' 이라기보다는 그냥 'military pop' 정도로 모호하게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호하게 말하여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특정 단어로 포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을 혼재시키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원체 네오포크 등의 용어가 넓은 의미로 사용되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들의 음악은 유럽의 격동적인 시대에 대한 현대에 있어서의 낭만주의적 재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밴드 이름이 저렇다고, 반드시 로마 시대의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해 둔다. "Flowers from Exile" 앨범이 스페인 내전을 다루고 있고, 이 앨범도 로마와는 그리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모호한 스타일인데도 네오포크 자체를 모호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이들의 음악도 반드시 특이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사실 그게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Arditi 같은 강력한 이들과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음악에서도 강력한 드럼과 퍼커션을 들을 수 있고(이를테면, 'Der Brandtaucher' 같은 곡이 그렇다. 이 곡에서 나오는 풀 피킹 기타 연주 자체가, 네오포크에서는 보기 드문 편이다), 화려하지만 앰비언트의 맛을 느끼게 하는 면은 이미 In Slaughter Natives 이후에는 새로울 모습이 아니다. 다만 이들은 21세기에 음악을 만들고 있는지라, 뉴 웨이브의 면모를 키치로 사용하고 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앨범의 아트워크에 나오는, 화려하면서도 기괴하고, (주인에게 버림받았기에)음울한 인형들의 사진들이 뉴 웨이브와 반드시 거리가 멀다고 하기도 어렵다. 이 '뉴 웨이브' 는 Duran Duran이나 Culture Club같은 이들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고딕 무드 - 앨범의 시작은 명백히 고딕 이씨리얼의 느낌을 풍긴다 - 자체가 뉴 웨이브와 무관하지 않음을 인정한다면 사실 뉴 웨이브의 면모도 그렇게까지 새롭지 않다. 오히려 밴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근래의 대중 음악 - 이는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블랙메틀 등, 일련의 언더그라운드의 장르들도 포함하는 의미로 쓴다 - 에서 보기 드문 대단위의 드라마를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바그너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드라마의 시도가 바그너에서 방점을 찍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밴드들도 많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대곡을 만들어내고 있다만, 이런 식의 재미를 대곡에서 섞어내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다. 아마도 우선하는 것은 음악으로 드라마를 재현하는 시도의 성공 여부일 것이고, 이에 성공하는 경우도 결코 많지 않으므로 그 결과는 예견된 것인데,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가사라는 별도의 쓰여진 텍스트에 의존하지 않고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으면서, 저 '뉴 웨이브' 의 끼어듦이, 결코 밝은 것은 아니지만 기묘한 유머(약간의 쓴웃음을 주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단위 드라마라지만, 오페라가 아닌 오페레타의 재미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말하자면 바그너가 아닌 오펜바흐가 바그너의 소재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밴드는 드라마의 재현 자체는 성공했지만, 그 스스로 대단한 이야기꾼은 아니었던 듯싶다. 보컬의 읊조림은 인상적이었지만 지나치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Der Tote Spielmann' 이 문제였고, 'Die Neike' 나 'Neue Erinnerung' 같은 곡이 얼마나 서로 닮아 있는지는(앨범 세 장 내고 벌써 자기복제를 시작한다는 건 문제다) 꽤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물론 'Die Neike' 가 얼마나 낭만적인 튠을 담고 있는가는 따로 말하여야 할 문제이겠지만. 그래도, 밴드는 네오포크의 범주 내에서 극도로 가다듬어진 탁월한 튠을 만들어내는 데는 내 생각에는 상당히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은 어쨌든, 섬세한 센스가 있는 친구들이다. 'Der Brandsitter' 의 사운드 이펙트를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이 앨범의 힘있는 제목을 이용해서, 앨범의 가장 강력한 면모를 만들어낸 'Kriegsgotter' 는, 이런 류의 음악은 힘있는 퍼커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나의 선입견까지 만족시킨다. 아마도, 독특한 - 또한 약간은 부조리한 - 내용의 대단위 드라마를 네오포크로 만들어내는 작업으로서는, 이 앨범은 정말 보기 드문 결과이다.

post script :
1. 사실 이 앨범을 듣는 데 가사가 어느 만큼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가사가 - 기본적으로 낭만적인 음악에 비해서 - 얼마나 힘 있는 것인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Heathen Harvest도 이 부분의 가사를 주목했으니,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When we should be weeping with rage, or at least be rattling our chains. Look at us now - we are over.'
2. 역시 Cold Meat Industry는 CD 아트워크가 예쁘다. 이 앨범만큼 예쁘게 뽑힌 경우, 드문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