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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The Sword - Warp Riders

[Kermado, 2010]

The Sword는 텍사스 출신의 헤비 메틀 밴드이다. 사실 나는 미국 남부 지방 출신의 밴드들은 그리 즐겨 듣지 않는 편인데(텍사스 오스틴이면 아주 남쪽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는 그 미국 특유의 카우보이 냄새가 지나치게 짙게 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카우보이 냄새를 손에 묻히고 이를 자신의 강점으로 살려낸 경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닌데(말하자면 Lynyrd Skynyrd라든가), 어쨌든 그리 미국적인 취향은 아닌 나로서는 그 남부 지방 흙 냄새가 그리 내키는 것이 아니다. 난 ZZ Top같은 밴드도 흙 냄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다. (남부 스웜프 같은 건 지금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물론 이들의 음악은 매우 '흙 냄새' 나는 음악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서던 록 풍의 그것이 아니라, 정확히 얘기하면 Pentagram 류의, Black Sabbath의 적자를 자인하는 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해야겠다. 사실 밴드가 섞어내는 음악은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까지의 그것이다. 리프는 Metallica의 초기와 닮아 있고, 다만 헤비한 면모와 여유 있는 템포는 Black Sabbath에 닮아 있다. 그나마 좀 더 Black Sabbath에 가까웠던 이전작들에 비해 그나마 이 앨범은 더 멜로딕하고, 락큰롤 본연의 면모에 충실한 편이다. 어느 정도의 그루브함까지 도모하는 리듬 파트는 Fu Manchu같은 밴드 - 굳이 말한다면 'Night City' 가 그렇다 - 를 생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매우 레트로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밴드인 셈이다.

밴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외의 부분이다. 이 앨범은 컨셉트 앨범이고, 앨범 제목에서 보여지는 바이지만 판타지물과 버무려진 유사 SF 스토리와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밴드는 컨셉트를 끌고 나가기 위해 이에 스페이스록 - Hawkwind 같은 - 의 모습을 가져온다. 밴드가 직접 제시하는 컨셉트의 내용이나, 가사가 여타 컨셉트 앨범보다도 더욱 많은 부분을 남겨 놓은 편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모습은 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Acheron/Unearthing the Orb' 부터가 공간감 강한 신서사이저 연주로 시작하고, 명백히 Hawkwind 식의 헤비 사운드를 차용하고 있는(Motorhead의 Lemmy가 Hawkwind 출신임을 생각해 보자) 'Arrows in the Dark' 같은 곡이 특히 그렇다. 의외일 정도로 헤비 리프와 상반되는 가벼운 톤의 솔로잉도 - '(The Night and the Sky Cried)Tears of Fire' - 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면서도 밴드가 메틀 밴드로서 충실하다는 것이다. 다운 템포이지만 Metallica의 혈기왕성하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리프가 그렇고, 스래쉬메틀 정도의 템포에 미치지 못한다 뿐이지, 'Tres Brujas' 같은 곡은 사실 충분한 드라이브감을 가지고 있다. 스토너 록/메틀 수준으로 다운 튜닝되기도 하는 리프에 쵸퍼 연주를 이용한 괴이한 유머감각은, 처음부터 판타지와 SF를 기묘하게 뒤섞어 놓은 괴팍한 컨셉트에 생각 이상으로 잘 어울리는 편이다. 앨범에서 가장 하드한 'Warp Riders 에서는 슬럿지에 가까운 리프에 덜덜거릴 정도로 풀어 놓고 연주한 듯할 정도로 심벌이 강조된 드럼, Voivod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음폭 넓은 - 연주의 묵직함에 비해서 말이다 - 보컬도 꽤나 인상적인 셈이다. 거의 Kiss까지 생각나게 하는 평이한 사운드의 'Night City' 는 헤비 사운드 속에서 눈에 띄는데, 대조적이어서 그런지 느껴지는 청량감은 나쁘지 않다. 이 친구들이 텍사스 출신의 남아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The Chronomancer I : Hubris' 의 솔로잉은 과시적일 정도이다.

사실 앨범에 새로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메틀 밴드가 선배들에게서 가져올 수 있는 온갖 키치들을 버무려낸 셈인데, 물론 이 시대에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 쯤 되면 J.D. Cronise의 보컬도 Ozzy와 비슷하게 들릴 정도다)그건 밴드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케케묵은 컨셉트 - 뭐 그래도 동굴 가서 용 잡는 얘기는 아니니 좀 낫기는 하다만 - 로 앨범을 만드는 밴드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까지 콜라주해내는 것은 놀랍다. Metallica가 "St. Anger" 앨범에서 들려 주고 싶었던 원래 사운드가, 사실은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중량감과 터프함 사이에서 분명한 선을 짚어내고 있는 앨범이고, Black Sabbath를 - 숱하게 Hype가 되어 왔던 밴드이지만 - 이렇게 재미있게 받아들인 미국 친구들도 있다는 사실은 아주 만족스럽다. 지금, 침 튀기면서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나온 지 한 3주 정도밖에 안 된 근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