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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ic Scope

[DVD] Yes : Their Definitive Fully Authorized Story

[Image Entertainment, 2007]

프로그레시브 록의 팬을 자처한다면 Yes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Yes가 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점차 힘을 잃어 갔다는 것도 보통은 동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Going for the One" 까지가 가장 Yes다운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이후부터는 좀 곤란하다) 이제는 쉽게 손 대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역사를 가지게 된 이 밴드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그래서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하고, 보통은 예상을 그리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이 DVD도 물론 그런 기획이다.

이 DVD는 밴드의 역사를 다룬다는 사실에 매우 집착했던 것 같다. Jon Anderson, Peter Banks, Chris Squire, Steve Howe, Alan White 같은 밴드의 멤버들 외에도 꽤 많은 저널리스트들과 주변 사람들 - 이를테면, Keith Emerson - 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멤버들의 얘기는 더욱 솔직한 편인데, 꽤 많은 라인업 변동이 있었던 밴드인지라, 이 전(前) Yes 멤버들은 자신이 해고된 경위와 스스로의 느낌을 진솔하게 얘기한다. 음악 이야기도 물론 많지는 않지만 나온다. King Crimson의 영향을 술회하는 부분 또한 흥미롭다. (이 자존심 강한 양반들이)물론 이런 식의 DVD가 그렇듯이, 밴드가 아레나 밴드라는 비아냥을 듣기 시작한 이후의 뮤직 비즈니스가 가해 오는 압력 또한 짚고 간다. (Yes의 공연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없는 우리의 경우)최근에 멤버들이 어떤 행색으로 살고 있는지도 볼 수 있다는 점도 나름의 장점이다. 특히 (의외로)Steve Howe 같은 경우는 정말 괴짜처럼 등장한다.

문제는 그래서 정작 이 DVD는 밴드의 음악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거의 인터뷰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공연 영상이나 다른 장면들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밴드의 젊은 시절의 사진들도 사실 웬만한 것은 이미 익숙한 장면의 사진들이다.(미공개 사진이라는데 왜 익숙한지는 알 수 없다) 그나마 disk 2에 수록된 뮤직비디오 및 포토 갤러리, 1996년의 미공개 리허설이 수록되어 있어서 좀 낫고, 특히 후기 Yes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Tempus Fugit' 의 영상을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처음인지라 조금은 흥미로웠다. 사실 Yes 팬이라고 자처하는 이들 중에 "Drama" 를 애지중지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 기껏해야 'Machine Messiah' 정도? - 적어도 그 앨범은 팝의 컨벤션에서는 Yes의 전작들에 떨어지지 않는다고는 생각하는 편이니, 하필 'Tempus Fugit' 를 고른 것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하긴 'Owner of a Lonely Heart' 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상은 아무래도 Yes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어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꽤 많은 트리비아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Fragile" 이나 "Close to the Edge" 에 감흥받은 적 없는 사람들에게 그런 트리비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실 Yes는 그 찬사만큼이나, 과장된 사운드다, 그 지나친 진지함이 개그로 다가온다는 식의 혹평을 받기도 했던 이들이었다. 물론 난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Yes가 프로그레시브의 개념에 대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었음은 분명할 것이다. 말하자면 평론가들이나 Yes의 다이하드 팬들이라면 꽤 좋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지겨울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