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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Mutation - Void of Disharmony

[Nuclear War Now!, 2006]

Pulverised Records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Thy Primodial을 꽤 좋아했던 나로서는 확실히 기억이 난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레이블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Suicidal Winds나 In Aeternum 같은 밴드는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이 곳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스웨디시 블랙메틀을 한참 찾아 듣던 그 때에 황망하게도 싱가포르 레이블에서 의외로 많은 앨범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싱가포르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상당한 메틀의 강국인데(일단 끝내주는 Impiety가 있음), 당시는 그냥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에도 이런 레이블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신기해했었다. 이 레이블을 만든 Roy Yeo가 바로 Mutation의 보컬리스트였다. Impiety가 데뷔한 것이 1990년이었는데, 이들도 1990년에 데뷔했으니 말하자면 이 지역 익스트림메틀의 프론티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EP는 2006년에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1993년에 녹음되었던 미공개 음원을 뒤에 공개한 것이니, 앨범은 그 시절 이 지역의 데스메틀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물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편이다. 물론 동시대의 다른 지역의 밴드들과 비교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Pulverised는 스웨덴 밴드를 주로 알려 온 레이블이었는데, 적어도 이 시절 싱가포르 데스메틀 씬에 스웨덴 데스메틀의 영향력은 상당했던 것 같다. 리프는 사실 Grave나 Dismember 같은 이들을 연상시키지만, 밴드는 나름대로 꽤 다채로운 구성을 취하고 있는 편이다. 1991년의 데모에도 실린 곡이라는 'Cannabilistic Horror' 가 그 예라고 생각되는데, 물론 이 얘기가 프로그레시브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미드템포에서 거의 그라인드코어에 가깝게 진행되는 부분까지 나오지만, 일관된 톤 덕분에 복잡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사실 90년대 초반의 데스메틀의 그 일관된 모습 덕분에 지겹다고 하는 얘기를 꽤 자주 들을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들은 - 물론 전형적인 사운드이기는 하지만 - 좀 나은 편이다. 'Ceased to Be' 가 미공개 트랙인데, 스타일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아무래도 반음 정도 낮게 튜닝된 듯한 - 음질 덕분에 확신하기는 어렵다 - 기타 연주를 생각하면 이들이 동시대의 북유럽 밴드보다 더 묵직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이들이 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지도.

물론 이 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밴드라면 아무래도 Impiety와 Abhorer일 것이고, 확실히 좀 더 스래쉬했던 Impiety와 좀 더 테크니컬했던 Abhorer에 비해서는 데스메틀의 본연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 팀이 Mutation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 브라질의 80년대 밴드들이 그랬듯이 - 싱가포르의 프론티어들은 다른 국가의 밴드들에 비교해서도 확실히 더 거칠고 야만적인 느낌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었다. 분명히 데스메틀 사운드지만, 의외로 많은 블랙메틀 밴드들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이해할 법한 일이다. 1993년이라는 시대를 생각한다면, 나름대로는 그 이전의 스타일과 90년대의 익스트림메틀의 가교가 되는 연주들로 생각할 수 있을지도. 그런 면에서, 이들도 - 확실히 발표한 곡들이 적기는 하지만 - 컬트의 반열에 올리기는 부족함이 없다. 레이블 사장이 자기 레이블과 계약한 밴드들보다 더 잘 한다니, 재미있게도 생각된다. (찾아보면 이런 경우도 좀 있겠지만) 7인치 EP이다 보니 두 곡(러닝타임이 7분 조금 넘는 수준이니 심각하다)뿐이라는 게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