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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Dogpop - Live Without Band

[UMB Kollektif, 2007]

언젠가 지인의 추천으로 Tesco에서 2007년에 Antwerpen에서 주최한 페스티벌의 DVD를 볼 기회가 있었다. Tesco야 사실 이런저런 이들을 많이 내 놓는 곳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때의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분명 Genocide Organ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Genocide Organ 특유의 파워 일렉트로닉스 도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리드미컬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가 이들의 Genocide Organ의 천직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런 곡 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난폭한 일렉트로닉스는 듣기가 상당히 피곤한 편이다. (내가 Old Europa Cafe의 릴리즈들을 선호하는 것도 바로 이 점에 있다) 그렇게 접하게 된 밴드가 Dogpop이었다. 일단 첫 번째였고, 적당한 사운드 잘라 맞추기와 미니멀한 사운드가 괜찮게 들린 편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Popgod' 을 이미 들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훌륭한 것은 아니었으나, 재미있는 앨범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Dogpop이 Genocide Organ의 Brigant Moloch와 Thorofon의 Daniel Hofmann의 듀오라는 것은 흥미로운 것이었다. Genocide Organ을 피했지만 결국은 Moloch를 만나게 되는.

당연히도, 이들은 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메인스트림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엔 앨범 제목부터가 지나치게 도발적이다. (밴드 이름의 경우는 Dogstar같은 예가 있기에 단정지을 수가 없다) 앨범을 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Popgod" 을 구하는 건 별 일이 아니었으나, 100장 한정으로 상술한 Tesco 페스티벌에서 현매로만 판매되었던 본 앨범은 얘기가 달라진다. 다행히도 네덜란드의 지인이 두 장을 사 두었던 덕에, 이 앨범은 어어부 프로젝트 대신에 내 손에 들어온 격이 되었다. 소위 'antipop' 이라는, 역시 도발적으로 들리는 부류로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더스트리얼 씬에서, antipop을 바로 메인스트림과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아마도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담고 있는 이들 중에 가장 메인스트림에 가까이 가 있는 것은 Nine Inch Nails나 Marilyn Manson 같은 이들일 것이다.(Rammstein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다) 당연히, 이들은 그들만큼 메틀릭하지 않다. 이들의 사운드는 말 그대로 'industrial' 한 사운드이던 80년대 초반 사운드에 더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경우는 그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팝적이라고 할 만하다. Blur가 스스로를 기타 팝이라고 일컬음이나, 이들을 포함한 antipop의 일군의 세력들이 굳이 'pop'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런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은 생각보다는 의미심장하다. 물론, 팝적이라 함이 일반인에게 호소할 수 있다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다. 여기서는 단순히 소위 메인스트림의 '팝' 음악과의 사운드상 공통분모를 상당 부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스스로 언더그라운드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진정 대중 음악의 일원으로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일 수도 있다.

그 희소성을 생각하지 않고 말한다면, 이 앨범은 Dogpop를 처음 접하는 데 가장 적합한 앨범이 아닌가 싶다. 물론, 밴드는 여태까지, 내가 아는 한에서는, 단 두 장의 앨범밖에 내질 않았다.("Popgod" 과 이 앨범) 거기다 이 앨범은 정규앨범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앨범은 밴드의 지난 활동 기간 동안의 음원들과, 앞으로 나오게 될 새 스튜디오 앨범의 (프로토)음원들을 모아 놓은 앨범이다. 하지만, 앨범이 적을 뿐이지 이 밴드의 활동 기간이 (2007년 기준으로)11년이나 된다는 것은 밴드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데는 약간의 컴파일도 필요하다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 거기다, "Popgod" 은 LP로만 발매되었다. 과연 antipop 앨범을 즐기기 위해 턴테이블을 장만해야 하는가? 는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틀릴 수 있겠지만 아마도 정신건강에 크게 도움이 될 일은 아닐 것이다.(거기다 당신은, 턴테이블을 장만하느라 얻은 그 정신적 피로함을 안고 '하필' antipop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11년간의 컴파일이라 하기 조금은 무안할 정도로 트랙 수는 적은 편이다. 8곡의 트랙은 전체적으로, 근래의 인더스트리얼 씬과 비교할 때는 확연히, 노이즈보다는 인더스트리얼 본류의 사운드에 천착하는 편이다.(80년대 인더스트리얼의 의미라는 것은 이미 전술하였다) 간혹 거의 디스코를 연상케 하는 댄서블한 비트도 나오고, 'Dogporn(wendezurichtung)' 같은 곡의 튠은 미니멀함으로 귀를 무디게 할 뿐, 그 튠 자체는 조금은 웃기게 들릴 정도에까지 이른다. 11년간의 창작을 단 8곡으로 압축해 놓았기 때문인지, 이 8곡은 의외로 다양한 스타일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미니멀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아래, 전술한 바와 같이 댄스는 물론, (공간감에서는 부족하다 싶지만)앰비언트, 몇몇 부분에서는 DE/VISION 같은 이들을 연상케 하는 신스 팝까지 등장한다. 독일 파워 일렉트로닉스의 거물 두 명이 이런 사운드를 낸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antipop 가운데서도 가장 위트 있는 밴드 중 하나일 것이지만, 그 중심에는 파워 일렉트로닉스 마스터가 있다는 것은 결국은 이 스타일의 '태생적' 한계라 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인더스트리얼 씬이 현재 스스로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 Dogpop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