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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AIT! - Romanticismo Oltranzista

[Punch, 2007]

뭐랄까, 음악에서의 여성의 성적 상품화(여기서 '상품화' 라고 한 건, 보통 쓰이는 부정적 뉘앙스를 일단은 배제하는 용례에 따른 것이다/즉, 정치적 담론은 별론으로 한다. 음악에서의 성적 상품화는 사실 긍정, 부정적인, 다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아무래도 자본주의 하에서의 음악이 가져다 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물론, 데카당스 사조에서의 퇴폐성은 부정할 수 없을 텐데, 퇴폐적인 경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요새는 그러한 경우를 보는 것은 단언컨대, 결코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자본주의 하에서의 '상품' 으로서 덜 훌륭한, 서브컬쳐 상품의 경우에는 어떠할 것인가? 많이 생각해 본 것은 아니지만, AIT! 를 접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Sex sells' 라는 건 자본주의의 영향을 떼어 놓고 보더라도, 틀린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내 주변에 이 앨범을 구입한 이들 중 - 물론 많지는 않지만 - 커버에 혹해서 산 경우가 전부라는 점에 근거하는 것이다/사실, 이 시대를 생각하면 그리 강도가 높지 않음에도)

그렇다면 음악은 어떠한가? 이런 저런 소위 포르노 그라인드 등, 성적 코드 강한 스타일의 면모를 보여주는 밴드들의 음악에서, 그렇다고 그런 이미지들과 사운드의 개연성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말하고 보니, 포르노 그라인드는 예외로 하겠는데, 이는 '성적' 인 부분보다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성적 학대' 가 차라리 주된 테마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도 마찬가지인데, 은근히 슬리지한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외설적인 사운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 앨범이 어떤 식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실 아주 조심스러울 일인데, 앨범은 매우 다양한 스타일을 교잡시키다 못해, 그 종합적인 결과물은 그 중 어디에도 비슷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밴드에 대해 접근하는 동기가 '시각적 이미지' 여서인지, 이들의 음악은 필름 스코어에 가까운 면모도 보이지만(내 생각이지만, 이들의 음악에서는 70년대 이탈리아 에로 영화 스코어의 모습이 분명히 보인다/이탈리아 밴드이니, 분명할 것이다) 곡들이 가지고 있는 총체성 같은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이탈리아 말로 노래하고 있다는 정도.

그렇지만 어쨌던 공통점은 찾자면 아무래도 밴드의 음악을 지배하는 강력한 신서사이저는 분명히 80년대의 것이라는 점이다. 이건 꽤 재미있는 점인데, 정확한 해석은 어렵지만 정치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La Libera Democratica Societa Moderna' 나, 앨범에서 가장 노이지한 곡들 중 하나인 'Tempo Morto' 나, 예전 이탈리아 음악의 스타일을 따라가거나, 락커빌리 리듬, 또는 그 시절 인더스트리얼을 따라간다. 즉, 위에서 얘기한 이 앨범이 섞어내는 매우 다양한 스타일들은, 사실 거의 모두가 80년대의 산물이다. 아무리 예전으로 올라가더라도, 이 앨범은 뉴 웨이브 이전 시대로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을 많이들 포스트-인더스트리얼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나는 인더스트리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비트도 꽤 들을 수 있고, 몇몇 부분은 Cavaret Voltaire의 가장 댄서블한 시절을 답습하는 듯하기도 하나, 그런 부분은 사실 지엽적이다. 아니, 사실 어떤 특징을 집어서 찾아내더라도, 그 또한 지엽적일 것이다. 다만, 밴드의 이전작(이 앨범은 참고로 세 번째 앨범이다)에서 들을 수 있던 사운드 샘플링이나 효과음(명백히 시간적 흐름의 이미지를 의도하던)은 사라져 있는데, 그것까지 넣는다면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을 뭐라고 할 것인가? 그건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그나마 내 생각에 좀 더 확실한 것은, 'Sex sells' 스타일의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음악은 성적인 면모보다는 데카당스한 면모에 훨씬 가깝고, 플로어 뮤직의 느낌이지만 꽤나 탐미적이라는 것이다. 아주 독특하다. 앨범의 제목인 'Romanticismo Oltranzista' 는 영어로 하면 'romantic extremist' 라는데, 익스트림 메틀 때문에 이 단어는 꽤나 파워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퇴폐' 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자본주의 시대의 상품. 잘 팔리는 상품으로서 성적 상품화를 서브컬쳐가 다루고 있다면, AIT!는 아마도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다른 이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 글이 어떤 음악을 얘기하고 있는 지 이해하는가? 이해했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