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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Promiscuity - Infernal Rock 'n' Roll

[Israhellbanger, 2011]

이스라엘에도 여러 메틀 밴드가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이런 올드한 스타일의 이스라엘 밴드는 처음 접하는 것 같다. Salem이나 Silencer 등은 이들과는 궤가 틀린 이들이다 보니... 커버와 앨범 제목만 보아도 음악적 색깔은 분명하다. Hellhammer나 Venom을 따라가는 사운드인데, 이런 류는 최근에는 Chapel의 "Satan's Rock 'n' Roll" 이 있었던 듯하나(그러고 보니 앨범 제목도 흡사하다), 어쨌든 Chapel은 캐나다 출신이었고, 정말 사탄/오토바이/술 얘기만 하던 Chapel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는 덜 전형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그렇더라도 이 11분짜리 데모 앨범 또한 일관된 스타일의 앨범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덕분에 밴드도 그 점에 충실하다. 동명 타이틀곡이나 'Crime and Punishment' 같은 곡은 어느 정도 그루브하면서도 스래쉬한 리프와 빠른 스피드로 일관된 넘버들인데, 무작정 긁어대는 이들만은 아닌지라, 'Crime and Punishment' 의 솔로잉은 의외로 화려한 맛이 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헤비메틀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들의 경우 리프메이커로서의 재능은 생각보다 별로인 듯하다. 물론 이런 류의 음악에서 새로운 리프를 만들어내는 게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전형적인 코드 프로그레션과 평이한 리프는 곡의 강약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들이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점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 다른 부분으로는 밴드가 강약을 조절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데모는 11분 가량이고, 안 그래도 몰아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장르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앨범이 같은 부류의 좀 더 알려진 밴드들에 비해서도 확실히 심심하게 들린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좀 더 느리게 호흡을 조절하는 'Gybenhinnom' 에서 밴드는 숨을 몰아쉬지만, 이 곡에서도 리프의 힘이 빈약한지라 계속된 리프의 눈에 띄지 않는 변주가 만족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덕분에 Hellhammer나 Venom 스타일의 팬이 아니라면야 관심을 갖기에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스래쉬 밴드들이 그런 리프의 빈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흔히 꺼내드는 방법이 '유머' 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의 경우는 유머도, 클리셰로 떡칠된 B급 감성이란 점에도 거리가 먼 편이니 아쉬운 부분이다. (유머라고는 앨범 초엽의 Bill Haley의 인용 정도?) 

그렇더라도 어쨌든 밴드는 장르의 컨벤션에 충실하고, 적어도 80년대 블랙스래쉬가 요구하는 점은 확실히 지켜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거친 다운 피킹 위주의 기타 리프는 조악한 음질 사이에서 명확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꽤 두터운 사운드의 벽을 만드는 데는 충분해 보이고, 적어도 리듬 파트만큼은 밴드는 확실하게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이 과거를 회고하는 장르에서 조악함은 어쩌면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고전의 모습들은 전부 그 만큼은 거칠고 조악했으니까. 그러고 보면 이 밴드도 그 미숙함에 비해서는 자신들의 의도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블랙스래쉬의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