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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Fhoi Myore - The Northern Cold

[Broken Limbs Recordings, 2011]

결국 트렌드의 변화이겠지만 일종의 세대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내 연령대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과, 그 아래 연령대는 통상 록/메틀을 듣는다고 해도 듣는 양상은 꽤나 틀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부분 중 하나가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양식미는 후대에 와서 뒤틀리고, 변형된 구성과 사운드는 멜로디보다는 많은 경우 템포에 방점을 찍는 곡을 결과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블랙메틀의 경우에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초창기 노르웨이 블랙메틀은 거친 기타의 트레몰로 연주를 하모나이즈하여 굵은 선의 멜로디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다만 근래의 밴드들에게서 가장 많이 보이는 특징의 하나는 불협화음의 이용 및 무조성의 도입이라는 것이다. 소수의 최고 수준의 밴드들 외에 근래의 밴드들에게서 초창기 블랙메틀 밴드들의 위계를 느끼기 어려운 점은 그런 점에도 기인하지 않는가 싶다. 그러고 보면 근래의 밴드들은 '어두움' 보다는 '혼돈' 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치면 Fhoi Myore는 근래의 블랙메틀 밴드, 특히 프랑스 밴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굵은 선을 가진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이다. 전형적인 블랙메틀 연주에 중간중간 삽입되는 어쿠스틱 소품,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곡 자체의 드라마틱한 구성 등은 사실 "Strontgortth" 시절의 Nagelfar 같은 밴드를 연상케 한다(물론 그렇다고 인더스트리얼적인 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Songes Fuenstes' 같은 곡은 Drudkh 같은 이들의 서정성을 보여주는 면도 있다. 사실 비슷한 스타일의 많은 (선배)밴드들의 앨범에 비해서 녹음도 묻히는 파트 없이 균형 있게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굳이 프랑스 밴드들 축에서 비교대상을 찾자면 Peste Noire가 있을 텐데, 아무래도 Peste Noire가 이들보다 확실히 펑크적이라는 점에서는 그들보다도 블랙메틀의 컨벤션에 충실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 제목부터가 확실히 전형적이지 않은가(이들이 프랑스 니스 출신이라는 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이 포스트에서 등장한 밴드들이 다들 그렇지만, 이들만큼 사운드의 공백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신진 밴드는 별로 없다. 이들은 사실 멜로디라인이나 조성의 측면에서는 메인 멜로디/리프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안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밴드의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도 않은 셈이고, 밴드는 보컬/베이스/드럼/기타의 기본적인 편성이니 다른 가능성도 크지는 않은 셈인데, 덕분에 드라마틱을 확보하기 위해서 밴드가 곡의 구성에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크게 느껴진다. 변화를 크게 가져가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데 성공한 'Miist' 같은 경우가 대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Orage' 같은 경우는 간혹 그리 복잡하지 않은 구조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된 리프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다시 리프를 덜어내면서 곡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런 점에서 근래 들은 '전형적인 스타일' 의 신진 블랙메틀 밴드들의 앨범들 중에서는 아마 최상급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울 거야 없지만, 블랙메틀은 새로움을 바라는 이들이 많은 장르는 아니니까 충분히 괜찮을 것이다.



Fhoi Myore - Mi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