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financed, 2009]
Kayo Dot이나 Maudlin of the Well이나 분명 Toby Driver가 주도하는 것임은 분명하나, 사실 두 밴드의 음악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다. 물론 분명한 일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Kayo Dot의 데뷔작까지만)만, 아무래도 전자가 좀 더 실험적인 편이다. 예전의 포스팅에서 나는 밴드가 '클래시컬 무드' 가 있다고 얘기한 바 있었는데, 밴드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클래식의 면모는 사실 그리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아무래도 밴드의 입장에서는, 그건 록/메틀로서의 '프로그레시브' 의 컨벤션을 더욱 벗어나려는 시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Kayo Dot은 곡의 구조는 존재했지만('The Manifold Curiosity' 가 대표적인 예), 덕분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열려 있다고 느껴지는 음악이었다. 이상의 밴드들이 뚜렷한 이미지를 의도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아니라는 점에서, 그런 결과물은 밴드의 의도에 가장 충실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Baliset은 Toby Driver와 함께 Maudlin of the Well을 주도했던 Greg Massi의 밴드인데, Greg이 Kayo Dot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생각할 때, 그렇다면 이 밴드의 음악이 Kayo Dot과 Maudlin of the Well과의 차이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Baliset은 - 역시 복잡하기는 하지만 - Maudlin of the Well이나 Kayo Dot에 비해서는 좀 더 전형적인 사운드를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앨범에서 가장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초반의 'These Moments Are...' 와 'A Time for Rust' 일 것이고, 'Black Light Moon' 부터는 곡의 구조 자체는 낯설지 않다. 앞의 곡들부터가 복잡하기는 해도 Maudlin of the Well과는 차이가 있다. 낮은 음의 어쿠스틱 패시지에 얹혀지는 기타 리프는 생각보다 Iron Maiden을 많이 닮아 있다. 적어도 Kayo Dot의 접근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후의 곡들도 좀 더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앨범에서 가장 헤비한 'Dreamflesh' 나 'Winterlude' 가 따라가는 것은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리프 자체는 복잡하기는 하지만 Maudlin of the Well의 수준에는 이르지 않고 - 멜로디가 더 잘 들어오는 면은 있다 - , 다만 비트는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The Art of Contrition' 같은 곡의 격렬한 베이스 연주는 이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밴드가 시도하는 면모들은 다양하다 - 'Machinery Listens to Love' 의 앰비언스나, 'The Echo Box' 의 노이즈가 아무래도 Maudlin of the Well을 생각나게 하고, Massi의 보컬과 Lauren Flaherty의 여성보컬도 꽤 비슷하다. 덧붙인다면, Massi는 생각보다 괜찮은 보컬리스트이다. 말하자면 Cynic의 Paul Masvidal이 꽤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다만 Massi가 쓰는 곡은 Driver가 보여준 모습들보다는 확실히 더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앰비언스나 노이즈가 나타나는 부분은 메틀릭한 부분과 개연성이 떨어진다 - 'The Echo Box' 의 노이즈에서 이어지는 생경한 컨트리 풍 연주가 대표적이다. 전형적인 곡 구조에서 리프의 힘도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 않다. 사실 개별 리프들은 꽤나 멜로딕한 편이지만, 파트간의 이음새가 빈약한 덕분에 곡의 변화상에 비해서는 매우 단조롭게 들린다. 중간중간 들리는 밴조나 트럼펫 연주는 그걸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던 것 같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다. 생각해 보니, 그 밴조 연주들은 전부 컨트리처럼 들려서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시도들은 밴드의 메틀 리프의 중량감을 덜어낸다는 느낌을 준다. Maudlin of the Well과 유사한 아이템으로 좀 더 전형적인 곡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청자가 들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그 점에서 밴드는 전형적인 모습을 취하는 방법이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빠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밴조나 트럼펫 등이 그 함정을 빠져 나오기에는 꽤 부족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재미 없는 앨범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곡 전체 모습을 떠나서, 부분부분은 꽤나 흥미로운 편이니, 듣고 아이디어를 찾을 목적에서라면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