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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ic Scope

[DVD] Death in June : Behind the Mask

[Voidstar Prod., 2005]

"Behind the Mask" 는 2005년에 행해진 Douglas P. 와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이런 류의 영상물이 모두 그렇지만, 내용은 기본적으로 DIJ의 음악적, 이데올로기적 내용을 담고 있다. 덧붙인다면 이 DVD에서는 DIJ 외에, 사실상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Crisis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Crisis의 레코딩을 입수하기 어려운 현재, 밴드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자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 이 부분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물론 밴드가 밴드이니만큼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자료이겠지만.

Douglas는 상당히 이미지에 신경쓰는 이일 것이다. 배경부터가 깔끔한 공간이 아닌, 매우 황량한 도시의 풍경에서 행해지는 모양새이고, 공연이 아닌 인터뷰이지만, 처음에 Douglas는 (공연과 앨범 부클릿 등에서 알 수 있듯이)위장 그물과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얘기하고 있다. 답답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인데, DIJ인 만큼 어느 정도 이미지의 은폐는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Douglas는 다른 세트에서 마스크 없이 드디어 맨얼굴을 보여준다(뭐 여러 작품에서 미치광이같은 표정을 보여준 바는 있지만). 재미있게도 Douglas는 확실히 마스크를 썼을 때가 벗었을 때보다 훨씬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인터뷰어를 철저히 보여주지 않고 Douglas만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는지라 더욱 부각되어 보이는 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질문도 들을 수 없고, Douglas의 대답만이 편집되어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인터뷰어는 독백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터뷰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Douglas의 개인적인 삶, 특히 유년기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및, 뮤지션으로서의 삶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게이로서의 커밍-아웃이라든가, 젊은 시절의 환각제의 사용, Crisis와 70년대 말 영국 펑크 씬과의 관계 등이 주로 그렇다. 보통 비쳐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유머러스하면서도 신중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편인데, 특히 부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애틋할 지경이다. (이쯤에서 Current 93의 "A Song for Douglas After He's Dead" 를 한번쯤 회상)이 쯤 되면 DIJ는 확실히 이미지의 전략적인 조작이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인데 - 과연 토텐코프 이미지는 무엇의 상징일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단순히 'europa!' 라고 보기엔 너무 순진할지도 -  물론 이러한 시각은 항상 그에 상응하는 위험성을 수반하니, 대충 인물의 당파성과 (범위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인간성은 구별할 수 있다고 얼버무리면서 이쯤에서 넘어간다. 덧붙인다면, 물론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적 프라이드 또한 존재한다.

DIJ의 팬이라면야 수집해 볼 만한 아이템임은 분명한 듯싶고, 영국의 70년대 말엽 펑크 씬의 또 다른 부분에 흥미가 있다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싶다.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Operation Hummingbird" 와 "All Pigs Must Die" 의 수록곡 외, Crisis의 "Holocaust Hymns" 의 곡들을 (일부)들을 수 있으니 Crisis가 궁금한 분들은 먼저 접해보시는 것도 좋을지도. 물론 인터뷰 필름의 지루함과 영국식 악센트의 청각적 피로함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어찌 됐건 Douglas P. 는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유럽인이 아닌 나로서는 보다 보면 뭔가 불편한 속내를 고백해야 할 인물임은 분명해 보이니 말이다. 물론 그 불편함이 타당한 것인지는 개개인의 판단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