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Jag Panzer - Ample Destruction

[Azra, 1984]

Jag Panzer는 물론 Century Media에서 앨범을 꾸준하게 내던(지금은 Steamhammer로 옮겼지만) 밴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과는 상관없이)이 양반들이 꽤 잘 나간다고 속단하는 건 무리이지 싶다. 이 밴드가 결성된 것은 1981년이었고, 데뷔작인 이 앨범이 나온 뒤 다음 앨범이 나오기까지는 10년이나 걸렸으니 이들도 고생을 할 만큼은 한 셈이다. 그러고 보면 2집이었던 "Dissident Alliance" 가 밴드의 망작으로 꼽히는 편인데 10년만의 복귀작으로 망작을 냈으면서도 Century Media와 계약할 수 있었다는 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밴드의 가장 뛰어난 앨범을 꼽는다면 데뷔작인 이 앨범을 꼽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처음으로 접한 Jag Panzer의 앨범인데, 아무래도 국내에도 솔로작("Out of the Sun")이 라이센스되기도 했던 Joey Taffola가 기타를 잡고 있어서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후의 앨범들도 수준 높은 파워 메틀이지만, 이 데뷔작은 밴드의 이후 앨범들과 비교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하다. 아무래도 출신이 출신인지라 호방한 맛이 있는 리프가 특징적인, 약간은 전형적인 '블루칼라' 미국 파워 메틀이 뼈대가 되겠지만('Harder than Steel' 같은 곡은 Van Halen이 생각나는 면도 있다), 동시대의 밴드들에 비해서는 NWOBHM의 영향력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덕분에 동시대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 시대가 시대인지라 - 덜 스래쉬하고, 상대적으로 멜로디라인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돋보이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동시대의 '힘 있는' 아메리칸 헤비메틀을 상징하는 몇몇 밴드들 - Fates Warning - 은 상대적으로 그런 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The Tyrant(이 양반이 2004년 "Casting the Stones" 부터 다시 합류한 Harry Conklin이다)의 보컬이 John Arch나 Lizzy Borden 같은 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Bruce Dickenson나 Rob Halford 등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때문일 것이다. Joey Taffola의 이름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앨범의 테크닉은(적어도 기타만큼은) 밴드의 이후 어느 앨범에 비해서도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앨범은 은근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거의 파워 메틀의 가장 훌륭한 전형에 가까울 것이다). Judas Priest 풍의 리프 하나만 가지고 - 적당히 펑크적이면서도 - 상당히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Warfare' 같은 곡이 있고, 앨범의 곡들 중에서는 가장 스래쉬에 가까운 'Generally Hostile', 연극적인 느낌을 주는 The Tyrant와 트윈 기타의 유니즌 플레이가 Mercyful Fate와도 유사하게 느껴지는 'The Watching' 같은 곡도 있으며, 7분이 넘어가는 대곡 'The Crucifix' 도 있다. 물론 기본적인 리프의 전개는 파워 코드를 이용한 두터운 사운드의 구성과, 멜로디라인을 전개하는 중간중간 팜뮤트를 이용한 절도있는 플레이가 돋보이는 - 그 시절에 그리 드물지 않은 스타일, 이지만, 그러면서도 곡마다 조금씩은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점이다. 덕분에 앨범은 파워 메틀 앨범으로서의 응집력도 동시에 확보한다. 앨범의 가장 강렬한 부분이 'Symphony of Terror' 같은 명확한 컨셉트의 곡에 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바가 있다.

즉, 80년대 헤비메틀 - 스래쉬메틀과 LA메틀을 일단, 논외로 할 때 - 을 얘기할 때 떠오르는 요소들의 전형을 전부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앨범은 80년대 파워 메틀 가운데에서도 가장 남성적인 편에 속했던 80년대 초반 미국 '블루칼라' 파워메틀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상투적인 표현이다만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면 80년대 초반 미국 헤비메틀의 많은 '클래식' 들 중에서 이 앨범만큼 과소평가되는 것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사실, 1984년에 나온 헤비메틀 앨범을 얘기할 때 Jag Panzer의 데뷔작을 집어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니까. 그렇지만 적어도 이 앨범만 두고 얘기할 때는 이들은 Iron Maiden이나 Judas Priest 같은 선배 밴드들 - 말하고 보니까 전부 영국 밴드들이기는 한데 - 에 비하여도 전혀 떨어지는 이들이 아니었다. 즉, "Dissident Alliance" 같은 망작을 보고서도 Century Media가 과감하게 계약할 수 있었던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매우 훌륭하다.

post script :
1. Azra Records에서 나온 오리지널 LP도 아직 구할 수는 있으나... 200달러를 호가하는고로 추천할 물건은 아닌 것 같다. 밴드의 이전작인 "Tyrants" EP와 합본된 재발매반 CD를 ebay 등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그 편을 추천. 
2. Azra Records는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Overkill의 (데모를 제외한)첫 앨범인 "Overkill" EP를 발매한 곳이다. 나머지 발매작들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 알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