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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Bain Wolfkind - Music for Lovers & Gangsters

[Hauruck!, 2005]

Bain Wolfkind는 많은 이들에게 낯익은 이름은 아니겠지만 Der Blutharsch에 관심이 있는 경우라면 조금은 익숙할 이름일 것이다. Bain은 이미 "When Did Wonderland End?" 에 자신의 목소리를 선사한 바 있었고, 자신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인 Novo Homo를 통해 활동해 왔다고 한다. Novo Homo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그 프로젝트와는 다른 과외 활동을 Albin Julius와 함께 계속해 온 셈이다(뭐, Novo Homo도 Hauruck! 을 통해 앨범을 발매했고, La Maison Moderne를 생각해 봐도 이 둘은 꽤 닮은 데가 있다). 덕분에 Bain Wolfkind의 작품이라 하나, 이 앨범이 무슨 스타일을 담고 있을 지 예측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앨범의 타이틀을 보매 소위 '밑바닥 인생들' 에 관련된 얘기일 것이라는 정도.

음악은 사실, 괴팍하게 변형된 블루스에 가깝다 - Wolfkind의 낮은 톤의 목소리는 Tom Waits를(물론 Tom의 목소리가 더 괴팍하긴 하다) 생각나게 하는 바 있는데, 기타/드럼에 하모니카, 피아노가 더해진 단촐한 편성의 연주라는 점에서도 유사하지만, 사실 Wolfkind의 스타일이 좀 더 혼성적이기는 하다. 록은 물론 포크, 재즈, 블루스, 느와르 뮤직까지 다양하게 섞어내는 편인데, 물론 그 경계는 불명확한 편이다. 마찬가지로 Wolfkind가 이 앨범에서 들려주고 있는 가사도 내용은 다양한 편이다. 'Burlesque' 는 - 느와르에서나 나올 법한 - 늦은 밤의 치정살인 이야기를, 'Driving All Night' 은 비 오는 날 트렁크에 사체를 싣고 달리는 이의 이야기(물론 이렇게 단순하진 않다만)를 다루는 등 - 적당한 사랑 얘기도 들어간다. 앨범 제목에 'Lovers' 도 써 두긴 했으니 - 그 '밑바닥 인생' 군상들은 조금씩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앨범은 일관된 흐름이 있다기보다는 그런 모습들의 이미지화를 의도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블루스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Tom Waits를 얘기하긴 했지만 또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Nick Cave and the Bad Seeds이다. 밴드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사실 근래와는 다른 과거의, 소급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서사들이다. 가장 단적인 예는 murder-ballad라 할 만한 'Shiny Steel Blade' 나 사디스틱한 면모까지 보이는 'My Name is Poison' 이다. Nick Cave도 "Murder Ballads" 에서 포크, 블루스 등 이런저런 장르들의 발라드 곡조를 택했던 것을 생각해 보자. 틀린 점이 있다면 Novo Homo 출신 다운, 간혹 등장하는 일렉트로닉 시퀀스나, 리버브 걸린 기타 연주와 로커빌리풍 베이스 연주가 맞물리는 로큰롤풍의 사운드가 더해진 정도가 눈에 띄는 편이다. 굳이 또 하나를 더하자면 Bain Wolfkind가 내세우는 주인공은, 그래도 자신의 행동의 배후에 있는 취약한 이면을 알고 있던 Nick Cave의 주인공에 비해 좀 더 비정한 편이라는 것이다. Nick Cave의 발라드가 극단적인 낭만주의적 서사라면, Bain Wolfkind는 총격이 잦은 슬럼가 인생들의 르포르타주에 가까운 편이다. 'This Town Will Kill You' 에 나오는 주인공은 확실히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그 특유의 건조함 - 물론 음악이 가져오는 이미지에 대한 얘기다. 음악만 본다면 이 앨범은 쾌활한 부분까지 존재한다 - 이 이 앨범을 다른 네오포크 앨범들과 구별짓게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포크에 기반한 네오포크 밴드들(괴이한 표현이지만, 네오포크는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된 장르니까, 이렇게 표현함도 가능할 것이다)은 어느 정도는 Nick Cave를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렇다면 Wolfkind는 Nick Cave와 가장 흡사하면서도, 동시에 Cave를 가장 건조하게 받아들인 경우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확실히 나쁘지 않다. 사실 이 앨범은 이미 어느 정도는 장르의 클래식으로 대접받고 있는 듯한데(별로 예전 앨범이 아니긴 하다만), 확실히 그럴 만한 근거는 있다. Bain Wolfkind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