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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White Medal - Yorkshire Steel

[Legion Blotan, 2012]

White Medal은 영국 Yorkshire 출신의 원맨 밴드이다. 사실 영국의 블랙메틀 씬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별로 없는데(이 나라가 얼마나 록/메틀의 강국인지를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기까지), 물론 Cradle of Filth 같은 잘 나가던 밴드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리 주목할 만한 밴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신통찮게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앨범은 잘 구해지던 Benighted Leams나 요새 나름 판은 잘 나가는데 그리 끌리지는 않았던 Winterfylleth, 하드록스럽던 면모까지 있던 The Meads of Asphodel 정도가 일단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저변이 넓어서인지 영국도 그네들 나름의 씬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Legion Blotan은 Yorkshire에 있는 레이블인데, 나오는 앨범들이 거의 대부분 그 동네의 로컬 밴드들의 앨범인 걸 보면 시절이야 많이 늦었지만 Deathlike Silence의 후예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바로 이 Legion Blotan을 운영하는 George Proctor가 White Medal의 유일한 멤버이다. 2007년부터 White Medal의 활동을 해 왔다는데 이전의 데모/스플릿 앨범들은 나로서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나름의 시간이 실력을 만들었는지 이 데모 앨범은 생각보다 빈틈이 없다. 90년대 초중반에 나왔어야 할 정형적인 스타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빠른 템포의 음악은 아니고(물론 블랙메틀을 기준으로 해서 말이다), 상당히 분위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준다. 건조하고 거친 음악이지만 중간에 피아노를 잠깐 집어넣는 센스가 무작정 달리는 데에는 밴드가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컬도 다양한 색깔은 아니지만 확실히 둔중하고 두꺼운 톤의 래스핑을 들려주는데, 기타 파트가 그리 얇게 녹음되지 않은 앨범임을 생각하면(날카롭게 하려다 지나치게 얇아진 기타 톤을 블랙메틀 데모에서는 쉬이 발견할 수 있다) 음악에는 충분히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밴드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리프라고 생각한다. 'Agait Back t’Ooam' 의 인상적인 트레몰로도 그렇고 간혹은 Celtic Frost까지 떠올리게 하는 'Wod, Blod n' Feathers' 의 리프는 근래 들어 본 올드한 스타일의 블랙메틀 리프 중에서는 거의 최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보통 영국 출신 밴드들이 스래쉬한 리프를 자주 사용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White Medal은 그런 리프를 사용하지 않고 곡을 꽤 굴곡 있게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밴드는 자신들의 음악을 'black noise' 라고 칭하면서 가사도 요크셔 지방의 방언으로 쓰고 있는데, 나야 요크셔 방언으로 부르는 블랙메틀 보컬을 알아들을 리 만무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사투리로 불러주는 블랙메틀 보컬' 또한 나름의 재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꽤 흥미롭고 괜찮은 앨범이라 생각한다.


 

White Medal - Agbri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