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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Asia - XXX

[Frontiers, 2012]

Asia가 라이센스가 되더라. 밴드야 유명하지만 사실 한 물이 아니라 몇 물은 간 밴드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물론 "Alpha" 까지는 꽤 좋아하던 밴드였다(제일 유명한 거야 데뷔작이겠지만). 그렇지만 사실 밴드는 멤버들 각자의 바쁜 활동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 온 편이었다. 이 앨범이 데뷔한 지 30년만에 나온 15번째 앨범이니 말이다. 이건 사실 좀 의외이기도 하다. Geoff Downes 정도를 제외하면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점을 각자 찍어 본 이들이 Geffen사의 의지에 따라 만든 밴드가 Asia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소위 '슈퍼 그룹' 마케팅의 시초 중의 하나였던 밴드인 셈이다. 그래서 2006년에였던가 이 양반들이 '클래식' 라인업으로 밴드 이름까지 확보하고 재결성한다고 했을 때는 좀 의외이기도 했다. 나야 적어도 "Aqua" 부터는 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간만에 나온 앨범은 Asia의 잘 나가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 Geoff Downes가 80년대 초반부터 줄기차게 잘 해 오던 뉴웨이브 풍의 드럼비트와 키보드 연주가 아무래도 많이 익숙하게 들린다. 듣기 편한 멜로디에 실리는 코러스도 익숙한 스타일인데, 목소리도 John Wetton이니 이 앨범의 음질 정도를 제외한다면 82년에 나온 앨범이라고 해도 속을 법한 수준이다. 원래 Asia가 그랬듯이, 멤버들은 각자의 화려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을 곡에서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Steve Howe가 작곡에 참여한 'No Religion' 이나 'Judas' 정도가 그나마 리프의 힘이 강한 하드 록이지만 그 외에는 사실 장르의 컨벤션에 충실하다. John Wetton이 목소리가 예전보다는 나이 먹은 티가 난다는 점 외에는 그렇게 틀려진 바를 찾기 힘들다.

그러고 보니 앨범에 첨부된 해설지(간만에 읽어 봤다. 요새는 해설지가 잘 첨부되지도 않는 것 같다)에, Steve Howe가 "첫 앨범의 에너지를 되찾고 싶었다" 고 했다고 쓰여 있다. 하긴 이제 이들도 60이 넘은 나이이니(내가 태어나던 때 Asia가 결성됐다...아, 이럼 나이가 드러나는데) 그 시절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들이나, 80년대 초반에 이들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예전부터 데뷔작의 재림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암만 기획된 밴드였다 하더라도 밴드가 가장 화려했던 시간은 그 때였고, 이 자아 강한 뮤지션들이(뭐, 사실 원래 있던 밴드에서 리더 노릇을 하던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가장 잘 어울리던 모습을 보여주던 것도 그 때였으니까. 솔직히 'Only Time Will Tell' 이나 'Heat of the Moment' 같은 곡을 들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덕분인지 앨범에는 꽤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코러스가 화려한 'Face on the Bridge' 나, 업템포로 바뀌면서 '건강한' 느낌의 기타 솔로잉이 등장하는 'Faithful' 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I Know How You Feel' 의 곡 전개가 지나치게 Supertramp를 떠오르게 한다는 정도를 빼면, 클래식 록 밴드의 클래식의 재현이라고 해도 많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는 이런 류의 '클래식 록' 앨범은 결국은 그 밴드의 가장 멋졌던 시절을 재현하는 게 목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누구의 탓도 아니라 결국은 세월이 많이 지난 때문일 텐데, 의외로 그 시절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 오래 된 밴드의 앨범이 예전처럼 차트 1위를 먹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대충 보니 이 앨범을 구입해서 듣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차트 1위를 먹은 앨범을 즐기듯이 이 앨범을 듣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향수로 돌릴 게 아니라 앨범은 그렇게 흠 잡을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 나이에 1982년의 추억을 얘기하는 건 우습겠지만, 언제적의 추억이 됐든, 이들을 좋아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적이 없더라도 앨범의 멜로디만으로도 유익할 것이다. 요새 계속 듣고 있다.

post script :
그런데 아무리 데뷔 30주년이라지만 앨범 제목은 엄청 잘못 지었다. 앨범 커버 이미지를 찾으려고 Google에서 'asia xxx' 로 검색을 해 보니... 밴드와 무관한 것들만 왕창 나온다. 뭐가 나오는지는 알아서 생각해 보시길.



Asia - Face on the Bri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