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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Magenta Skycode - Relief

[Solina Records/Sony Music, 2010]

Magenta Skycode는 핀란드 출신의 인디 록 밴드 정도로 설명되고 있는 듯하고, 물론 틀린 설명도 아니지만 밴드의 출신은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특별한 데가 있다. Thergothon의 "Stream from the Heavens" 는 이미 잘 알려진 - 밴드가 해체된 후에야 알려졌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 퓨너럴 둠 클래식이지만 밴드가 해체 후 꾸린 밴드였던 This Empty Flow는 확실히 Thergothon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This Empty Flow의 첫 앨범 이름이 "Magenta Skycode" 였다. 이 밴드는 그러니까 This Empty Flow 이후 계속되는 이들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다. Jori Sjöroos는 요새 핀란드에서 팝 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이 쯤 되면 이들에게서 메틀을 기대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하긴 저 앨범 커버에서 벌써 짐작했어야 했다. 덕분에 Thergothon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을 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잠깐 레이블을 보자. 이거 무려 Sony에서 배포하는 앨범이다.

그러다가 작년 앨범의 싱글인 'We're Going to Climb' 을 접했는데 - 곡을 시작하는 보컬 하모니는 확실히 Fleet Foxes같은 '힙' 한 친구들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다 - 밴드의 전작인 "IIIII" 도 어둡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더욱 밝아졌다. 앨범에 참여한 이들 중에서 확실히 눈에 띄는 이라면 Maurice Hawkesworth가 있는데, 가사에만 참여하기는 했지만 전직이 Ace of Base(!)의 매니저였던 양반이다. 아닌 게 아니라 "IIIII" 이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이라면 "Relief" 는 여름에 어울리는 앨범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꽤 적절한 표현이었던 셈이다. "IIIII" 은 포스트펑크와 필 스펙터가 좀 우울한 튠으로 버무려진 음악이라는 느낌이었는데 키보드와 쟁글거리는 기타는 여전하기는 하지만 방향은 분명히 틀리다. "IIIII" 이 The Cure같은 이들에 가까웠다면 "Relief" 는 The Brother Kite 같은 이들에 가깝다. 듣기 쉬워졌단 뜻이다.

밴드는 그러면서 확실히 단순해진 방향을 보인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예는 'The Simple Pleasures' 일 것이다. 심플한 코드 진행에 보컬의 팔세토에 의존하는 구성을 가져가다가 전작보다 두터워진 '월 오브 사운드' 코러스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King of Abstract Painters'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반복되는 리프와 이를 주변에서 장식하는 키보드가 밴드의 핵심이 되고, 단순해진 구성만큼 두터워진 텍스처를 보컬이 감당하려니 화려한 코러스는 필연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차트에서 그와 비슷한 식의 밴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Vampire Weekend같은 이들이 그럴 것인데, Magenta Skycode가 그와 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이 앨범에 비하면 Vampire Weekend가 더 거칠다. "IIIII" 는 그런 면에서는 "Relief" 와 완전히 틀렸다.

그런 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들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Pulp 풍의 빈티지한 브릿 팝 발라드 'Montag' 이다. This Empty Flow와 "IIIII" 앨범까지는 남아 있었던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션이 그나마 가장 뚜렷한 곡이기 때문일 것이고, 'Night Falls on the Rifle' 은 (나름)격렬한 퍼커션과 키보드 파트에서 포스트펑크로의 진행이 가장 눈에 띄는 곡이다. 달리 말하면 이 앨범에서 이 두 곡이 "IIIII" 에 가깝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앨범이 별로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 정도의 인디 팝 앨범도 내지 못하는 밴드들이 참 많(다고 생각하)지만, Magenta Skycode가 그냥 팝 밴드로 끝나는 것도 좋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팝' 을 폄하하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밴드보다 이들은 더 풍성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Vampire Weekend보다 The Cure, Paul Simon을 더 좋아하는 인간이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출중한 팝 튠이라고 생각한다. Magenta Skycode - We're Going to Cli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