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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al of the Left/Writings

Math rock/metal

math metal/math rock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벌써 꽤 된 일인 것 같은데, 예나 지금이나 '그건 어떻다' 는 식으로 얘기해 준 사람은 없었지만, 내가 그 단어를 듣고 생각한 것은 꽤나 잘못된 용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음악은 듣지 않고 개념적으로만 생각한 것이었는데, 바흐의 평균율 이후에, 그에 기반을 두고서 '이 음악은 수학적이지 않다'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순정율의 피로함(이는 연주나 조성의 사용에 있어서 얘기다)의 극복 내지는 음악의 '합리화' 때문인지, 바흐의 평균율과 동떨어져 있는 오늘날의 음악을 나로서는 생각하기가 좀 어렵다. 그렇게 치면, 굳이 'math' 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그 음악은 수학적인 것이고, 쓰지 않는 음악이라도 그런 것은 마찬가지다. 위키도 math rock에 대해서 '복잡한 리듬을 가진, 기타 위주의 실험적 록 음악' 이상 적어 주고 있지 않으니, 'math' 라는 용어는 그리 특출난 의미로써 사용된 것은 아닌 것 같다.[각주:1]

그럼 이 음악은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인가? 보통의 견해는 프로그레시브 록 내지는 펑크 록, 또는 시카고나 일본 출신의 여럿 복잡한 리듬의 노이즈 밴드들을 드는 것 같다. 이런 저런 밴드들을 여러 글에서 들고 있으나, 그 중에서 내가 들어 본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Massacre(물론, Fred Frith와 Bill Laswell의 그 밴드이다)나 Naked City 정도였고, 전술한 이런 저런 노이즈 밴드들은 John Cage나 Igor Stravinsky 등의 영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언급이었다.[각주:2] 물론 이상의 밴드들 역시 괴팍하기 그지 없는 리듬 파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러고 보면, 'math' 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할 까닭은 정말 없어 보인다. 음악의 스타일은 매우 틀리지만, 복잡한 리듬 파트를 지닌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을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벌써 이 음악은 프로그레시브의 영향을 받았다고 위에서 적어 놓는 형국이다. 소위 '아방가르드 록/메틀' 도 보통 복잡한 리듬을 가진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이런 류의 음악을 프로그레시브/아방가르드의 범주에 끼워넣는 것은 많은 난점이 있었을까. 프로그레시브는 그 용어 자체가 매우 모호하게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방가르드는 어떠한가? 'math' 는 'complex rhythm' 정도 된다면, 아방가르드는 'unconventional rhythm' 정도로 쓰는 게 더욱 정확할 듯하지만, 그렇다고 이 의미가 대중 음악의 범주에서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위키는 math rock의 특징을 서술하면서 '대부분의 록 음악이 4/4박자를 기반하고 있다' 는 식으로 시작하는데, 그렇다면 이 '장르' 의 괴팍할 정도로 복잡한 리듬이 'unconventional' 하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록 음악에서 '아방가르드' 는 정말 엄밀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가 하니, 그건 아닐 것 같다. 얼마 전에 가 본 음반 샵에서는, Lou Reed, Velvet Underground, Brian Eno 류의 음악에 모두 '아방가르드' 라는 광고 문구를 박아 넣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오늘날처럼 '아방가르드' 도 상품화되는 시대에, 굳이 구분할 일도 없을 일이다.

그래서 우리 상 파울로의 괴팍한 양반들의 음악은, 하지만 낯선 스타일은 아니었다

Chris Cutler는 얼마 전에(라고 해 봐야 한 4~5년은 된 거 같지만) 음악에서의 아방가르드는 다른 예술 분야와는 구별되게도, 'future' 를 지향하는 방식을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득 생각해 보건대, 아방가르드가 음악에 있어서는 전복되어 나타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은 꽤 일리 있게 느껴진다. 다름슈타트의 선구자들은 매우 실험적이었(다고 기억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Schoenberg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거의 도그마에 가까울 것이다. 아마 가장 솔직한 것은 Pierre Boulez의 말일 것이다.[각주:3] Cutler는 다시 아방가르드 재즈와 록을 그 뒤에 언급하는데, 이 두 스타일에서 나타나는 양상도 다른 예술의 분야와는 꽤나 구분될 것이다. John Cage는 기존의 '비음악' 에 속할 만한 것들을 음악의 범주에 끼워넣는 역할을 했다면, 이들은 '상품화' 의 경향성에 반대하여 움직인다는 정도의 설명을 덧붙이지만[각주:4], 그렇더라도 이들의 모습이 역시 'future' 지향적이지 않다는 것은 동일해 보인다. 그렇다면 '평균율 이후' 그리 특출난 면모라고는 할 수 없을 '수학적' 인 점을 장르명으로 내세우는 것은, 아마 스스로를 아방가르드에 포함시키는 모습과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방가르드도 상품화되는 시대 - 에 와서는, 그 만큼이나 특정 부류에게 잘 먹힐, 새로운 문구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보면 아방가르드 중에서도, 이렇게 근래의 기계화 시대를 표상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post script :
이 글은 별 거 없고, 그냥 Meshuggah의 "Obzen" 해설지를 보고 뭐 하는 얘긴가 싶어서 적어 본 얘기다.

  1. 그래서인지 위키는 'mathematical' 라는 단어를 'rhythmic complexity' 를 상징하는 정도로 얘기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재미있는 것은 allmusic.com은 이런 류의 음악을 포스트록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 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3. 'All composition other than that of 12 tone is useless' [본문으로]
  4. 그러나 아방가르드가 고정된 개념이 아닌 이상, 이건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