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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The Pop Group - Y

[Radarscope, 1979]


원래, 스스로 '팝' 그룹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아마도 둘 중 하나의 경우일 것이다. 하나는 소위 '팝' 뮤직을 하는 이들이 응당 자신들의 음악을 세간의 평에 맞추어 부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심사 뒤틀린 상태에서의 자평일 것이다. 이를 테면, 록 음악 등을 굳이 팝 음악과 구별하는 태도에 불만이 있거나, 자신들에 대한 세평에 불만이 있거나 하는 경우일진대, 아마도 이들은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1978년에 튀어나온 이 밴드는 거의 이 시대 락큰롤의 구원자(라고까지 하면 솔직히 과장이지만) 격이라는 극찬까지 받아본 밴드였던 데다, 이들의 음악이 일반적인 팝 음악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괴팍한 까닭이다. 어찌 생각하면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She is Beyond Good and Evil" 의 가사는 명백히 우드스탁 시절에 어울릴 헤로인 찬가에 가깝다 / 라고 말하고 보니, 대처리즘에 대한 불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해는 간다) 뭐, Gang of Four랑 자주 붙어서 얘기되는 펑크 뱅가드의 총아와 같은 밴드이니 그건 이상할 일은 아니다.

위에서는 그냥 '지나치게 괴팍하다' 정도로 끝내 주긴 했지만, 사실 전술한 "She is Beyond Good and Evil"(아닌 게 아니라 이 곡이 데뷔 싱글이다) 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락큰롤, 특히 어디까지나 이들을 '펑크' 밴드라는 기초에서 생각한다면 이건 황당할 정도의 사운드이다. 두세 곡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일반적인 대중 음악의 '곡' 들의 정형적 구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인데(이 점에서 밴드 이름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에서 Gang of Four보다는 Slits나 Exuma같은 이들이 더 생각이 난다. 에코와 리버브가 자욱한 사운드임은 당연하다. "Thief of Fire" 같은 곡이 그나마 좀 훵크의 영향이 강하기는 하나(물론 그래도 리듬 파트 자체는 상당히 단조로운 편이다) 거친 기타/베이스 소리는 이 곡을 일반적인 락큰롤 사운드에 넣기 어렵게 한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Simon은 역시 이 곡이 괴팍하기 이를 데 없을 색소폰도 같이 연주해 놓았다.

앨범 처음의 이 두 곡은 그나마 이 앨범에서 가장 정상적인 곡에 속하는 경우이고, 다음 곡인 "Snow Girl" 부터는 더욱 변칙적인 리듬과 프리재즈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기타/베이스 연주 및 기괴한 노이즈들로 가득하다. 특히나 일부분의 Stewart의 보컬은 "Tago Mago" 앨범 시절의 Damo Suzuki를 생각나게 할 지경인데, 개별 파트는 그 자체로는 상당히 명확한 라인을 가져가고 있지만(물론 이를 프레이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혼돈스럽게 어울리는 가운데, 어느 순간 모든 파트가 계획된 것처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이렇게 'free' 한 음악의 미덕이다. 다른 곡들의 괴랄함 가운데, "Savage Sea" 초반부의 팝에 가까운 피아노 인트로는 매우 인습적인 멜로디이지만, 이런 음악에서 등장한다면 이만큼 낯설게 느껴질 만한 부분도 흔치 않다. 앨범 뒷부분의 트랙들은 프리재즈의 요소가 더욱 강한 편인데, 색소폰의 괴팍함이 강한 탓인지, 캔터베리 출신 영감님들의 힘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누가 색소폰을 부셨더라...) 중간중간의 미니멀한 부분에서 Cavaret Voltaire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콜라주를 이용했다는 외에 별다른 유사점은 나로서는 보기 어렵다.

다만, 이 음악에 대해 Cavaret Voltaire를 굳이 생각한다면, 이들에게서 에스닉한 악기를 상당히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차이이겠지만, 'ritual' 하다는 느낌보다는, 사실 개인적인 느낌으로서는 이들의 음악은 전복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에 가까울 것이다. 반복적인 리듬을 통한 미니멀함이나, (과장 섞으면)인상주의적 경향성까지 느껴지는 선동적 느낌의 가사는(물론, 러브 송에 가까운 가사도 섞어놓는 것도 있지만, 이는 차라리 유머에 가깝다) 미래파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모습이라고까지 생각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의도적 탈신비화라고 하는 것이 중론인 듯하지만, 그 의도를 떠나서 탈신비화의 작업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의심스럽다. 어느 정도는, 여전히 강박적이다. 물론 이것은 단점으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펑크 장르의 한계일 수도 있겠고, 현대 사회에서의 급진적 슬로건의 표출에 있어서의 탈신비화의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상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The Pop Group은 당대의 바운더리 안에서 명백히 가장 괴팍한 밴드 중 하나였을 것이고, 급진적 슬로건을 말하는 방식으로서도 이는 곱씹어 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쨌건, 그렇다면 이들을 락큰롤의 구원자가 될 수 있는 밴드라고 부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fakejazz.com의 말을 빌자면, 'an utter failure, an unqualified suc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