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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ic Scope

[Cinema] Metal : A Headbanger's Journey

[Warner Brothers, 2006]

드물게 밴드의 라브를 다룬 영화가 나오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걸 생각하면 이렇게 '메틀' 밴드의 라이브를 다룬 영화가 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니다. 뭐 굳이 이상한 걸 찾아낸다면 Rolling Stones 같은 이들의 라이브를 담은 영화보다 확실히 이런 영화가 돈은 더 안 될 테니, 제작사가 흔쾌히 제작비를 내놓았을까 하는 점인데, 생각해 보면 이런 영화에 등장할 오랜 경력의 거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시장에서 (음악성과 별개로)훌륭한 상품성을 인정받은 경우일 것이니, 그건 괜한 걱정일 것이다. (나는 몰랐지만, PIFF에서 발표된 화제작이라고 한다)Sam Dunn이라는 감독은 나로서는 생소한 이름인데, 이 영화가 나올 당시 30세인, 12세부터 메틀을 들어 온 열혈 메틀헤드이자 인류학자(!)라고 한다. 하긴, 이런 영화는 그런 인물이 감독이 아니라면 나올 생각도 못 할 테니, 따지고 보면 놀라울 일도 아니다.

영화는 어째서 메틀이 인기를 얻고, 그 호오가 명확한지에 대해 다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을 위해 감독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뮤지션들을 인터뷰한다. 이를테면 Tony Iommi나 Alice Cooper, Lemmy, Dio, Bruce Dickenson 등. (OST에는 없지만) Mayhem도 길지 않지만 등장하는데, 음주 인터뷰이다 보니 그리 많은 양이 들어있지는 않지 싶다. 잠시 이 영화의 OST 리스트를 소개하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을 대략 짐작케 할 것이다. 아, 그리고 이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는데, 이 많은 뮤지션들 중에서 Dio가 가장 신사더라.

1. Iron Maiden - Hallowed Be Thy Name (live)
2. Accept - Ball to the Wall
3. Black Sabbath - Heaven & Hell
4. Lamb Of God - Laid to Rest
5. Blue Cheer - Summertime Blues
6. Rush - Working Man
7. Motohead - Killed by Death
8. Diamond Head - Am I Evil
9. Twisted Sister - We're Not Gonna Take It
10. Venom - Blood Lust
11. Slayer - Disciple
12. Arch Enemy - Silent Wars
13. Slipknot - (sic)
14. Childrem Of Bodom - Needled 24/7
15. Cannibal Corpse - Decency Defied
16. Emperor - Inno A Santana (live)

덕분에, 이 영화는 메틀헤드라면야 재미있게 볼 수 없는 영상들의 연속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1시간 20분 가량의 영화에 저 밴드들을 조금씩이나마 훑고 지나가는 건 참 급한 작업이다. 다만, 감독 본인이 메틀헤드인지라 적어도, 메틀헤드들이 이 음악을 왜 좋아한다, 는 설명으로서는 잘 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얘기는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왜 '그들' 이 메틀을 싫어하는가? Dee Snider가 의회에서 PMRC에 대해 증언하는 장면은 지루할 뿐이다. Dunn 감독 본인의 '메탈은 우리가 피하는 것에 맞선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에 찬사를 보내고, 무서워하는 것을 탐닉한다' 는 말만큼이나 애매한 편이다. 하지만 어떻겠는가? 영화 제목부터가, 이 영화는 어차피 메틀헤드를 위한 것이니, 메틀을 좋아하지 않는 그런 이들, 은 처음부터 별로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DVD에서 가장 무릎을 쳤던 것은 보너스 DVD였다. 어린 시절 메틀을 듣던 아이들이 모여 가장 많이 하던 것 중의 하나가 '계보' 짜기 아니겠는가. 우리의 감독은 영화에서의 여정은 물론 자기 나름대로의 계보, 그리고, (아무래도 '메틀을 왜 싫어하는가?' 와 관련한 듯하지만)노르웨이 블랙메틀 씬에 대한 이런 저런 인터뷰들과 그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런 방화 사건에 대해서, '묵과하지도, 이해하지도 않는다' 고 유보하고 넘어가는 입장은, 아무래도 감독이 메틀헤드이니까 가능한 결론일 것이다. 영상 자체의 흥미로움보다는(물론 무시할 수도 없지만)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있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 메틀헤드로서 이 영화를 보는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