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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al of the Left/Writings

아이돌 음악

언제부턴가 누군가를 만나서 '음악(물론 '내가 듣는 음악' 이다) 얘기' 만 줄창 늘어놓는 걸 - 뭐 의도적이라기보다는, 나의 화제거리의 한계의 문제다 - 꺼리도록 되었다. 이건 물론 그 상대의 취향과 상관 없이 그렇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역임은 말 할 나위 없겠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들을 음악 정도는 자기가 충분히 고를 수 있을 것이니 별 의미가 없는 일이겠다. 특히 내 주변에서는 말이다. 그러다가 참 간만에 (쌍방향적)음악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가요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항상 튀어나오는 주제이다. 대중 음악이 예술적인지를 얘기하려는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고(밥 먹으면서 아도르노가 어쩌고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근래의 아이돌들이 예술적인지에 대해서가 주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물론 내 본연의 '취향' 에서 소위 아이돌들의 음악들은 보통 많이 비껴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생각해 보면 자본주의의 시대에서 (현재로서는)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이야말로 '대중 음악' 에서 요구하는 가치들의 집약점에 가까울 것이다. 음악이 비시각적이라고는 하지만, 늦게 잡아도 MTV 이후부터는 전적으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대화한 자본은 사운드에 적절한 비주얼(적절하다는 건 상품으로서 적절하다는 의미이다. 음악이 가진 '텍스트' 와는 별개로)을 결합시킨다. 사실 자본주의의 시대에 상품으로서의 사운드는 그 기술적 발전과는 별개로 많은 제약을 받도록 된다. 곡의 길이는 짧아지고, 그에 따라 사운드에 실어낼 표제는 복잡해지기 어렵다. 물론 리듬이나 화성도 그러할 것이다. 화성은 좀 더 명확하고, 캐코포니보다는 유포니를, 괴팍하기보다는 너무 심플하지 않으면서도 단정하게 나아가는 리듬일 것을 요할 것이다. 당연히, 이건 무엇이 '미' 인가라는 질문과는 별개이다.

송라이팅이 딸린다, 가창력이 딸린다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아이돌들이 사운드는 물론 비주얼까지 소화할 것을 '대중 음악' 의 기획자들이 요구한다면, 매체에서 나오는 아이돌들의 모습은 그 나름의 비르투오시티를 부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원래 그들이 어떠한 재능을 가지고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는 바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돌들이 인터뷰에서 말하듯, 오랜 시간의 연습생 시절에서 그들은 대중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할 기술을 갈고 닦는다. 물론 그 기술은 음악적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아이돌 가수를 이야기하면서, '누구는 예능 감이 있다/없다' 식의 평가를 함은 이를 반증할 것이다. 가수로서의 데뷔 무대는 별로였더라도, 토크 쇼나 다른 프로에서 입담을 통해 인기를 얻는다면, 그것을 다시 발판으로 가수로서도 성공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Edward Said는 일종의 '의식(ritual)' 으로서의 공연을 현대에 와서의 음악의 현현의 주요한 형태로 제시하였는데, 사운드가 주된 것이었기에 음악이 일종의 제례적 퍼포먼스로서 표현되었다면, 처음부터 오직 '음악' 만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기에, 음악적이지 않더라도 아이돌의 경우는 퍼포먼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처음에 춤을 보고 눈이 갔지만, 이런 댄스 튠 듣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아이돌 가수들이 지금 예술을 하고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목구멍에 걸리는 것이 아직은 너무 많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아이돌 가수의 얘기가 아니라)이런 저런 영상에서 비춰 주는 모습과, 주된 상품으로서 제시하는 잘 정돈된 음악들은 예술의 반열에 올려 주지 않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 아이돌 가수들이 '아우라' 를 보여 주는가? 아니면, 아우라를 보여 줄 지언정 이것은 그들 자신의 아우라인가?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여기서 그 이전에 정해야 할 것은 이런 형태의 공감각적 상품이 예술의 형태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일 것이다. 질료와는 별개로, 예술가로서의 의식이 그 형태를 정의내림에 고려되어야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돌 가수(또는 그 기획자/작곡자 등)는 이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다면 현재 예술가로서 받아들여지는 많은 이들도, 상당수는 다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팝' 이라는 단어에 지나친 거부감을 갖는 것은, 내 생각에는 그래서 문제다.

post script :
오직 이 블로그에서 카라를 보기 위해 아이돌 관련 포스팅을 종용했던 그 분을 감안해서 그림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