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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Chelsea Wolfe - Unknown Rooms : A Collection of Acoustic Songs

[Sargent House, 2012]

Chelsea Wolfe는 LA 출신(뭐 지금 산다는 얘기고, 원래 새크라멘토 출신이긴 하다)의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Chelsea가 보기 드문 'goth folk queen' 이라는 것이다. 사실 좀 더 메이저한 레벨에서 언급되는 여성 뮤지션의 경우 'goth' 라는 표현은 좀 더 모호하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전작인 "Apokalypsis" 에서 블랙메틀 워너비의 모습도 잠깐 보여준 바 있는지라 그런 경우보다는 (메틀 리스너로서는)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goth folk 'queen' 보다는 goth folk 'siren' 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인다는 게 그녀에 대해 설명해 주는 바가 있다. 그러니까 CocoRosie, Stereolab, Portishead등과도 협연을 했던 그녀의 경력을 알고 있는 메틀 리스너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요지는 어쨌든, Chelsea Wolfe는 '포크' 아티스트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메틀 팬들에게까지 어필할 정도로 정작 그녀가 하고 있는 음악의 폭은 꽤나 넓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조금은 달리 보이기는 한다. "Unknown Rooms : A Collection of Acoustic Songs"(이하 "Unknown Songs")은 Sargent House에서 나오는 그녀의 첫 앨범이다. 이전의 그녀의 두 앨범이 록과 포크의 기묘한 교잡에 기초하고 있으면서 가끔은 느슨하면서도 음울한 무드를 가져가는 음악이었다. 기본적으로는 팝의 컨벤션에 더 충실하겠지만, 사실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아방가르드함을 상당히 내포하고 있기도 했는데, 이 앨범은 '어쿠스틱 송' 모음집이기도 한 만큼 얘기가 다르다. 물론 그럼에도 앨범이 보여주는 색깔은 다양한 편이다. 'Flatland' 가 상대적으로 심플한 포크 송에 가깝다면 'The Way We Used To' 는 좀 더 눈에 띄는 베이스/드럼 연주에 기반한 스모키한 왈츠 곡이다. 'Boyfriend' 는 Wolf의 보컬 자체에 좀 더 집중한(그런 면에서는 Portishead와 확실히 비슷하다) 곡이라면, 'Sunstorm' 은 잘 나가던 때의 Black Tape for a Blue Girl을 연상케 할 정도의 힘 있고(Wolfe의 곡에서 이렇게 힘이 느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다) 매끈한 사운드 진행을 보여준다.

다만 빛나는 순간에도 불구하고 곡의 구성은 간혹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느껴진다. 몇몇 곡들은 사운드적으로 조금씩 뒤틀린 팝에 가까울지언정 곡의 구성은 직선적이다(단촐한 편성에서 악기 자체는 나름대로 변화를 가져가면서 배치되지만, 그럼에도 곡의 줄기는 분명 단순하다고 여겨진다). 아무래도 대표적인 예는 보컬 자체의 힘을 빼면서 서사가 약해지는 'Sunstorm' 이다. 'Our Work Was Good' 도, 사이키델릭 포크의 반향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곡은 그 사운드 자체에만 의존한다는 감이 있다. 달리 얘기하면, 가끔은 영화음악으로 써도 괜찮을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 음악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앨범의 곡들은 구체적인 서사보다는 말 그대로 Wolfe의 보컬과 뒤에 깔리는 연주가 제시하는 이미지 자체에만 의존하는 곡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일종의 '모음집' 이라는 걸 생각하면 개별 곡들이 이미지 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무조건 '앨범 전체로서' 들어야 하는 앨범이다.

그렇지만 앨범에서 Chelsea Wolfe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충분히 그만큼 매력적이다. 약 25분 가량의 짧은 앨범인지라 이미지만으로의 승부가 가능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에는 처음부터 서사가 필요치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무래도 좀 더 철저히 어두웠던 "Apokalypsis" 에 비교한다면, 이 앨범은 희미하게나마 어두움 속의 출구의 단초를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는 Wolfe가 낸 앨범 중에서는 가장 밝은 앨범이고, Wolfe가 팝의 컨벤션에서 크게 벗어나는 시도를 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된다)만, 그렇더라도 그녀의 가장 팝적인 앨범은 이 앨범일 것이다. "I want flower fields/ I want salty seas/ I want flatlands soft and steady breeze/ bringing scents of lined-up orchard trees/ Dripping heavy with pears and dancing leaves."

 

Chelsea Wolfe - Flat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