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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Atilla - Atilla

[Epic, 1970]

Billy Joel을 메틀 뮤지션이라 하는 건 웃기는 얘기겠지만, 젊은 시절이라야 센 것도 한번 해 보기도 한다고, Billy가 보통 알려진 것보다 더 커다란 음량의 거친 음악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젊은 시절의 치기라고 생각해서인지, Billy Joel은 이 시절을 거의 흑역사처럼 언급하고 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그렇다. 최악의 락큰롤 앨범이라는 식으로 - 그런데, 언제 allmusic.com이 이런 앨범을 좋아하던가) Billy Joel과, The Hassles에서 이미 함께 한 바 있던 Jon Small이 이 듀오를 이루고 있었다. 2인조라는 것이 앞서 얘기한 '커다란 음량의 거친' 이라는 어구와는 그리 맞지 않아 보이는데, 게다가 이들은 해먼드 오르간에 드럼이라는 단촐한 편성을 취했다. 이 쯤 되면 건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진다. 기타와 베이스의 역할을 아마도 건반이 대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앨범이 나온 시절을 생각하면 헤비 사이키델릭은 그리 낯설지 않은 사운드이니(거기다 1970년이다. "In Rock" 과 "Black Sabbath" 가 나왔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점을 감안하고 듣더라도 이 앨범에서 오르간, 즉 Billy Joel이 보여주는 모습은 놀라운 것이다. 마샬 앰프로 증폭된 해먼드 연주가 단촐한 편성이 줄 수 있는 사운드의 빈틈을 메꾸고, 튠 다운한 연주는 베이스의 역할을 해내고, 여기에 얹히는 Billy의 보컬은 (알려져 있다시피)훌륭한 편이다. 사실 알고 듣지 않으면 Billy Joel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파워 코드와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크라이베이비 연주가 사운드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덕분에 Billy Joel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만큼이나, 이 앨범이 2인조의 연주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렵다. 3인조 헤비 사이키 밴드 정도가 이 음악에서 직관되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California Flash' 같은 곡 정도를 제외하면 통상 알려진 Billy Joel의 이미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 앨범에서는 대충 Billy는 Jon Lord, Jon Small은 Ian Paice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기타는 없지만 앨범이 보여주는 리프의 힘도 강력하다. 거의 Joel이 Robert Plant마냥 노래를 '불러제끼는', 'Wonder Woman' 이나 'Revenge is Sweet' 같은 곡도 좋은 예이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앨범에서 가장 긴 'Amplifier Fire' 의 두 번째 파트인 'March of the Huns' 이다. 앞부분인 'Godzilla' 가 의외로운 재즈적인 전개의 인스트루멘틀이었다가 곡은 갑자기 거친 국면으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커버의 저 남루한 복장이 훈 족의 복장인지는 알 수 없지만, 행진곡풍의 리듬에 헤비한 오르간 '리프' 가 분명한 모티브를 가지고 진행된다. 말하자면 Black Sabbath의 오르간 커버 버전 같은 느낌을 주는데, 어느 정도의 프로그레시브한 어프로치가 그래도 나름 구별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사실, 프로그레시브한 전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Billy Joel의 다른 앨범을 생각하면, 이 앨범이 보여주는 서사는 그리 강력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Revenge is Sweet' 의 가사는 이런 식이다 :

"People laughed at me and said I'd never win, now I turn around and KICK YOUR FACES IN! KICK-YOUR-FACES-INNNNN!"

가장 직설적인 시절의 Billy Joel이었던 셈인데, 어떻게 보면 Billy가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독하게 던진 음악적 농담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노골적이다. 덕분인지 이 앨범은 Billy의 인터뷰만큼이나 상업적으로 '재앙이었다'. 실제로 이 앨범의 수록곡들이 Billy Joel의 공연에서 연주되는 일도 거의 없고, 아무래도 Jon Small과 사이가 제대로 틀어진지라 이 시절을 더욱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Billy Joel의 팬들이 이 앨범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만큼이나, 헤비 메틀 팬들도 이 앨범을 쉬이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Billy Joel의 앨범이니). 나로서도 굳이 이 앨범을 추천하거나 하기는 어려울 법하지만, 그래도 이 앨범이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정도는 분명히 할 수 있겠다. 그 시절 하드 록을 좋아하거나, 해먼드 오르간 소리를 즐긴다면 말이다. 잘 찾아보면 싸게 구할 수도 있는 앨범이니 한 번 장만해 보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