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rmgeist는 사실 Solefald의 그림자에 어느 정도는 가려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양자는 어느 정도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Solefald가 거의 바이킹메틀에 가까운 사운드를 보여준 근래에 와서는 더욱 그러한데, 굳이 생각하자면 Solefald가 근래 그리 신경쓰지는 않는 부분으로 보이는 '위트' 를 구현하려는 프로젝트가 아마 Sturmgeist일 것이다. 물론, Cornellius의 입장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Sturmgeist가 선택한 일렉트로닉스의 차용은 적어도, 헤비 메틀에서는 양날의 칼과 같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Meister Mephisto" 는 그런 면에서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지만, "Über" 도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나는 유보적이다. 그리고 Solefald가 보여준 굴곡 큰 서사와는(때로는 전혀 얼토당토않기까지 한!) 아무래도 이들은 차이가 있다. "Manifesto Futurista" 라는 앨범 제목은 사실 이중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F.T.Marinetti 등의 색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중 음악 형식이 있다면, 그것은 내 생각에는 인더스트리얼이나, 좀 더 극단화된 형태의 하이브리드일 것이다. 어찌 됐건 일렉트로닉스의 이용이라는 부분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Cornellius는 반대로 나아간다. 그는 "No work without an aggressive character can be a masterpiece" 라는, 가장 미래파스러운 문구를 직접적으로 해석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Sturmgeist의 전작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말하자면 고전적인 형태의 블랙메틀에 좀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소위 'true black metal' 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Solefald부터가, 'true' 블랙메틀이던 시절 자체가 있었던가) 그래서인지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보통 Sturmgeist가 만든 'panzer division' 앨범이라는 것이 중론인 듯하다. 거의 가장 고급스러운 형태의 블랙스래쉬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앨범의 첫 곡인 'Monolith' 부터도 그렇고, 앨범의 정점이라고 생각되는 'The Siegfried Order' 또한 기존의 Sturmgeist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물론 후자가 덜 스래쉬하다). 'Elegie D’Une Modernite Meurtriere' 정도가 그나마 네오클래시컬 튠으로 쉬어가는 분위기이지만, 이 곡 자체도 그리 나긋나긋하진 않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In Slaughter Natives를 생각했었다.(별 이유는 없다, bombastic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도 이 앨범은 'martial' 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래파의 컨셉트를 받아들이면서도, 사실 Cornellius는 그에 어울리게 '속도전' 을 펼치면서도(물론 그의 이전과 비교해서) 중요한 것은 정신임을 강조하면서, 미래파의 파이오니어들이 직면했을 것이라 여겨지는 장벽들을 어둡게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아마도 이는 'Elegy of a Deadly Modernity' 에서 두드러질 것이다(메틀 앨범에서 근대성의 종말이라니! 라지만, 이는 메틀 트랙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으니, 이는 곧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Sturmgeist의 음악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얼토당토 않은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보자. (기사의 총잡이의 유튜브 id를 참고, 이것 때문에 밴드는 해체의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속도전과 배타성은 적어도 아직 극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다시금 역설적이다. 그 표현 방식은 밴드가 해 온 것보다도 더욱 공격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아마도 이 앨범은 Sturmgeist가 가지고 있던 미덕으로서 위트와 변화무쌍함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밴드의 앨범 중 가장 강력한 서사를 확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매우 정교하게 쓰여진 가사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익숙하면서도 뭔가 조금씩 뒤틀린 클리셰들을, 역시 뭔가 조금씩 뒤틀어서 조합하여 만들어 낸 이들 식의 속도전은 그 자체로서 존재감을 확보한다. 이런 식의 시도가 재미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동시에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Futuristic Manifest의 문구를 인용하자면, 이들은 'multicolored, polyphonic tides of revolution' 을 21세기식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내용을 떠나서, 힘이 있게 들린다. 이는 대단한 미덕이다. 그렇지 않은가?
post script : Inhuman Music은 Cornellius의 자주 레이블이다. 이 친구는 이제 작곡/작사 외 드럼을 제외한 모든 연주를 담당함을 넘어서, 앨범 발매까지 혼자 해 먹고 있다.(엄지)
Sound Pollution/Me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