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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Sol Invictus - The Cruelest Month

[Auerbach/Prophecy, 2011]

그러고 보니 Sol Invictus의 6년만의 앨범이다. 물론 나는 6년 전에는 Sol Invictus라는 이들을 알지도 못했지만. (아, "A Mythological Prospect Of The Citie Of Londinium" 을 이들의 앨범으로 친다면야, 5년이 되겠다) 그리고, Tony Wakeford가 워낙에 이런저런 사이드 프로젝트들로 활동을 이어 온 탓에 사실 그렇다고 아주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Orchestra Noir나 The Triple Tree는 물론, Wakeford의 솔로 작품들도, Sol Invictus의 그것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Wakeford의 음악적 노정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들이었다. 다만 세월과 그동안의 경험이 Sol Invictus를 어떻게 바꿔 놓았을지가 궁금한 것 또한 사실이다. Prophecy는 좋은 레이블이지만, Sol Invictus 특유의 냉소와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예상 이상으로 Sol Invictus의 전형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이 앨범 자체가 보여주는 스타일은 꽤 다양한 편이다. 'Something's Coming' 이나 'Toys' 같이 상대적으로 네오포크의 전형에 가까운 곡도 있지만, 'Stella Maris' 나 'Fool's Ship' 같은 곡에서는 덜시머, 글로켄슈필, 플룻, 바이올린, 12현 기타 등 폭넓은 편성으로 좀 더 두터운 사운드를 보여주기도 하고, 'Cruel Lincoln'(링컨이 그렇게 잔인했던가) 와 'Blackleg Miner' 같이 아예 그네들의 포크 송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한다. 영국식 포크와 냉소적인 인더스트리얼이 교묘하게 병치되는 Sol Invictus의 스타일이 그 나름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아우르고 있는 셈인데(중간중간에 분명히 보이는 사이키델리아도 그렇다), 종종 두터운 사운드를 보여주기는 하나, 그리 복잡한 작풍을 찾아보기 힘든 네오포크의 경우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란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기묘하게 뒤틀린 가사 또한 이런 사운드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심술궂은 동화 같다는 느낌도 있다. 이를테면 'The draughts are forming a coven, Peter Pan is sleeping with whores' 같은 가사가 그렇다.

그리고 Tor Lundvall이 그린 커버가 보여 주듯이, 이 앨범은 Sol Invictus의 앨범 중에서도 가장 회화적인 것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앨범에 어떤 컨셉트가 있다는 것은 아닌데(적어도 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들을 만한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양상의 곡들이 각자의 개성 외에 가지는 특유의 냉소와 어두움은 물론, 개별 곡들의 주제(또는 곡명)는 아주 즉물적으로 이해된다. 모든 곡들이 그렇지만, 'Something's Coming' 에서의 크레센도로 진행되는 오케스트레이션이나 'Fool's Ship' 에서의 앰비언스와 사이키델리아가 가장 단적인 예가 아닌가 생각한다. 'Kill All Kings' 같은 곡은 (제목만 봐서는 좀 의외일 정도로)전형적인 포크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Wakeford의 신경질적인 보컬이 역시나 또 하나의 악기의 역할을 한다. 밴드는 다양한 악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 사용의 요점은 그렇게 치면 분명 일관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어쨌건 그 모습들이 가지는 공통점 중의 하나는 로맨틱하다는 것이다(뭐 열렬한 사랑 얘기가 나와야지만 로맨틱한 게 아니라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밴드는 포크라는 그들의 '코어' 를 유지하면서 그에 냉소적이면서도 어두운 분위기를 덧칠한 셈인데, 애당초 그 코어 자체는 (조금은 잔혹할 때도 있지만)로맨틱한 것이었던 셈이다. 들어 본다면, 저 Tor Lundvall의 앨범 커버가 이 앨범의 음악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것인지를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Tony Wakeford와 Andrew King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분명히)만족할 수 있을 앨범.





Sol Invictus - To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