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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The Rods - The Rods

[Arista, 1981]

돌아가신 Dio 선생이야 불세출의 보컬리스트였다는 걸 누가 모르겠냐마는 그 집안에서 그 분만 음악을 했던 건 아니었다. Dio의 사촌이었던 David "Rock" Feinstein 또한 상당한 실력의 뮤지션이었는데, 아무래도 가장 잘 알려진 활동은 Elf에서의 기타 연주였겠지만, Elf 자체가 사실 Dio가 아니었다면 알려지기 힘들 밴드였으니, 그걸 커리어의 정점으로 놓는 건 많이 무리이겠다. 그래도 꽤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였던 David도 또한 78년부터 자신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시작한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알음알음 알게 된 인맥들이 그래도 꽤 있었던 것 같다. 비슷비슷한 인물들을 규합해 가면서 80년대에 계속 활동을 이어 가는데, 아무래도 그 정점은 이 밴드일 것이다.

Elf야 (뭐 나도 몇 곡 들어본 거 없긴 하지만)그 시절에 잘 어울리는 블루스 내지는 부기우기를 연주하던 밴드였지만 아무래도 미국에서 놀던 이들로 구성된 밴드이다 보니 음악 색깔은 많이 틀려진다. 문제는 David의 기타 스타일은 사실 앞서 말했듯이 영국적인 스타일이다. 사실 그 스타일이 메틀답게 거친 사운드를 낸다면? 가장 가까울 것은 아마 Motorhead 식의 연주일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미국인이고, 거기다 뉴욕 출신이다. 덕분에 이들의 음악에는 아메리칸 하드 록 스타일이 묻어나면서도, 뉴욕 출신다운 펑크 리프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 밴드는 사실 AC/DC와 Motorhead와 많이 비교되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 이런 점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쯤 되면 짐작할 사람도 있겠지만, 덕분에 밴드의 음악에서는 80년대 초반 스피드 메틀의 색깔도 조금은 나타난다.

아무래도 이 밴드를 메틀 밴드로서 매력 있게 만드는 멤버는 사실 David보다는 드러머인 Carl Canedy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기우기 연주하던 David이 참 고생하고 있구나 하는 것은 첫 곡인 'Power Lover' 부터 드러나는데, 브리티쉬 하드 록의 색채가 느껴지는 리프의 스피드메틀 트랙이지만, 캣취한 코러스 등은 분명히 아메리칸 하드 록에서 빌려 왔을 것이다. 그 사이를 잘 조율하는 것이 Carl의 드럼이다. 메틀 사운드 답게 역동적인 스타일의 연주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락큰롤 본연의 모습을 잘 유지하는 편이다. 하긴 Canedy가 그리 만만한 분이 아니다(요새는 프로듀서로 유명한 분이다. Megedeth의 "Peace Sells..." 나 Anthrax의 "Spreading the Disease" 같은 앨범을 확인할 것). 스래쉬메틀 프로듀서로서의 Carl의 모습을 고려할 때, 이 앨범의 모습은 블루스향 짙게 풍기던 브리티쉬 헤비메틀이 미국에 와서 스래쉬메틀로 변화해 가는 사이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래서 이 앨범이 비틀거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David의 기타 연주는 사실 테크닉적으로 아주 훌륭하다. 'Woman' 같은 곡의 크라이베이비를 이용한 슬리지한 분위기의 연출이나 앨범에서 가장 스피드메틀에 가까운 'Nothing Going On In The City' 같은 곡의 솔로잉은 Shrapnel에서 나오던 많은 테크니션들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David의 보컬은 밴드의 확실한 약점일 것이다. 앞에서 Motorhead와 AC/DC를 얘기했지만, 감히 Lemmy나 Bon Scott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확실한 건 그 집안의 노래 재능은 Dio가 거의 다 가져갔나 보다 싶다. 또한,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어느 정도의 락큰롤 분위기(부기우기 트랙도 있는 마당에 -'Roll with the Night')는 앨범의 약간은 모호한 색채를 생각하면 사실 어색하게 느껴지는 면이 분명히 있고, 적긴 하지만, Dio풍의 파워 발라드를 시도하는 부분에서는 확실한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쨌든, 3인조 편성임을 생각하면 매우 에너제틱한 앨범임이 분명하지만, 이 앨범에 준수한 80년대 초반의 헤비메틀 정도 이상의 칭찬을 해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솔직히 이 시절에 80년대 초반의 헤비메틀을 듣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칭찬이라면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점이다. 아마 정작 이 앨범을 찾아 들어보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레이블이 무려 Arista 아닌가? 이들은 결국 슈퍼 밴드가 되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그런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메이저하게도 될 수 있는 향내까지 풍기는 이들이었다. Dio 친척이라고 꼭 Dio 스타일만 따라가는 건 아니었다는 것도 알아두면 재미있을지도.

post script :
두 곡의 보너스트랙이 추가되어 1997년 High Vaultage 레코드에서 재발매되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대충 20~30달러 선에서 찾는다면 물건은 참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