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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De/Vision - Subkutan [Dancing Ferret Discs, 2006] 그러고 보면 Depeche Mode는 참 여기저기서 많이 추앙받는 밴드인 듯한데(물론, 나도 좋아한다), 정작 그들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밴드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사실 그 점이 밴드의 비범함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이들은 어느 정도는 '취향 내지는 장르의 사회학' 을 초월하는 입지를 갖춘 셈이다), 정작 신스 팝이라는 장르를 계속 이어 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독일은 역시 전자음악이라고, 그래도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이 장르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곳은 그 근방인 듯하다. 그리고 De/Vision은 그 중에서도 인상적일 정도로 오랜 커리어를 이어 가고 있는 경우라는 점에서 일단 눈에 띄는 경우이다. 하긴 이제 이들을 Depeche.. 더보기
Paysage d'Hiver - Die Festung [Kunsthall Produktionen, 1999] 이 블로그에다 별로 볼 것 없는 글들을 올리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물론, 포스팅에 관련해서다. 사실 별로 들은 적은 없는데, 오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체 '서사' 를 무슨 의도로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건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단어는 '내러티브(narrative)' 에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가 어울릴 만한 앨범은 아마도 컨셉트 앨범이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명확한 텍스트를 가진 앨범에 한정될 것이다. 물론 나는 거기에 한정해서 사용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앨범에 어떠한 테마가 있다면, 거기에 사운드나 가사 등, 여러 부분들이 이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집중적인.. 더보기
AIT! - Romanticismo Oltranzista [Punch, 2007] 뭐랄까, 음악에서의 여성의 성적 상품화(여기서 '상품화' 라고 한 건, 보통 쓰이는 부정적 뉘앙스를 일단은 배제하는 용례에 따른 것이다/즉, 정치적 담론은 별론으로 한다. 음악에서의 성적 상품화는 사실 긍정, 부정적인, 다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아무래도 자본주의 하에서의 음악이 가져다 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물론, 데카당스 사조에서의 퇴폐성은 부정할 수 없을 텐데, 퇴폐적인 경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요새는 그러한 경우를 보는 것은 단언컨대, 결코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자본주의 하에서의 '상품' 으로서 덜 훌륭한, 서브컬쳐 상품의 경우에는 어떠할 것인가? 많이 생각해 본 것은 아니지만, AIT! 를 접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더보기
Down in June - Covers... Death in June [Nerus, 2008] 세상에 별 별 트리뷰트 앨범이 다 나오는 마당에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DIJ의 트리뷰트 앨범도 이제 나올 때가 된 거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예전에 Palace of Worms에서 "Heilige Tod" 라는 앨범을 꽤 괜찮은 라인업으로(Kirlian Camera나 In My Rosary, Deutsch Nepal 등)낸 적이 있지만 - 그런데, 사실 그 앨범은 별로였다 - , Douglas P. 가 그 앨범은 자신의 허락 없이 나온 것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바 있으니, 정상적인 앨범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 보면, Douglas처럼 에고가 강한 사람이 NER 말고 다른 곳에서 트리뷰트 앨범을 내도록 허락해 준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Albin Juliu.. 더보기
Culver/Seppuku - Dedicated to Soledad Miranda [At War with False Noise, 2009] 자, 앨범 제목이 저 쯤 되어 주면, 암만 뮤지션의 이름이 생소할지언정 제목을 먼저 따져 주는 것이 좋겠다. 대체 Soledad Miranda가 누구인가? 여기부터 잠깐 영화 이야기. 유럽 Exploitation 영화를 얘기하자면 아마도(음악 팬들에게는 통상 Goblin이 음악을 맡았던 "Buio Omega" 로 알려진) Joe D'Amato와 Jesus Franco 감독을 짚고 넘어갈진대, Franco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여성 배우 중 하나가 바로 이 Soledad Miranda이다.(물론 그래도 이 변태 감독의 가장 유명한 페르소나는 Lina Romay이겠지만) 아마도 "Vampyros Lesbos" 와 "Eugenie de Sade", "Sh.. 더보기
장기하와 얼굴들 - 별일 없이 산다 [붕가붕가레코드, 2009] 지인에게 이 앨범을 선물받은 뒤(물론, 그 친구는 나와 음악적 취향을 공유하지 않는다) 플레이어에 돌려본 것은 이들이 이미 충분히 이슈메이커로 된 이후였다(물론 이들은 그 이전에도 충분히 주목받긴 했다). 그 전까지 이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 않던 나로서는,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밴드에 대한 담론의 형성은 물론, 넷상에서 생각 이상으로 재생산되고 있던 컨텐츠에 사실 적잖이 놀랐다. 물론 재생산되는 부분은 사실 음악보다는 미미시스터즈의 '달찬춤' 으로 상징되는 그들의 이미지에 집중된 것은 사실이겠다만. 거기다 장기하는 '음악을 하는 것과 나의 학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울대 출신이니,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는 좀 더 용이할 것이다. 지인은 이것이야말로 후기.. 더보기
Kenji Siratori - Exterminator Inc. [Roli Noise, 2006] Kenji Siratori는 일본의 사이버펑크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내가 보기엔 약간 William Burroughs 생각이 난다/물론, 훨씬 거친 편이다), 그가 음악을 하기도 한다는 건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를 아연실색시킨 것은, 그가 음악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무시무시할 정도의 다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 현대 전자음악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는 한데, 그래도 대충 족적을 보건대 이건 그냥 찍어내는 음악이 아니라는 정도는 쉬이 보이기에 눈여겨 보아야 한다. Ant-Zen에서 나왔던 "Panik Mekanik" 앨범에 Kenji가 참여한 것을 발견한 것, Kenji가 Old Europa Cafe에서도 앨범을 낸 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뒤.. 더보기
Der Feuerkreiner - Unsere Zeit [Neuropa, 2008] 사실 잘 모르는 사이에 꽤나 많은 밴드들이 명멸하고 있는지라, 최근에 martial industrial을 하는 이들에 대해 '특이하다' 는 말을 쓰는 것은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듣고서 '참 특이하다' 는 생각을 처음에 하게 했던 이들이기도 하다. 사실 뒤에 생각해 보매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이들의 음악이 특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Arditi 류의 음악을 전형으로서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파워 일렉트로닉스 류는 그렇다 치더라도, 흥겹기까지 한 부분은 많이 신기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것이 내가 Der Feuerkreiner에게 갖고 있는 인상이다. 내가 이들을 알게 된 것은 이 앨범이 처음이지만, 이 인더스트리얼 듀오는 2002년부터 활동.. 더보기
Nazi UFO Commander - Radiant Entropie [Old Europa Cafe, 2008] Old Europa Cafe도 은근슬쩍 25년이나 된 레이블인지라, (물론 연수에 비하면 나온 앨범은 결코 많지 않다) 이런 저런 괴팍한 친구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들만큼이나 괴이한 이들은 사실 보기 힘들다. 이 밴드의 이름은 2차대전 당시 제3제국이 발전된 기술력의 원반 모양의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일종의 음모론에서 나온 것이라는데, 워낙에 '세계의 역사상의 불가사의' 식의 저술이나 웹사이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얘기이니 낯설 건 없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음악에 써먹은 것도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이를 테면 Allerseelen 같은 이들이 있겠는데, 그렇더라도 내놓고 이런 밴드 네임을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더보기
The Pop Group - Y [Radarscope, 1979] 원래, 스스로 '팝' 그룹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아마도 둘 중 하나의 경우일 것이다. 하나는 소위 '팝' 뮤직을 하는 이들이 응당 자신들의 음악을 세간의 평에 맞추어 부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심사 뒤틀린 상태에서의 자평일 것이다. 이를 테면, 록 음악 등을 굳이 팝 음악과 구별하는 태도에 불만이 있거나, 자신들에 대한 세평에 불만이 있거나 하는 경우일진대, 아마도 이들은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1978년에 튀어나온 이 밴드는 거의 이 시대 락큰롤의 구원자(라고까지 하면 솔직히 과장이지만) 격이라는 극찬까지 받아본 밴드였던 데다, 이들의 음악이 일반적인 팝 음악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괴팍한 까닭이다. 어찌 생각하면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She is.. 더보기