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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Lou Reed and Metallica - Lulu

[Warner, 2011]

이 앨범만큼 요새 화두에 오르는 앨범도 없으리라 본다(사실 Morbid Angel의 근작 이후 이런 게 또 나올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중론은 이게 뭐냐는 것인 것 같다. 물론 해설지는 이 앨범을 헤비메틀 앨범으로 보면 안 된다는 취지다. 상업적인 복안을 떠나서, 사실 그 자체는 틀릴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렇게만 판단한다면 Lou Reed 입장에서는 꽤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은 거의 전대미문에 가까운 콜라보레이션이니, 일반적인 헤비메틀의 범주에서 파악한다면 안 된다는 것이 요지이다. 거기까지는 누구나 이해할 만한 얘기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앨범을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은 무엇일 것인가? 사실 이마저 텍스트로는 꽤 간명하게 표현될 수 있다. 누가 봐도 Lou Reed보다 Metallica의 판매고가 압도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Metallica를 감안한 헤비메틀의 시각에(아, 물론 Metallica는 '한 때' 스래쉬 밴드였지만, 이 앨범을 팝 차트에서 접할 대부분의 사람들은 헤비메틀의 '소소한' 서브 장르에는 아무래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Lou Reed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이 앨범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솔직해 보자. 다시 살펴보자면 이건 말 자체로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운 점이다. 위와 같이 말하는 이들도 자인하는 부분이지만, 이런 콜라보가 거의 전례가 없었다는 점은 과연 이 앨범을 어떤 방향에서 살펴봐야 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 상당한 두통을 가져온다. 그럼 그건 대체 뭔가? 이들의 콜라보가 이미 2009년부터 예견된 사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두통을 일으키는 지점은 사실 다들 예견한 바대로다. Velvet Underground의 판매고와 상관없이 Lou Reed는 거의 '뉴욕의 목소리' 에 비견되는 이미지의 인물이었다. 사실 이 앨범이 거의 좀 변형된 형태의 송 북(song book)에 가까운 점도 이를 감안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Lou Reed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음유시인이라고 해도 어울릴 인물이다. 반면, '헤비메틀 밴드' 로 잘 알려져 있는 Metallica는 어쨌건 사운드로 승부하는 이들이다. 만나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만났다는 중평들은 대부분 이 사실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물은 유감스럽게도 그 예상을 빗나가지 못했다! 불안불안하게(그러면서도 미니멀하게) 이어지는 리프에 거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비영어권을 살아가는 민초로서는 더욱 그렇다) 읊조림은 그러한 우려를 벗어나지 못했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가사들 중 하나일 'Throw it away/ For worship someone who actively despises you!' 가 Lou Reed와 Metallica의 팬들을 동시에 엿먹이는 표현으로 보이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Lou Reed의 주절거림을 먼저 얘기했지만, Hetfield의 백보컬도 뜬금없기는 매한가지다. 이미 Hetfield는 꽤나 '맛이 가 버린' 목소리로 욕을 많이 먹어 왔지만 이 앨범만큼 서사를 완전히 잃어버린 경우도 흔치 않다. 더군다나, Lou Reed 특유의 주절거림과 Hetfield의 보컬이 얼마나 잘 조화될 것인가? 이미 그 뒤에 깔리는 헤비 리프만으로도 힘겨워 보이는 Lou Reed인데 말이다.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이 앨범의 컨셉트이다. Wedekind라니! 물론 나는 "Lulu" 외에 다른 작품은 접해 보지도 못한 문외한이지만 이 작품은 그래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굳이 희곡이 아니더라도 Alban Berg도 있다. 타락한 여자 룰루의 비극적인 운명과 등장인물들의 부정적인 성격특성들. 이 앨범을 어떠한 함의가 아니라 표면적인 이미지로 접근했다고 하는 이 뮤지션들의 접근 방식부터가 내 생각에는, 룰루에 대한 지나치게 피상적인 이해이다. "Lulu" 는 당대에 가장 극단적인 표현을 구사한 작품 중 하나였다(라고 알고 있다). Wedekind는 이를 의도적으로 두 개의 독립적인 극으로 만들었는데, 이 중 속편인 "판도라의 상자" 에서는 그간 상대하는 남성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룰루를 몰락시킴으로써 극도의 파괴성을 구축한다. 물론 잘 알려진 오페라는 이를 3막 7장으로 재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Lou Reed의 모노톤의 보컬과 Metallica의 헤비 리프가 그 3막 7장 중에 재현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재현을 굳이 강요할 이유도 없지만,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이 그렇다고 명확한 새로운 이미지를 주는 것도 아닌 와중에 오히려 재현은 미덕일 수 있다. 심지어 이 앨범은 리프만이 아니라 그 아포리즘마저 반복적이다!(빌어먹을 'Pumping Blood' 을 들어 보시라. 물론 추천하진 않는다. 'Waggle my ass like a dark prostitute coagulating heart-pumping blood' 어쩌고 저째?). 그나마 가장 연주가 나서지 않고 '퓨너럴' 에 가까운 분위기를 고수하는(일단 Hetfield가 '예~~' 를 하지 않는다) 'Junior Dead' 가 Lou Reed의 최근 행보를 생각한다면야(사실 이 아저씨야 "Metal Machine Music" 부터 설화는 항상 끌고 다녔다) 덜 생소할 곡이겠지만 이 앨범에서 사실 Metallica는 '작곡에 참여한 것도 아니면서'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치면 이 앨범을 헤비메틀 앨범의 견지에서 판단하지 말라는 Metallica의 말도 조금은 기만적이다. 이 앨범은 그렇게 판단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결국 이 앨범은 "Lulu" 의 컨셉트는 물론(사실, 이 앨범의 컨셉트는 Wedekind의 원작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찢어발겨져 있다. 거의 Lulu가 잭 더 리퍼를 만나는 분위기) Metallica와 Lou Reed 어느 쪽의 색채도 살려내지 못하는 '망작' 에 다름 아니다. 보통은 단촐한 텍스처에 자신의 목소리를 싣는 일을 자주 해 오던(물론 그 텍스처는 그럼에도 괴팍할 수는 있겠지만) Lou Reed의 텍스처에 지나치게 손을 댄 감도 있고. 그리고, 얼터너티브 물에 몸을 담그다가 그래도 살짝 뺀 것처럼 보여지던 Metallica가 이제는 아예 갈 길을 가 버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앨범을 더욱 삐딱한 눈으로 보게 만든다. Lou Reed와 Metallica 사이에서 어떠한 방향성도 찾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 그게 이 앨범의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